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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코컵

'This is for 崔 精'

센코배 4강전, 최정의 이야기

2018-03-15 오후 10:23:54 입력 / 2018-03-16 오후 8:57:55 수정

지난해 ‘최정의 해’를 선언했던 최정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일본 도쿄에 왔다.
일본 주최로 창설된 ‘센코컵’에 한국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13일 오전8시 비행기에 탑승했다.

최정은 이번 일정에 아버지가 함께했다. 사업차 도쿄에 방문하실 계획이었는데 우연히 최정이 출전하는 센코배와 일정이 겹쳤다. 아버지는 행여 딸이 신경 쓸까봐 숙소도 저 멀리로 잡았다.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친구같은 부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몇 일 전 최정은 병원신세를 졌다. 한국기원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을 누군가가 보고 응급실로 실려 갔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다고 한다.

컨디션은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
2월21일 여자국수전 시상식에서도 감기로 열도 많이 나서 움직이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특유의 발랄함으로
“상을 받으니 아픔마저 잊게 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바둑계 관계자들은 과다한 훈련과 누적된 피로가 원인이 아닐까 하고 말하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천하를 호령했던 이창호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신을 잃은 적이 있기 때문일까.




최정은 14일 무카이 치아키와 대국에서 완패를 당할 뻔했으나 상대방의 실수로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대국이 끝난 뒤에 한참 동안 복기를 하면서도 표정이 내내 좋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거나, 어색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대국이 끝나고 검토실에 온 최정은 “당이 떨어졌다. 대국 도중에 배가 고파서 바나나와 초콜릿을 먹었다.”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에는 업무를 끝낸 아버지와 만나서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15일, 대국장에 나타난 최정은 라이벌 위즈잉과의 대결을 앞두고 표정이 어둡다. 관계자에게 대국 도중에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가도 되냐고 물었고, 허락의 신호를 받는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 평소와 같이 명상에 잠겼지만 좋지 않은 컨디션은 겉으로도 보여진다.





대국장 한 켠에는 대국장과 공간을 분리해놓은 휴식공간이 있다. 기존에는 비어있던 장소인데 LG배 결승전을 치를 때 한국기원 관계자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공간이다. 점심 식사 시간 없이 계속되는 대국이기 때문에, 휴식공간에는 출출한 대국자들을 위한 간식거리가 있다.

어떤 간식이 있는지 궁금해 들어가서 보니 과일음료, 초콜릿, 사탕, 과자, 도너츠, 바나나 등이 있다.
그리고, 눈에 띄는 봉투가 하나 더 있다.




This is for 崔 精
멀리 한국에서 온 최정을 응원하는 팬이 준 선물일까.


지더라도 다 커나가는 과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신다는 아버지는 딸이 묵는 호텔 로비에서 딸을 기다렸다. 아버지는 전날 대국에서 출출했다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입에 맞는 음식을 준비해오셨다. 음식만 전해주고 홀연히 사라지셨다.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최정은 위즈잉에게 완패했다.

한참 복기를 하고 인터뷰를 위해 검토실에 들른 최정은 말없이 서서 인터뷰를 기다렸다.
“비록 졌지만 내일 3-4위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고, 오늘의 일정을 물으니 숙소에 돌아가 아버지를 기다렸다가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아버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다. 대국장 휴식공간에 가보니 최정은 씩씩하게 아버지의 마음에 응답을 했다.


"가족이 함께 지내면서 좋은 시간만 있는 게 아니다. 생각하기 싫을 만큼 괴로운 시간도 있다. 하지만 그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간조차도 가족 안에서는 순화된다.
그 모든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남는 것은 결국은 가족 간의 사랑이다. 오늘 행복하면 내일 더 행복한 날이 온다. 어느새 우리 가족의 새로운 가치가 되었다."
악동뮤지션의 ‘목소리를 높여 high!’에서.

TO. 도쿄에서, This is for ‘아버지 그리고 최정’.

TYGEM / 도쿄=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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