정관장배
문도원이 말하는 6번째 승리
문도원-송롱후이 대국 하이라이트
2011-01-14 오전 12:25:54 입력 / 2011-01-14 오전 5:58:21 수정
▲송롱후이와 문도원(오르쪽)의 복기 모습.
1월 13일 중국 항주 항주기원에서 열린 제9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 1차전 제6국에서 한국의 문도원이 중국의 송롱후이에게 승리하며 6연승에 성공했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정관장배 무대에서 문도원이 제대로 폭발하고 있다. 준비된 그녀의 거침없는 행마에 아오키 기쿠요, 루지아, 지넨 가오리, 리허, 무카이 치아키, 송롱후이 등 벌써 6명의 강자들이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하루의 휴식도 없이 연일 이어지는 대국에 피곤할 법도 한데 오히려 긴장이 제대로 풀리고 있는지 대국내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특히 6번째 송롱후이와의 대국은 박지연과 김미리가 "도원이의 완승입니다. 형세가 팽팽했던 적은 있었지만 도원이가 불리한 적은 없었거든요. 도원이가 아주 잘 둔 바둑이예요" 라고 감탄할 정도였는데…
박지연과 김미리의 감탄을 받을 정도로 멋지게 승리한 송롱후이와의 6번째 대국. 타이젬에서 단독 취재한 문도원의 자전해설을 토대로 하이라이트를 정리해봤다.
▲실전1 - ●문도원 ○송롱후이
5연승을 거두고 있는 문도원이 본 대회 최다연승기록자(7회-6연승) 송롱후이와 피할 수 없는 길목에서 만났다. 문도원의 흑번으로 진행된 이번 대국은 현재 누가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형세.
실전 1의 흑1은 우변 흑 모양을 키우면서 상변 백 모양을 지우는 1석 2조의 수. 이에 백2는 신예다운 패기의 반발로 이하 백10까지 쌍방 기세의 진행이다.
다음 흑의 한 수가 굉장히 어려운데, 이 때 터진 흑11이 절묘한 타이밍의 응수타진으로 문도원의 재치를 알 수 있는 수다. 당시 문도원은 여러 방법을 모색하다가 갑자기 흑11의 자리가 번뜩였다고.
▲참고도 1 - 나쁘지 않지만 무미건조한 진행.
"사실 참고도 1의 흑1을 선택하려고 했지요. 그러면 백6까지의 진행이 예상되는데 물론 이 결과도 나쁘지 않았지만 평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더군요. 상변 백집이 굳어지는 것도 싫었고요." (문도원)
참고도 1의 진행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변화고, 이 진행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이런 무미건조한 수순들은 프로의 본능상 용납이 되지 않았나보다.
프로의 본능이 선택한 실전1의 흑11. 이전까지 쌍방 유불리를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됐던 흐름을 흑쪽으로 가져오게 된 시작점이었다.
▲실전2 - 백1, 최강의 응수. 흑12까지
실전1에 이은 진행이다. 실전2의 백1,3은 최강의 응수. 흑도 4를 선수 한 뒤 6으로 머리를 내밀어 계속해서 백의 응수를 묻는다. 백7은 다음 흑의 다음수를 보며 행마하겠다는 뜻.
가만히 먼저 머리를 내민 흑8은 배워둘만한 행마로 이하 흑12까지는 쌍방 불만없는 진행이다.
▲실전3 - 당연해 보이는 백5가 패착.
계속되는 실전진행이다. 실전3의 백1은 두텁게 두면서 흑의 약점을 노리겠다는 뜻. 흑2~4까지는 이런 정도의 자리인데 여기서 당연해 보이는 백5가 패착이다.
약한 우변 백돌을 먼저 안정시키고자 한 수 인데 여기서 흑의 완벽한 수순이 등장, 바둑은 한 순간에 흑 쪽으로 기운다.
▲실전4 - 흑1,3이 멋진 수순. 흑 우세.
실전4의 흑1로 먼저 응수를 물은 것이 정확한 수순으로 승착이다. 백2의 굴복이 어쩔 수 없을 때 흑3이 백은 너무나 아픈 자리로 백은 눈물을 머금고 백4로 둘 수 밖에 없다. 흑5로 선수 빵때림하고 흑7로 뛰어서는 백8이 불가피한 자리.
이 때 자신이 약한 돌들(좌변·중앙)을 확실하게 연결한 흑9가 냉정한 한 수로 승부의 쐐기를 박은 수다. 아직도 상변 백집에는 흑A의 고약한 뒷맛이 남아있다.
