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농심배 수호신을 찾아라!
이창호같은 수문장 절실
2014-03-01 오후 8:39:42 입력 / 2014-03-02 오전 12:04:26 수정
▲ 한중1인자인 박정환-스웨 간 농심신라면배 최종전 모습.
중국랭킹 1위인 스웨가 중국의 농심배 우승을 확정지었다. 27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벌어진 제1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차전 본선14국(최종국)에서 한국의 주장 박정환이 중국의 주장 스웨와 격전을 벌일 끝에 133수만에 백불계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중국에 내주었다.
이번 농심신라면배 최종 단계에는 저우루이양 스웨 탄샤오 3명의 '90후'가 남았으며, 한국은 박정환 김지석 두 명의 명장이 남아있었다. 여기서 중국은 농심배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누구를 첫 주자로 투입할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탄샤오가 출전하여 최후의 전투에서 한국의 부주장인 김지석을 재물로 삼아 우승컵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대진이 확정됐을 때 중국바둑계는 탄샤오가 김지석만 이겨준다면 중국 우승이 거의 확실하다는 분위기였다. 결국 탄샤오가 김지석에게 승리를 거두자 중국은 우승을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예전과 달리 이창호도 이세돌도 없기 때문에 아무리 마지막 주자가 박정환이라 할지라도 탄샤오 저우루이양 스웨 정도면 충분히 우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프로기사들은 한국의 마지막 주자가 박정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충분히 3연승을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국바둑은 여전히 농심배에 관해서는 단체전 우승이라는데는 자신감이 있는 듯하며, 지난 농심배에서 연패를 달성하여 한국바둑의 마지막 보루를 지켜냈다.
탄샤오가 김지석을 끌어내리고 나서 중국은 탄샤오 저우루이양 스웨 3명이 생존해 수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한국의 주장 박정환 만이 홀로 배수진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생존 인원이 3대1인 상황은 제11회 농심배에서도 나타났던 적이 있는데 당시의 결과는 한국의 마지막 주자인 이창호가 중국의 류싱 구리 창하오를 연파하면서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중국은 농심배 역사상 3대1의 상황에 됐을 때 마지막 1명 남은 쪽이 이겼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번 농심배의 그 마지막 장애물은 박정환이다. 중국으로서 또 한번의 쓰디쓴 데자뷰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 농심배에서 박정환이 2년연속 한국의 주장을 맡았다.
농심배 초창기 한중일 바둑실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을 당시 최종단계에 주장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었다. 제1회 농심배때 일본은 조선진 한 사람이 창하오 이창호 마샤오춘 3명을 맞게 됐는데 조선진이 창하오를 이기고 다시 이창호가 조선진을 이겼고, 최종국에서 이창호가 마샤오춘을 이기면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2회 때는 위빈 한 사람이 조훈현 가토마사오 이창호 3명을 맞았는데 결국 위빈이 조훈현에게 패했고, 이창호가 다시 가토마사오를 이겨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제3회 때는 2대2상황에서 이창호가 창하오, 저우허양을 누르고 우승컵을 가져갔다. 제4회 때는 요다가 후야오위, 이창호, 뤄시허를 남겨둔 상황에서 이창호가 요다 후야오위 뤄시허를 연파하며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5회 때는 중국의 구리가 가토마사오 이창호 린하이펑이 남은 상황에서 구리가 가토에게 패한 뒤 역시 이창호가 가토마사오와 린하이펑을 누르고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5회까지는 중국과 일본은 모두 이창호의 벽에 막혀 우승을 놓쳤다.
이런 현상은 6회 때에 이르러 이창호 혼자 뤄시허 장쉬 왕레이 왕밍완 왕시 등 5명의 중국 일본 고수를 연파하면서 대역전 드라마를 썼으며, 제7회 때는 일본의 요다노리모토가 조한승 쿵제 이창호를 연파하면서 일본 우승의 새로운 신화를 썼다.
제8,9,10회는 3대1상황이 아닌 한중 2대2 상황이 벌어졌다. 제11회 때는 이창호가 당시 중국 랭킹 TOP3 멤버였던 류싱 구리 창하오를 연파하면서 중국을 무력감에 빠뜨렸다. 제12회 때는 유키사토시가 한중의 최철한 쿵제 이창호의 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으나 최철한이 유키사토시와 쿵제를 물리치며 앞당겨 한국 우승을 결정지었다. 13회 때는 중국의 셰허가 김지석 원성진 이창호 등 세 사람의 한국 정상급 기사를 맞아 배수진을 친 끝에 연승을 거두었다. 14회 때는 한중이 다시 한번 2대2 상황을 맞았으나 이번에는 박정환이 중국의 세허 장웨이제를 누르고 공을 세웠다.
이렇듯이 3대1의 상황에서 네 차례 성공이 있었고, 다섯 차례 실패가 있었다. 제11회와 제14회 두 차례 모두 한 명이 남았던 팀이 최후에 웃는 결과를 낳았다.
▲ 한국바둑의 두 거목 이세돌 이창호.
박정환은 탄샤오와의 대결을 앞두고 두 사람 간의 상대전적은 세 차례 대결을 펼쳐 박정환이 1대2로 열세. 역대 기록으로 볼 때 불안한 느낌은 없지 않았지만 주장으로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결국 승리를 거두며 꺼져가는 한국우승의 불씨를 살렸다.
이어 박정환은 중국의 부주장인 저우루이양과의 대국에서 신들린 듯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2연승을 기록했다. 박정환은 저우루이양과의 상대전적에서 5승 1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여 손쉽게 이길 것으로 기대했으나 박정환은 고전 끝에 패색이 짙던 대국을 힘겹게 뒤집으며 대역전 드라마르르 연출했다.
결국 이번 농심배의 패권은 최종국인 한국랭킹 1위인 박정환(93년생)와 중국랭킹 1위인 스웨(91년생)의 대국으로 결정짓게 됐다. 4개월 만에 바둑판을 마주 둔 두 사람은 농심배 우승도 우승이지만 한중 양국의 랭킹 1위인 두 사람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하다. 최종국을 앞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상대전적은 1승 4패로 박정환의 열세였다. 초반 박정환은 좋은 흐름을 보였으나 중반 접어들어 중앙 백대마가 공격을 받으면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중앙 흑 5점이 절묘하게 살아나가면서 형세는 흑에게로 기울었으며, 결국 박정환은 몇 수 못 가 133수만에 돌을 거두었다. 한국의 우승을 놓친 것도 억울하지만 한중 랭킹 1위의 대결에서 자존심을 구긴 것도 박정환에게는 큰 충격이다.
지난 해 한국바둑은 2013년 세계대회 무관의 굴욕을 당하며 위기의식을 느껴야 했지만 그래도 단체전에서는 강세를 보이면서 약간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박정환이 돌을 거두는 순간 그것마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한국바둑팬들은 박정환이 이번 패배를 계기로 좀더 성숙해지고 단단해져 한국랭킹 1위로서 이창호처럼 이세돌처럼 그렇게 중국바둑의 기세를 눌러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93년생인 박정환은 아직까지 이창호, 이세돌처럼 절대강자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한국바둑의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4년에는 한중 랭킹 1위의 대결에서 자존심을 구긴 박정환이 이창호처럼 이세돌처럼 그렇게 중국바둑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승부는 계속되는 거니까.
▲ 중국이 올해 농심배를 우승한 중국의 스웨와 감독 위빈.
TYGEM / 김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