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젬게임

삼성화재배

짜릿한 대반격! 기사회생한 한국바둑

- 삼성화재배 32강전 결산 및 전망

2012-09-07 오후 3:19:36 입력 / 2012-09-07 오후 8:12:49 수정

드높고 푸르른 하늘에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문턱,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된 제17회 삼성화재배가 단연 세계바둑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된 32강전 결과를 결산하고 이후를 간단히 전망해본다.

▲ 2012 삼성화재배 16강에 오른 선수들.

한국, 초반 부진 씻고 반격 성공…최강 멤버 건재, 우승 청신호

◇…9월 4일부터 3일간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러진 32강전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수치상 7대8로 대등하게 나타난 이면에 공교롭게도 '한국의 정예 VS 중국의 90後'의 양상으로 표출된 것이다. 한 마디로 현재의 세계바둑계 판도를 웅변하고 있다고 할까.

먼저 지난 바이링배에서 4강에 한 명도 들지 못하는 극도의 부진을 보여 체면을 구겼던 한국으로선 랭킹 1~3위(박정환, 이세돌, 최철한) 트로이카에다 원성진, 백홍석, 강동윤 등 출전했던 최상위 랭커가 고스란히 살아남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여기에 '한국판 90後' 안국현이 '한국 킬러' 씨에허(謝赫)를 꺾고 16강에 합류한 점도 고무적이다. 통합예선에서 부진했던 탓에 당초 32강전에 임할 당시 12대17(한:중)의 열세를 감수하며 출발했던 점에 비추면 비교적 선전한 결과. 특히 32강전 1, 2라운드에서 중국세에 밀리는 듯하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 대반격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점도 향후 한․중 대결에서 자신감을 되찾게 할 만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수적 우위를 앞세워 1, 2라운드에서 기세를 올렸던 중국의 입장에선 3라운드에서 참패함으로써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게 됐다. 특히 그동안 한국기사들에게 매우 강한 면모를 보여 온 씨에허(중국 랭킹 2위)와 장웨이지에(江維杰․4위)가 리턴매치 끝에 탈락한 점도 못내 아쉽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 비해 8대7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데다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고 있는 맹장 구리(古力)와 천야오예(陳耀燁) 외에도 판팅위(范廷鈺), 스위에(時越)를 필두로 한 '90後' 돌풍의 주역들이 여전히 살아남아 충분히 후일을 기약할 만 하다는 분석이다.

▲ 32강전 1R, 박정환(왼쪽)은 리친정에게 패했다.

1․2라운드는 중국의 독무대…박정환, 14세 中 신예에게 져 충격

◇…32강전 1라운드의 뚜껑이 열릴 때만 해도 이번 대회도 중국세가 휩쓸었던 지난 바이링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날 한․중대결에서 박정환, 백홍석, 강동윤, 나현 등이 줄줄이 패하며 4승8패로 크게 밀려버렸기 때문. 특히 국내랭킹 1위 박정환이 이름도 생소한 14세 소년기사 리친청(중국 랭킹 124위)에게 진 것은 요즘 유행어로 '멘붕(멘탈붕괴)'을 야기시킬 만한 사고였다.

"한번 지면 완전 탈락하는 녹다운 토너먼트제가 아닌 게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첫날 한국 선두들은 너무 부진했다. 믿었던 상위랭커들의 부진 속에 중국 천원전 준우승자 저우허시를 꺾은 '소녀장사' 최정의 분전이 한국 선수단에 유일한 위안거리였다고 할까.

▲ 2연승으로 16강에 곧장 진입한 원성진.

전기 우승자 원성진, 2연승으로 16강 선착…한국 체면 살려

◇…1라운드의 승자는 승자끼리, 패자는 패자끼리 맞붙는 2라운드에서도 중국의 강세는 이어졌다. 이세돌이 숙적 구리와 '4패빅 무승부'에 따른 재대결 끝에 패하는 등 중국에 2대4로 밀린 것. 2연승이면 16강에 선착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2라운드에서는 모두 8명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는데, 이 가운데 7자리를 중국 기사가 독식할 정도로 1, 2 라운드는 중국의 독무대였다.

이 가운데 단연 빛난 한국 선수는 '90後' 돌풍을 정면 돌파하며 일찌감치 16강에 선착한 '디펜딩 챔피언' 원성진이었다. 1라운드에서 펑리야오를 꺾은 원성진은 2라운드에서도 '90後'의 간판스타 판팅위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2연승을 올렸다. "대회 2연패에 성공할 경우 요즘 유행하는 싸이의 말춤을 추겠다"고 조크한 바 있는 원성진으로선 춤 연습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해야 할까.

▲ '16강 진출' 기쁜 소식을 전한 최철한.

