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배
棋林에 뜨는 태양
- 동양증권배 감상하는 법
2012-06-19 오전 10:52:13 입력 / 2012-06-19 오후 12:51:46 수정
S#1. 익명의 지하전쟁
월간 바둑지에 연재되고 있는 포토드라마 <棋林>은 정통 바둑계 이면의 또 다른 승부세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세계적인 기업이 천문학적인 상금을 후원하고 알려지지 않은 강호의 고수들이 대거 운집해있는 전쟁터이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드디어 4강에 돌입한 제9회 동양증권배를 지켜보면서 상상의 세계 <棋林>을 떠올린다.
본격 세계기전도 흥미롭지만 익명의 강자들이 펼치는 온라인 대국은 또 다른 묘미가 넘친다.
익명이라 하지만 8강의 멤버들이 같은 시기에 열린 엘지배 본선 멤버들로 추정된다니 놀라운 일이다.
PC통신 바둑이 인터넷 바둑으로 전환될 때 타이젬의 전신 ICBL은 세계 바둑리그를 지향했었다.
세계라 불러도 바둑에서는 한중일이 대세이므로 삼국의 리그쯤 되리라.
삼국 랭킹 15위까지 초청해 45명으로 단일리그를 만들고 모든 선수들이 일년 내내 돌아가면서 타이젬에서 한판씩 바둑을 두는 것.
일단 그 리그에 들어가면 기본 상금은 보장되고 우승할 경우 현존 세계 타이틀 서너 개 합친 상금이 주어진다.
리그가 종료되면 하위 15명을 탈락시키고 2부 리그 상위 15명으로 충원한다.
그리 되면 타이젬 대국실에서는 거의 매일 빅 매치가 벌어질 것이고 유저들도 신바람 나지 않겠는가?
세계 랭킹도 리그 성적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리 잡힐 것이다.
물론 온라인 대국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문제가 따르겠지만.
동양증권배 온라인 바둑대회는 9회까지 이어지면서 내실 있는 기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2억 5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되면서 강호의 바둑고수들이 눈여겨보는 대회가 되었으니까.
▲ 8강전 xg(P) vs 동서비지머의 대국. 송태곤 9단이 생중계를 하고 있다.
S#2. 울아가의 이름은 동섭이지뭐^^
익명들의 전쟁은 흥미롭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어서 승부를 추리하는 맛이 있다.
베팅 마니아들의 더듬이는 놀랍도록 예민하다.
포석과 행마를 보고 익명에 가려진 고수의 실체를 가늠하기도 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취합한다.
4강에 진입한 동서비지머의 정체를 양파껍질처럼 밝혀가는 마니아도 있다.
“동서비지머는 지금 곤지암에 머무르고 있다. 그의 과거 아이디는 아쉬워서였다. 한때 타이젬을 쥐락펴락했던 아쉬워서가 사라진 뒤에 동서비지머가 등장했다. 바둑 스타일도 아주 흡사하다. 그것은 아쉬워서가 동서비지머로 변신했음을 의미한다.”
한술 더 뜨고 한발 더 나가는 관측도 나온다.
“외톨이와 동서비지머는 동일인이다. 익명의 대결이라 한 사람의 고수가 여러 개의 아이디로 충분히 둘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두 개의 아이디 모두 8강에 들어버렸다. 이 무렵 세계기전 일정이 꼬이면서 외톨이를 버린 게 분명하다.”
그 추측에 발끈하는 유저들도 있다.
“턱도 없는 소리! 그러면 그들의 게임에 베팅한 유저들은 봉이란 말인가?”
그 반론에 마니아는 씩 웃는다.
“어차피 베팅이란 그런 것 아닌가? 그런 변수까지 읽고 감을 잡는 게 베팅의 본질이라고 본다.”
마니아의 추리가 옳든 그르든 그런 가능성까지도 익명의 전쟁이 연출하는 묘미라면 묘미 아닐까?
중국의 경우는 타이젬의 유명 아이디가 상당수 노출되어 있다.
일단 기사들이 자신의 아이디를 밝히는 경우도 많고 타이젬 머니 이전이 한국보다 용이해서 베팅이 활성화됐다고 한다.
95후 세대들이 대부분 타이젬의 강자들이며 그들은 타이젬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고, 한국 고수들의 기량을 흡수했다고 한다.
이른바 흡성대법.
한국에서는 부산의 신진서 같은 유망주가 오로지 타이젬 대국실을 통해 입단준비를 하고 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온라인의 세계가 오프라인으로 통하는 관문임을 증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증권배는 박력만점의 棋林인 셈이다.
이 기림의 경연장에 세계최고수도 나오고 홍안의 신예도 등장한다.
결승전에 오른 두 명의 주인공은 얼굴이 공개된다.
그마저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공개하기로 했다.
▲ 제17회 LG배 32강 선수들. 이 중 동양증권배 4강 주인공들은 누굴까?
S#3. 관전 포인트
동서비지머, 울아가(P), ddcg, light(P)
동양증권배 4강의 주인공들이다.
얼굴 없는 고수들이지만 전적을 보면, 그 동안 상대한 아이디들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강자들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나란히 두 명씩 진출한 점도 흥행 만점의 요소다.
2012년 들어 지독했던 중국의 황사 태풍이 비씨카드 배를 전환점으로 잦아들더니 엘지배 32강전에서 급격히 식어버렸다.
한중전 9:1 압승.
중국선수단의 멘탈이 붕괴되었다는 소식이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고기압의 기운이 팍 살아난 분위기랄까?
우리 프로기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분발하고 있는 느낌이다.
익명의 전쟁 동증 배에서도 그 기운을 힘차게 떨쳤으면 좋겠다.
익명의 전쟁을 관전하는 우리 역시 익명의 존재들이다.
익명의 세계는 자유롭고 환상적이다.
대국자들도 자유롭게 승부의 초식을 펼치고 보는 이들도 자유롭게 응원과 추리를 해보자.
TYGEM / 김종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