"중앙에 빵때림하고 흑9로 연결해서는 흐름이 저한테 왔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미리와 복기해봤는데 이후에는 제가 나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 곳에서 승부가 결정된 것 같네요" (문도원)
▲참고도2 - 실전2의 흑1,3 수순을 바꾸면?
앞에서 본 실전4의 흑1,3은 굉장히 좋은 수순이다. 참고도 2의 흑1을 먼저 둬도 같은 결과처럼 보이지만 4까지 진행된 후 흑5에 백6으로 반발하는 수단이 성립된다. (상변은 흑7로 끊어도 백8의 맥점으로 큰 수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흑 입장에서는 나중에 상변 백집을 깨는 정도인데 중앙 흑돌이 확실하게 연결된 실전과는 천지차이인 것을 알 수 있다.
실전3의 방향착오(백5)로 한 순간에 바둑을 그르친 송롱후이. 그렇다면 과연 실전3의 백5로는 어떻게 두었어야 했을까?
▲참고도3 - 백1, 당연한 뻗음. 앞으로의 바둑.
문도원이 제시한 참고도3. 백은 1로 백 한 점을 무조건 살려놨어야 했다.
"국후 송롱후이와 잠시 복기를 했는데 송롱후이 역시 백1로 두었어야 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흑2로 붙여서 백의 응수를 물을려고 했어요. 그러면 미리가 백3으로 둔다고 하던데… 이후는 서로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르겠어요."(문도원)
▲실전5 - 최후의 패착 백9 등장.
형세가 문도원에게 기운 가운데 송롱후이는 백1로 국면을 어지럽히고자 노력하지만 문도원의 빈틈없는 응수들은 계속된다.
우하귀를 지키며 백의 급소를 정확히 찌른 흑2가 냉정한 수. 백은 백3, 흑4 교환 후 백5로 모양을 갖출 수 밖에 없다. 흑8도 백에게는 너무나 아픈 쨉.
여기서 초읽기에 몰린 송롱후이이 최후의 패착 백9가 등장하는데….
▲참고도4
실전5의 백9로는 억울해도 참고도4의 백1로 참아둘 자리였다.
"백1로 받으면 저는 흑2로 굳힐 생각이었어요. 이렇게 둬도 흑이 유리하지만 정리되지 않은 곳이 많아서 아직 갈길이 멀죠."(문도원)
▲실전 6
▲실전7
실전5의 백9를 본 문도원은 실전6 흑1~백8까지 선수로 중앙 흑 모양을 두텁게 만든 뒤, 흑11,15로 패를 결행했다. 이후 진행이 실전7로 패가 난 모습인데 흑 모양이 두텁고, 패감이 흑이 많기 때문에 역전의 여지는 없다.
실전7 이후 복잡한 진행이 이어졌지만 문도원의 냉정하고 침착한 수에 의해 결국 송롱후이는 205수 만에 항복할 수 밖에 없었다.
▲포즈를 취하는 문도원.
- 타이젬 회원들을 위해 자전해설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승을 거두는 동안 역전승이 많았는데 이번 대국은 멋진 완승이었네요.
문도원: 여자연구생 시절부터 역전승이 유난히 많았어요. 바둑이 나쁜지 모르고 천천히 두다가 기회가 오면 잡고는 했죠. 역전승이 많은 것이 장점인지는 모르겠네요.
- 송롱후이가 그 동안 세계대회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요. 평소 어떤 기사라고 생각했었나요? 그리고 대국 후 느낌이 어떤지요.
문도원: 예전에 송롱후이와 루이나이웨이의 대국을 관전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치열하고 수읽기가 강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죠. 이번 대국에서는 느슨한 수들이 나왔는데 대국 자체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아요.
- 7일 연속 대국으로 체력소모가 클 텐데요. 컨디션은 어떤가요.
문도원: 제가 체력하나는 타고 났거든요.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이번 정관장배에서 대결하는 중국·일본 기사들과 대부분 첫 대결입니다.그래서인지 중국에 오기 전부터 외국기사들과 대결할 생각에 기대가 되더군요. 지금 외국 선수들과 두는 그 자체가 너무 재미있습니다.
7국은 1차전 첫 대국의 마음으로 대국할 생각입니다. 욕심을 내지 않고 제 바둑을 두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TYGEM / 중국 항주-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