韓, 3R서 화끈한 대반격… 최철한·백홍석·강동윤·안국현 등 기사회생

◇…잠잠하던 한국 선수들의 저력은 마지막날 폭발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3라운드에서 4판의 한․중전을 모두 휩쓰는 등 형제대결에서 패한 최정을 제외하고 출전 선수 전원이 승리한 것. 특히 1,2 라운드에서 중국 기사들에게 패했던 최철한, 백홍석, 강동윤, 안국현이 16강행 마지막 티켓을 놓고 벌인 리턴매치에서 모조리 승리함으로써 중국세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 선수단의 최상위 랭커이자 한국 기사들에게 강한 씨에허와 장웨이지에를 잡은 안국현과 강동윤의 활약이 돋보였다. 또한 바로 하루 전 구리와 밤늦게까지 '더블헤더'의 혈전을 벌인 이세돌은 체력저하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일본의 1인자 장쉬를 완파해 오랜만에 모처럼 에이스의 위용을 보였다. 첫날 중국의 최연소 신예에게 패해 체면을 구겼던 박정환은 최정과의 '형제대결' 끝에 승리하며 다소 머쓱하게 16강에 합류했다.

한편, 지난 대회에서 단 한 명도 16강에 올리지 못했던 일본은 이번 32강전에 3명을 출전시켰는데,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와 동년배였던 고마츠 히데키(小松英樹)가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하여 체면을 살렸다. 특히 고마츠는 1라운드에서 루이나이웨이(芮乃偉)의 완력에 말려 불과 87수만에 불계패했으나, 3라운드 리턴매치에서 루이 9단에게 짜릿한 반집승을 거두며 기사회생해 눈길을 모았다.

▲ '4패빅 무승부'를 연출한 이세돌(오른쪽)과 구리.

이세돌-구리, 사상 초유 '4패빅 무승부' 이은 '더블헤더'로 시선 집중

◇…사흘 간 총 41판(원래 예정은 40판)이 치러진 이번 32강전 시리즈는 갖가지 진기명기와 화제거리가 만발해 팬들의 시선을 모았는데, 그 압권은 이세돌-구리가 연출시킨 초유의 '4패빅 무승부'였다.

2라운드 승자조에서 격돌한 두 기사는 필생의 라이벌답게 초반부터 유혈 낭자한 난전을 벌였는데, 우변 승부처에서 상상초월의 묘수와 실수를 주고받은 끝에 급기야 진기한 4패빅 형태가 탄생했다. 희귀한 형태에 두 기사는 물론, 해설진과 관전자들도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한동안 바둑이 진행되는 해프닝이 계속된 끝에 결국 '4패빅 무승부'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해프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그 바둑의 패자는 바로 다음 날 3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어떻게든 당일에 승부를 가려야 하는 형국이 된 것.

대회관계자와 양국 협회 관계자의 협의 끝에 결국 1시간 후 제한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재대국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바둑사상 초유의 '더블헤더' 대국이 이뤄졌다. 재대국에서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열전 속에 구리가 승리했는데, 승패를 떠나 두 영웅이 연출한 '4패빅 무승부'와 '더블헤더'는 바둑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에피소드가 될 것 같다.

장웨이지에 '패싸움 반칙패' 둘러싼 한․중 바둑룰 차이도 화제거리

◇…이세돌-구리의 4패빅 무승부에 가려졌지만, 장웨이지에의 반칙패 또한 화제거리. 2라운드에서 후배 미위팅과의 승자조 2라운드에서 막판 패싸움 단계에서 팻감을 쓰지 않고 패를 되따내는 실족을 범해 반칙패를 당한 것. 사실 이런 유형의 반칙패는 국내에서는 종종 있는 해프닝이라 그 자체로는 별 게 아니었는데, 정작 이슈는 미묘한 한·중 양국의 바둑룰 차이였다.

한국룰에 의거한 삼성화재의 규정상 장웨이지에는 당연히 두 말 없는 반칙패. 그런데 팻감을 쓰지 않고 패를 따내는 반칙에 대해 즉시 반칙패를 주지 않고 대신 상대 기사에 두 번 연속 착점할 기회를 부여하는 중국룰에 따른다면 상황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 문제였다. (때마침 베이징에서 벌어진 대국이라 중국 기사나 관계자들에겐 이슈거리가 될 만 했다.)

특히 이 바둑의 경우 반칙을 범한 장웨이지에가 승리가 유력했던 종반의 막바지에 일이 벌어진 데다 패의 크기도 작았던 상황이 일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던 것. 그래서 중국 보도진 사이엔 '만약 이 대국이 중국룰의 적용을 받았다면?'의 가정이 나돌기도 했다. 이 바둑에서 반칙패한 장웨이지에는 다음 날 3라운드에서 패하며 끝내 탈락해 반칙패의 회한이 더했을 듯 하다.

▲ 당이페이에게 승리한 백홍석.

