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무도
"실내무도대회도 AG에 다가가는 노력의 일환"
서대원 아시아바둑연맹(AGF) 회장 인터뷰
2013-06-27 오전 12:26:58 입력 / 2013-06-27 오전 10:35:57 수정
▲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에서 바둑경기단체로 공식승인을 받은 아시아바둑연맹(AGF) 서대원 회장.
26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선 2014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 바둑선수단 발대식이 열렸다. 9개 전 종목 결단식은 22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렸지만, 바둑종목만 별도로 출정식을 가진 것. 이 자리에서 점잖은 반백(半白)의 신사가 발대식 축사를 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선배들의 업적을 생각하며 필승의 각오로 싸워주길 바랍니다. 2019년 하노이 아시안게임에는 반드시 정식종목으로 다시 복귀하도록…"
아직 국내 팬에게조차 생소한 조직 아시아바둑연맹(AGF)을 이끌고 있는 서대원 회장(64). 2013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 바둑종목 기술대표를 겸하고 있는 서회장은 외무고시를 패스한 후 30년 넘게 외교관 생활을 해왔다. AGF를 통한 한국바둑의 외교 중추를 맡고 있는 그는 2001년 이후 주헝가리대사, 주유엔대사, 국정원 제1차장을 역임했다.
▲ 발대식에서 서대원 AGF회장이 이홍렬 감독에게 태극기를 전달하고 있다.
아직은 대사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합니다. 이번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이하 실내무도대회)에서 중책을 맡으셨는데, 어떤 대회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실내무도대회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2005년부터 방콕 마카오 하노이에서 2년마다 열렸던 실내스포츠대회와 무술종목대회를 통합한 대회입니다. 이제는 4년마다 한번 씩 열리게 되고 통합 첫 대회가 인천에서 열리는 것입니다.
팬들은 여전히 인천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정석종목이 되지 못한 것은 안타까워합니다.
'광저우에서도 되었는데 인천에서 왜 안돼?' 하는 시각이 있을 줄 압니다. 결과적으로 2010년 정식종목 발표에서 바둑이 빠지면서 어렵게 되었습니다. 주최국이 새로운 종목을 하나 넣겠다고 하기엔 무리한 시기입니다. OCA에도 절차가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요. 다음 대회를 겨냥해야 합니다.
AGF회장으로서 실내무도대회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AGF가 경기승인단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실내무도대회는 대륙경기이기 때문에 아시아경기연맹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올림픽이면 FIFA(국제축구연맹)이고 아시안게임은 UEFA(유럽축구연맹)이다. 따라서 아시안 경기대회를 한다면 IGF(국제바둑연맹)이 아닌 AGF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따라서 OCA 산하 아시아경기단체로서 AGF가 이번 실내무도대회에서 처음으로 경기승인단체가 되었습니다.
AGF가 새로 구성되었고, 일본 중국도 가입하지 않았고, 회원국수를 늘려야 한다고 OCA에서 말했다면서요?
OCA가 45개국인데 바둑은 15개국이니 회원국 수가 좀 적죠. 제가 OCA 집행위원회에서 바둑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을 직접 하니까 전부 다들 좋았다고 박수를 쳤지요. 아직은 영구승인은 아니지만 이번 실내무도대회에 AGF가 주관경기단체가 되었습니다.
▲ 김달수 AGF 사무총장과 서대원 회장.
중국과 일본은 과거부터 한국이 주도하는 AGF에 가입을 미루어 왔잖습니까?
중국기원은 AGF에 가입하기로 이미 결정했습니다. 중국정부의 승인만 남은 단계죠.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의 일원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와다노리오(和田紀夫) 일본기원 이사장, 마쓰우라고이치로(松浦晃一郎) IGF 회장과 면담 결과, 아직 일본은 스포츠가 아닌 상태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다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다만 마쓰우라 회장은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했던 분으로 제가 잘 알고 있어요. 그도 같이 바둑 일을 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잘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소식이군요. 어제 베트남에서 돌아오셨다고 하던데요?
