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희비쌍곡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6월 28일(목) 타이젬 홈페이지에 홍성지 8단의 기사 두 개가 나란히 떴다.
제9회 동양증권배 우승과 모친상.
중국의 라이트와 벌인 결승전 3번 기를 통해 울아가(P) 홍성지는 타이젬의 스타로 떠올랐다.
세계 최고의 온라인 기전에서 무수한 고수들을 연파하며 극적으로 트로피를 움켜쥔 울아가의 정체는 우승한 직후 공개됐다.
홍성지는 타이젬 회원들의 열렬한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 맑은 미소는 오래 가지 않았다.
우승한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어머니 이흥순(57) 여사가 영원히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2년 전부터 혈액 암 판정을 받아 시한부 삶을 견뎌오고 있었다.
동양증권배 결승전이 벌어지던 시간에 그녀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 있었다.
심장 박동 그래프는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아들이 동양증권배 타이틀을 차지한 직후 그래프의 곡선은 직선으로 바뀌며 멈춰 섰다.
안타깝지만 한편으로 놀라운 순간이었다.
오랜 시간 고통스러웠겠지만 어머니는 최후의 순간에 통증을 잊으셨으리라.
그리고 착한 아들 성지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울 아가 고마워!”
▲ 울아가는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다 눈을 꾹 감았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지난 2년의 시간은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이었다.
어머니는 너무 아팠고, 지켜보는 아들은 뭘 어찌 할 수 없었다.
1987년생인 홍성지는 2001년 입단했다.
2006년 전자랜드배 청룡부 우승, 2007년 마스터스 준우승, 2008년에는 당대 최고 이세돌과 승부를 벌여 물가정보배 우승을 차지한 기대주였다.
쭉쭉 뻗어가던 홍성지는 2010년 들어 부진에 빠졌다.
그가 왜 슬럼프에 빠졌는지 아무도 몰랐다.
지금 와서 추리해보니 어머니의 투병생활과 일치한다.
그렇게 번민하던 홍성지는 울아가(P)라는 이름으로 타이젬에서 혼신을 다해 바둑을 두었다.
그리고 우승을 차지해 어머님의 가슴에 안겨드렸다.
생각할수록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아이디, 울아가.
이게 그냥 지어진 이름이 아닌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