BC카드배 이어 두번 거푸 만난 백홍석-당이페이, '질긴 인연' 과시

◇…많은 중국 90後 가운데서도 당이페이(黨毅飛)는 단연 국내 바둑팬들에게 익숙하다. 지난 BC카드배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이세돌, 박영훈 등 내로라 하는 세계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일약 결승에 오른 괴력을 과시해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백홍석과 결승 5번기를 벌였던 그가 이번에도 백홍석과 같은 조에 속해 두 번이나 맞닥뜨리는 질긴 인연을 과시해 색다른 눈길을 끌었다.

1라운드에서 당이페이의 뒷심에 말려 패한 백홍석은 패자조에서 올라간 반면, 당이페이는 2라운드에서 패함으로써 두 기사는 결국 3라운드에서 마지막 한 장 남은 티켓을 놓고 외나무다리 결투를 벌이게 됐는데, 지난 BC카드배 결승을 연상케 하는 접전 끝에 이번에도 백홍석이 행운의 반집승을 거두고 설욕에 성공했다. 지난 BC카드배 결승 4국에서도 백홍석은 반집승으로 3대1 우승을 확정지은 바 있다.

두 판 져야 탈락, 더블일리미네이션 제도 따라 희비 교차

◇…삼성화재배가 32강전에서 채택하고 있는 더블 일리미네이션제는 지난 2006년과 2009년 한국 야구가 세계 정상급에 올라 각광받았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차용한 제도로 토너먼트와 리그전을 혼합한 방식이다. 4인이 한 조가 되어 2승을 올린 사람은 곧장 올라가는 반면, 2패자는 탈락하는 방식으로 강자가 단번에 조기 탈락하는 녹다운 토너먼트제의 의외성을 줄이자는 취지. 때문에 강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서 1, 2라운드에서 부진했던 한국 선수들이 패자부활전격인 3라운드에서 모두 승리하며 회생함으써 이 제도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다. 반면, 두 명의 여성이었던 루이나이웨이와 최정은 첫 판을 승리하고도 이후 내리 2연패하며 탈락하여 이 제도를 둘러싸고 희비가 교차된 모습.

삼성화재배는 여느 세계대회와 같이 시드제가 있는데, 시드제와 더블일리미네이션제를 한꺼번에 적용하는 것은 상위 랭커에게 지나친 프리미엄을 주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때론 강자가 초반에 탈락하거나, 우승후보끼리 초반에 맞닥뜨리는 등 이변과 파란이 대회의 흥미를 배가시키고 신예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승부의 의외성을 너무 인위적으로 줄이려는 것은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인 것.

 



'한국 정예 VS 中 90後' 정면 충돌 16강전, 향후 세계판도 시험대로

◇…오는 10월 9일 대전 소재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속개되는 16강전의 8판 가운데 다섯 판이 '한국의 정예' VS '중국의 90後' 양상으로 짜여져 향후 세계바둑계 판도를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판이 이세돌-리친청 전. 이번 대회 최연소 기사로 32강전 첫 판에서 박정환을 꺾는 센세이션을 연출했던 리친청의 겁없는 패기가 세계정상 이세돌을 얼마나 위협할지가 관전 포인트인데, 특히 올 시즌 세계대회에서 중국 '90後'에게 잇달아 패하는 징크스를 보여왔던 이세돌로서도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터라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 밖에 그동안 최철한, 원성진, 강동윤 등도 올 시즌 상반기를 지배해온 중국 '90後' 돌풍을 진압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 난적 씨에허를 꺾고 16강에 오른 신예 다크호스 안국현이 구리의 목에도 방울을 달 수 있을지도 색다른 관심사다.

대체로 한국 기사들이 관록과 성적면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변수라면 역시 상식적인 잣대로 측정하기 어려운 중국 신예들의 두터운 선수층과 가공할 잠재력이다. 이번에도 중국 랭킹 100위권 밖 기사가 한국 랭킹 1위를 꺾은 데서 나타나듯, 어릴 때부터 혹독한 수련 속에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늘고 있는 중국 신예들의 무한한 잠재성은 랭킹과 네임밸류에 의존한 기존의 전력 분석과 예상을 무색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TYGEM / 志石居士

SNS 간편로그인

(주)컴투스타이젬    대표이사:이승기    사업자등록번호:211-86-95324    사업자정보확인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315 파이낸셜뉴스빌딩 4층

제호: 타이젬    등록번호: 서울 아04168    등록(발행) 일자: 2016.10.4

발행인: 이승기    편집인: 정연주    청소년보호책임자: 장성계

전화: 1661-9699 (상담시간:10:00-18:00)    FAX : 070-7159-2001    이메일보내기

COPYRIGHTⓒ Com2uS TYGE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 타이젬 일본
  • 타이젬 중국
  • 타이젬 미국
  • 타이젬 대만

2019 인공지능대상 수상

등급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