20일부터 4박5일 동안 다녀왔습니다. 두 가지 목적이었죠. 하나는 2019년 하노이 아시안게임에 바둑을 다시 정식 종목으로 넣기 위해서 베트남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이었죠. 베트남 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만난 결과, MOU까지 맺자고 할 정도로 공조체제를 확고히 했습니다. 베트남 체육부장관이자 위원장은 이번에 인천에서 만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체스협회가 있는 호치민 방문입니다. 바둑세계화의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 체스와의 공조 아니겠습니까. 베트남 체스협회 부회장과 사무총장을 만나 베트남대회에 체스가 정식종목이 될 수 있느냐를 물었죠. 그들은 이미 베트남 올림픽위원회에 채택을 건의했는데, OCA에다 요청할 가능성이 90%는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제의했죠. 광저우 때처럼 체스+바둑이 된다면 우리도 큰 힘을 보태겠다. 한중일의 경우는 바둑에 국민적 열정을 지니고 있다. 같이 갈 경우 OCA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새삼스런 질문이지만, 아시안게임에 굳이 바둑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바둑이 점차 쇠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해서 스포츠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좋은 돌파구라고 봐요. 지금은 엄연히 스포츠화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스포츠는 역시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화와 산업화가 중요한 것이죠. 내셔널리즘으로 코드를 잘 맞추면 된다고 봅니다. 이세돌이 우승하면 팬들은 한국이 우승했다고 여기는 것과 같은 것이죠.
AGF회장으로서 당면한 계획은 어떤 게 있습니까?
가장 급한 것은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실내무도대회도 아시안게임에 한발 더 다가가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AGF 회원국수를 늘이기 위해서 바둑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서남아, 중동지역에도 적극적으로 보급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지금 그들을 위한 홍보물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간 백방으로 뛰면서 바둑계에 느낀 점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세요.
하루 하루 운영해 나가고 정책방향을 잡아가는 조직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 한국기원 대바협도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죠.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모자라고, 각 분야의 브레인도 있어야 하고…. 체제정비가 우선입니다. 다행히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일원화되었다는 점에서 기대해볼만 합니다.
▲ 서대원 회장은 다음 아시안게임에 바둑이 정식
종목이 되기 위해 지금부터 뛰고 있단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작업이라면 어떤 게 있나요?
실내무도대회에서는 스포츠 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표준 조직 운영 규칙을 만들어야 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바둑에서 입회인은 있지만 영어로 과연 뭐라고 하느냐면 참 어렵습니다. 규정이 안 되어있는 것이죠. 글로벌스탠더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바둑에 관한 룰 북을 정리했습니다. 그 노하우를 가지고 전국체전 같은 대회에 도입하면 되겠지요.
그러니까 바둑도 종합스포츠제전의 한 종목이라는 인식변화를 말하는 것 같군요. 바둑의 종목다변화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프로들에겐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좀 어려울 수 있죠. 다만 아마추어부터 다변화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요즘 바둑TV에서도 가끔 '편 바둑'을 둔다든지 초반 중반 종반을 나누어둔다든지…. 바둑종목에 꼭 개인전 단체전만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팀이 나와서 한판을 두는 것도 괜찮고, 감독이 보다 더 개입되는 바둑도 괜찮을 듯합니다. 바둑이 스포츠라면 의외성이 가미되고 좀 더 흥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0여 년 전 '헝가리대사배' 유럽바둑대회를 만드셨지요. 그 때 얘기 좀 해주세요.
2001년 헝가리대사로 있을 때 한국바둑이 세계최강이었습니다. 새삼 '한국이 세계바둑에 기여한 게 뭐 있을까' 하고 생각해봤죠. 그래서 '헝가리대사배 유럽선수권대회'를 2년 동안 개최했습니다. 어차피 대사직에 있을 때밖에 못하니까 유럽최고수를 다 초청했지요. 헝가리 고수 중에 현재 한국기원에서 입단한 코세기디아나가 있었어요. 그 때는 어렸고 바둑이 좀 약했죠. 그 아이의 소원이 한국에서 바둑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바둑을 좋아하지 않으면 감히 엄두를 못 낼 일인데요. 기력은 어느 정도며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바둑은 초등학교 4~5학년에 바둑을 배워서 일찍 1급이 되었죠. 한국기원 원생생활도 했어요(웃음). 관철동시대 이전에 한국기원이라고 해야겠죠. 명동에서 고 조남철 선생님이 송원기원을 운영할 때였죠. 경기중 선배였던 고 이학진 씨의 권유로 지금의 연구생도 잠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학 강의도 하고 모 재단에서 자문위원 일도 합니다. 후배들 멘토링하고…. 가급적이면 자원봉사를 많이 하죠. 오히려 공직에서 물러나니까 더 바쁘네요.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끝으로 바둑인들에게 덕담 한마디 해주십시오.
"은퇴 후에 나이 먹어서 뭐하고 살 것입니까. 보람 있게 살려면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는 게 제일입니다. 21세기를 살면서 우리에겐 먼 세계인 서남아시아 남미 같은 데도 바둑을 기다리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여태 받는 것만 생각했다면 인생의 보람은 주는 것에 있습니다. 내가 많이 가지고 있든 적게 가지고 있든, 이런 생각이 모이면 바뀌는 것입니다. 경기단체의 장으로서 대회기간 내에 늘 상주해야 합니다. 인천에서 봅시다!”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