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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산맥배

해외에서 더욱 유명한 바둑홍보대사

국제대회마다 외국선수의 길잡이 역할하는 김향희 씨

2014-08-12 오후 1:49:53 입력 / 2014-10-10 오후 5:34:09 수정

▲ 자발적인 바둑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하는 김향희
대학바둑연맹 부회장.

국수산맥배가 열렸던 영암 신안 강진 등 전남 3개 군은 국토 남단에 위치해있어 서울서 버스로 5시간을 수직으로 달려 도착할 수 있는 먼 곳이었다. 대학바둑연맹 부회장 김향희 씨도 국토의 또 다른 끝 부산에서 수평으로 수 시간을 달려서 대회장에 당도했다.

국제대회가 벌어지는 곳이면, 해외 바둑인들이 있는 곳이면 영락없이 그녀가 있다. 사실 바둑대회장에 한 두 번 와 사람이라면 이 분들 기억할 것이다. 외국바둑인이 한국을 방문할 적에도 가장 먼저 그녀를 찾는다. 기꺼이 해외바둑인들의 길잡이 도우미역할을 기끼어 수행하기 때문. 그래서 김향희 씨는 국내에서보다도 국외에서 더욱 유명한 바둑명사로 꼽힌다.

방학을 맞아 국제대회가 빈번한 요즘 마치 대회관계자인 것처럼 동분서주하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이번 국수산맥배는 물론이요 한화생명배 세계어린이국수전, 공주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 또 지난달은 경주에서 벌어진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까지 계속해서 그녀와 마주쳤다. 위에 거명한 대회는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대회며 국외에서 개최되는 국제대회는 더더욱 분주하다고.

한중일대만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바둑에 있어서는 변방국이다. 사실 그들의 참여를 유도하긴 하지만, 막상 그들을 위한 배려는 제로에 가깝다. 아직도 바둑계엔 바둑 잘 두는 사람만 가득할 뿐이지 그들을 안내하고 그들에게 외국어로 바둑을 상세히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 극소수이기 때문.

최근 바둑의 국제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외국어에 능통하고 바둑을 잘 아는 분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수요라고 했지만, 대가가 전무한 일이니 노력봉사라고 할 것이다.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에서 감당해야 할 일을 그녀는 자발적으로 척척 해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겸손해하지만, 외국선수들이 건너오면 최소한 1주일간은 자신의 일은 올 스톱이며, 식사대접에다 통역봉사에다 홈스테이까지 모두 자비로 책임지는 그녀는 한국바둑의 홍보대사다.

▲ 국수산맥배에서 김향희 부회장과 대만의
헤이자자 태국바둑협회 부회장 완타니여사와 함께.

언제부터 바둑계에 인연을 맺었나?
「한지붕세가족」이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물이를 할 때인 1988년이었어요. 남편과 저는 채널권을 가지고 계속 다투곤했죠. 남편은 양상국사범이 등장하는「EBS바둑강좌」를 시청하겠다고, 하고 저는 공교롭게 비슷한 시간대에 시작하는「한지붕세가족」을 보겠다고 서로 우겼죠. 그러다 한번은 남편이 '당신도 바둑세계에 빠져보면 결코 이런 일로 다투지 않을 것'이라며,「조치훈 바둑첫걸음」을 건네주었어요. 그게 오늘까지 오게 된 계기였죠.

아주 흥미로운데요?
교본은 매우 흥미로웠어요. 그런데 책을 보다가 바둑엔 프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나도 프로가 되어볼까?'하며 남편에게 의향을 물어봤죠. 남편 왈, '당신은 죽었다 깨나도 될 수 없다. 불가능이란 게 있다.'며 핀잔을 주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때 맘으로는 프로에 도전해보자고 했죠.

남편은 기력이 어느 정도?
제가 바둑을 접한지 3년 정도 되자 역전이 되었죠. 남편은 한 5급 정도였나봐요. 처음엔 '나를 고문하느냐'며 잘 안 두어주다가, 제 실력이 자신을 넘어섰다고 판단하자 그때부터 전혀 안두었어요. 대신 9급두는 대학생 시동생과 바둑을 많이 두었어요. 제가 두 집 개념이 없을 때부터 많이 두어주었어요. 한번은 다 두고 난 다음 계가를 하는데, 반상위의 살아있다고 판단한 흑 돌을 모조리 들어내는 것이에요. 사석이었죠. 그때 닭 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바둑도 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죠.

여성으로서 늦게 배워서 독학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참돌회'라는 기우회가 이색여성모임으로서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어요. 당장 그 모임에 찾아가서 3년간 활동했죠. 그런데 한 달에 한번 모이는 모임이라서 양에 안 차는 것이에요. 그러던 차에 부산여성기우회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죠. 장명한 프로가 사범으로 계시고, 또 부산의 강자인 김철중 하형수 사범에게도 정기적으로 배웠죠.

