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진추첨을 기다리는 4강 진출자들. 왼쪽부터 원성진, 최철한, 강동윤, 스웨.
세계타이틀이 고픈 이가 만났다!
LG배가 4년 만에 한국의 품에 안길 공산이 커졌다. 5일 신안군 엘도라도리조트에서 벌어진 제17회 벌어진 LG배 8강전에서 최철한(27) 원성진(27) 강동윤(23) 스웨(중국 21)등 4명의 승자를 배출했다.
사실 세계대회에서는 자국의 일인자가 아닌 선수들도 자주 우승한다. 아무래도 통합예선이나 예전보다 넓어진 본선무대(이를 테면 32강 64강 등) 탓이 가장 크다. 사방이 뚫린 벌판에서는 엄폐 은폐가 쉽지 않다. 더욱이 한중 선수들이 엇비슷한 기량을 보여주는 요즘엔 아무리 일인자라고 해도 단판승부로 '형장의 이슬'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 32강전에 출전한 선수 중에 구리 당이페이 장웨이지에 쿵제(이상 중국) 이세돌 이창호 박정환 원성진(이상 한국) 등 1~2년 사이에 세계대회 우승 준우승을 한 기사가 모두 8명이나 된다. 그것은 랭킹에 좌우되는 자국 내 상황과 세계대회는 이변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LG배 4강전은 일인자가 되어본 적이 없는 '준척급 대결'이란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4강에 오른 면면도 사실은 그간 세계대회에서 꼭대기에서 자주 보았던 멤버는 아니다. 원성진이 작년 삼성화재배에서 깜짝 우승을 했을 뿐이고(그것도 생애 첫 우승.), 최철한 강동윤도 정상급이긴 하지만 이세돌 박정환에게 주력부대원의 소임을 넘겨주고 '허리진'을 형성하던 부주력. 물론 중국3위 스웨도 매한가지다.
▲ '송아지 대결' 최철한(왼쪽)vs원성진.
최철한은 올 하반기의 블루칩이다. 현재 최철한은 50승23패로 68%의 승률을 보인다. 그러나 6월에 프로기사 윤지희와 결혼한 유부남 최철한의 성적은 달리 셈해야 한다. 결혼 전 11승 14패(44%)가 결혼 이후엔 39승9패로 승률 81%에 이른다. 정상급 기사는 정상급 기사와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승률.
최철한은 이번 LG배 4강 이외에도 천원전 준결승, olleh배 결승, 삼성화재배 준결승, 국수전 도전기 등에서 그의 매서운 상승세를 보게 될 것이다. 그냥 산술적으로 봐도 1~2개의 타이틀 획득은 유망한 상황이다.
최철한이 과거 응씨배 중환배 등에서 세계타이틀을 두 차례나 획득하긴 했지만, 이창호가 서슬이 퍼랬을 때 국수를 두 번씩이나 따냈던 전력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회수. 따라서 나머지 4강에 든 후보 중에서 단순 성적으로 보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최철한이다.
이에 맞서는 '황소절친' 원성진은 그야말로 대기만성형 선수로서 작년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며 박수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원성진은 스스로도 밝혔듯이 세계무대에서나 국내무대에서도 꾸준히 정상권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이번 4강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원성진은 올해 상적은 암울하다. 42승25패로 63%. 물론 평범 이상이긴 하지만 원성진의 이름값에 비하면 저조하다고 하겠다. 올 초 맥심배 4강에 올라 반짝 활약을 했을 뿐, 비씨카드배 32강 탈락, 응씨배 16강 탈락, 삼성화재배 8강전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LG배가 남았다. 공교롭게도 점차 세계무대 성적이 갈수록 나아지는 현상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최철한-원성진 대결은 지금까지 17승12패로 최철한이 우위. 최근 3년간 성적으로 좁혀보면 8승2패로 최철한이 더욱 차이를 벌린다. 올해 들어서도 3승1패. 그렇다면 랭킹이나 성적 최근의 분위기을 보아 최철한이 단연 앞선다. 그러나 최철한의 입장에서는 역시 단판승부라는 점을 의식해야 하며, 절친과의 대결이라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 한중전 '강동윤vs스웨(왼쪽)'
강동윤의 등장에 반가워 할 팬들이 많을 것이다. 23세 동갑내기 김지석과 함께 한국바둑의 '포스트 이세돌'을 다툴 기재로 떠올랐을 때가 3년 전. 당시 후지쯔배에서 이창호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려하게 스타덤에 올라선 이후 '무려' 3년이 흘렀다.
19세이던 08년 마인드스포츠게임 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듯이 그는 늘 정상권에서 늘 맴돌았다. 그러나 그 이후 '넥스트'가 전혀 없었던 강동윤은 박정환이라는 걸출한 후배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채 기나긴 '터널 속 나날' 3년을 보냈다. 3년이라는 세월이 젊은 강동윤에게는 숙성의 시기가 된 것인지 방황의 시기가 된 것인지는 이번 LG배 결승행 여부에 달려있다고 봐야 한다.
여전히 올해도 41승26패로 그저 그런 성적이다. 삼성화재배에 이어 LG배에서도 모두 8강까지 올라갔지만 삼성화재배에서는 구리에게 패해 탈락했고 남은 것은 LG배가 유일하다. 당연히 강동윤으로서는 한해 농사의 정점을 찍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상대가 세계무대에서 경험이 일천한 스웨라면 힘을 낼 것이다.
현재 중국랭킹 3위 스웨는 낯설다. 3위라면 세계무대 4강에 충분히 들 정도겠지만, 사실 중국랭킹이 워낙 뒤죽박죽이라서 곧이곧대로 인정해줘야 할 지 의문. 설사 그렇다고 해도 스웨의 올해 세계무대 성적은 18승3패로 가히 압도적이다. 그 3패는 이세돌 천야오예 등 자신보다 상위 선수에게 패한 것과 공교롭게도 지난달 삼성화재배 16강전에서 강동윤에게 패한 것.
91년생 스웨도 '90후'. 그러나 중국 신인왕전을 우승한 전력밖에 없다는 점에서 약간 과대평가 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로 보면 구리 쿵제의 대를 이을 만하지만 그 역시 판팅위 미위팅 등 더욱 어린 후배들에게 협공을 받는 처지. 따라서 생애 최고의 높이까지 올라온 이번 LG배에서 '무명' 당이페이가 그랬듯 이변을 연출해보고자 할 것이다.
스웨는 자국에서도 본격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지만 LG배와는 다소 인연이 있다. 지금까지 세계무대에 총 5차례 모습을 나타냈는데 비씨카드배가 2회, LG배가 3회. 전반적으로 세계무대에서 강미는 확실히 떨어지지만, 강동윤이 4강 상대라고 한다면 그도 생애 최고의 기회가 온 것이다.
4강전은 오는 7일 같은 장소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며 이는 타이젬 대국실에서 관전할 수 있다. LG배 세계기왕전은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LG가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60초 초읽기 5회가 주어지며, 우승상금은 2억 5천만원. 전기 우승자는 장웨이지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