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LG배 결승2국에서 반칙패한 커제 9단이 대기실에서 판정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22일 열린 제29회 LG배 결승2국에서 커제가 바둑알을 바둑통 뚜껑에 넣지 않은 행동을 두 차례 범한 것에 대해서 변상일의 이의제기로 규칙 위반 판정을 받으며 패배했다. 이로써 스코어는 1대 1로 균형을 맞췄고, 설날을 앞두고 분위기가 급변했다.

결승1국에서는 커제가 우여곡절 끝에 변상일을 꺾고 대 변상일과의 상대전적에서 7연승 기록을 이어갔다. 경기 후 커제는 "승부는 아슬아슬했고, 내용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결승2국에서는 경기 내용과 상관없이 규칙 위반으로 중단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삼성화재배에서 새로 도입된 한국 규칙에 따라, 바둑알은 바둑통 뚜껑 위에 반드시 올려야 한다. 경기 전 중국 위빈 총감독이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으나, 커제는 두 번째 경기에서 과도한 집중을 한 나머지 이를 잊고 두 차례 위반했다.

위빈 감독은 "한국 측에 판정이 지나치다는 항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차 경고로 '벌점 2점'을 받은 뒤 항의를 한 커제가 결과 확인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중국 바둑계에서는 커제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자 기사 쉬잉은 "이건 바둑 기술과 무관하며, 직업 기사에 대한 모욕이다. 규칙보다 중요한 '도(道)'가 있다. 커제가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탕웨이싱은 "바둑 정신으로 볼 때, 바둑알을 뚜껑에 넣느냐로 승부를 결정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심지어 규칙상 '언제' 넣어야 하는지도 명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자 기사 왕샹윈은 "SNS에서 변상일이 패했다며 꾸짖고 있다. 규칙은 따라야 하지만 규칙 위에는 기도정신이 있는 것이다"라며 이번 판정을 비판했다. 

커제의 절친 롄샤오는 "중국기사들이 약간 부주의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나도 이런 실수를 해서 한국에 지적을 받은 일이 있는데 대국 중에 쉽게 잊어버린다. 한국의 이런 규칙은 과학적이지 않다. 게다가 변상일이 너무 치사하게 이겼다. 커제가 마지막 대국에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멍타이링은 "이 규칙은 28년 전 바둑계에 도입됐으나, 지금에 와서야 국제 대회에서 적용됐다. 이런 규칙으로 인해 가장 논란이 많은 경기로 남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위빈 감독은 "커제가 평정심을 유지한다면, 최종국에서도 좋은 경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사자인 커제는 판정에 대해 이의가 있지만 이를 존중하며, "최종국에서는 방해를 이겨내고 내 실력을 발휘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