아, 열정이 대단한데요, 지금 기력은 어느 정도?
부산 여류바둑계에서 top10 이내에 드는 정도? top5에는 아직 실력이 모자랍니다. top5는 왜 굳이? 아, 대회 때마나 실력으로 A조 B조를 나누잖아요. 그럼 A조에 들고 싶은데 아직 실력이 안 된다 이거죠. 그래도 문경대회 함양대회 금강송배 등 다수의 아마대회 입상경력이 있어요. 그리고 1회 이창호배에서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A조 단체전(7명)에서 우승한 적도 있어요. 조금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는데….하하.

▲ 지난 주 공주에서 벌어진 무령왕배 세계청소년바둑대축제에서 베트남친구 티탄하(오른쪽)와 함께.

▲ 세계아마바둑선수권 경주대회에서 말레이시아 선수인 로우스잔드벨(왼쪽)의 타이젬 인터뷰를 도와주고 있는 김향희 씨.

'움직이는 홍보대사'라는 소문이 자자한데, 처음 외국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과거 부산에서는 최고위전이 유명했어요. 여류최고위전도 동시에 거행했는데, 당시 부산대회에 늘 참석했던 일본의 바둑인 하루미다케치 여사와 마주 만나게 되면서부터죠. 하루미여사는 2003년 일본 아사히에서 후원하는 여성대회에 4명까지는 숙박을 해결해줄 테니 방문하라고 초대를 해서 일본을 갔죠. 그때 오사카 여자전국대회에서 입상하여 관서기원 3단증도 보유하고 있어요. 그 후 2005년 중국 절강성 닝보시 위기협회 분들이 부산으로 관광을 왔다가 바둑을 두고 싶다고 해서 인연이 된 적이 있어요. 그 답례로 2006년 중국바둑대회에 초대해 주셨죠. 일본과의 인연 때문에 영어를 배웠고, 중국대회를 갖다오고 난 후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바둑과 영어 중국어, 대단하십니다. 바둑덕분에 외국은 몇 번쯤 왕래를 했고 외국친구들은 몇 명쯤 되는가?
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 핀란드 등 한 스무 차례는 간 것 같아요. 그리고 한번 연을 맺으면 그쪽에서 끊지 않는 한 계속 이어가는 편이에요. 주로 페이스북을 이용해서 안부도 묻고, 혹시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사귀었던 친구에게 연락을 하곤 하죠. 대략 100명쯤은 얼굴도 알고 메일도 주고받아요. 얼굴과 이름이 매치는 잘 안되지만, 만나면 알 수 있는 사람은 500명쯤? 제일 최근에 사귄 친구는 브루나이 바둑협회장인 차이후이라는 아가씨에요.

보람을 느낄 때도 많을 것 같은데
무얼 바라고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어요. 다만 한국기원이나 대바협에서 각종 국제대회를 할 때 저더러 아시는 분을 초대해달라고 부탁할 때는 '조금 인정을 받는구나'하고 보람을 느끼죠.

바둑으로 외국친구들과 소통할 때도 있는지요?
아무래도 자주 만나지 못할 때는 SNS로 소통을 합니다. 그래도 굳이 바둑을 한판 두자고 한다면 당연히 타이젬을 이용하죠. 한번은 타이젬에서 네덜란드 친구와 담소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가 직접 한국 바둑대회에 출전하겠다고 해서 또 대회에서 조우하기도 했어요. 요즘은 바빠서 자주 못 두지만 타이젬 4단 정도 둡니다.

외국친구들을 만나면 돈이 많이 들것 같은데...
1996년에 방과 후 학교가 생기면서 바둑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거기서 생기는 수입으로 비행기표는 살 수 있지요. 아무래도 돈이 들죠. 그러나 사랑하는 바둑을 위해서, 또 외국 친구를 사귀는 데 드는 비용이라면 그 정도는 감내할 수 있죠. 일례로 1차 식사는 제가 사고, 2차부터는 친구들이 더치페이를 하니까 부담은 별로 없어요. 그리고 저도 홈스테이를 하는데 남편이 우리 집을 '인터내셔널프리호텔'이라고 불러요.

가정생활과 바둑활동 둘 다 하기엔 벅찰 텐데.
해외에 갈 때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죠. 다만 내가 인솔자로서 가니까 당신이 못 가게 하면 남들이 갈 기회까지 뺏는 꼴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하죠.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 남편도 많이 도와줘요. 남편을 따라 잠시 골프도 배웠는데, 저는 골프가 왠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별로에요. 오로지 전 바둑만 사랑해도 시간이 없거든요.

미래의 모습은 어떨 것 같나?
바둑계는 의외로 여성리더가 많아요. 일례로 일본의 하루미다케치 여사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노후에도 바둑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 태국엔 완타니나마손(68) 협회부회장이 있죠. 저도 앞으로 그런 분들처럼 되지 않을까요? 현재모습이 미래모습일 거라고 봐요. 바둑이 세계화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고, 할 일은 더더욱 많아 질 것으로 봅니다.

▲ 첫 인연을 맺었던 일본의 바둑인 하루미다케치(오른쪽)여사 일행과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TYGEM / 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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