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통신
中 한국추월하려면 10년 이상 걸려
88년 이후 한국 55회, 중국 25회 우승
2014-01-21 오후 4:30:14 입력
▲ 중국이 최근 눈부시게 세계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사진은 구리-이세돌 2012년 삼성화재배 결승장면.
중국바둑이 한국바둑을 앞질렀다?
2014년 초, 신화통신사는 2013 중국스포츠 10대 뉴스를 발표했는데 중국바둑이 세계대회 6관왕을 달성했다는 소식도 10대 뉴스에 꼽혔다. 신화통신사는 순위와 상관없이 사건 발생 순서로 10대 뉴스를 발표했는데 중국바둑 세계대회 6관왕 소식과 관련해서 "12월11일, 탕웨이싱이 세계대회에서 한국 이세돌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기사는 2013년 여섯 차례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됐는데 이는 중국바둑역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여섯 개의 세계대회에서 저우루이양, 스웨, 판팅위, 미위팅과 탕웨이싱은 모두가 90후 세대기사이며, 나이가 가장 많은 기사는 1989년생인 천야오예이다."라고 소개했다.
중국바둑이 중국관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사가 선정한 10대 뉴스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바둑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화통신사는 그 외에도 "랑핑, 다시 한번 중국여자배구 지휘봉을 잡다", "장베이멍이 10.4초로 중국 100m신기록 달성", "베이징-장쟈커우가 연합해서 동계올림픽 신청", "광저우 헝다 축구팀이 아시아클럽축구 정상 등극" 등을 순위에 올렸다.
2013년은 세계바둑대회가 탄생한지 25년 되는 해였다. 1988년 다케미야가 후지쯔배에서 처음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나 이후 세계바둑계의 삼국쟁패는 이미 4반세기의 역정을 이어왔다. 이 기간 동안 92차례의 세계대회가 벌어졌고, 32명의 세계대회 선수권자를 배출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는 한국의 이창호로 17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어 이세돌이 14회로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 바둑황제 조훈현이 9회 우승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가 37세에 첫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마지막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는 50세였다는 점은 놀라운 기록이다.
▲ 세계대회 최다 우승자 1~3위. 이창호(17회) 조훈현(9회) 이세돌(14회).
중국바둑팬들에게 있어서 25년의 역사는 일본을 배워가며 추격하고 한국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억압을 당해오다가 결국 뒤집기에 성공한 고난의 역경이다. 그런 의미에서 1995년 동양증권배에서 마샤오춘이 중국 바둑사상 첫 세계대회 우승을 달성한 이후 수없이 한국바둑을 공략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2013년 6개 세계대회 싹쓸이를 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바둑은 지난해까지 총 25회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지난해 중국 싹쓸이 주역인 6명 이외에 마샤오춘, 위빈, 창하오, 뤄시허, 구리, 쿵제, 퍄오원야오, 장웨이제 등 총14명의 세계선수권자를 배출했다.
지난 25년간 세계바둑도 많은 스토리를 남겼다. 2011년 최초의 세계대회였던 후지쯔배가 24회로 막을 내렸고, 도요타배와 BC카드배가 각각 4회 대회를 치르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마샤오춘이 중국기사로서 첫 세계대회우승을 차지했던 동양증권배는 7회 대회를 치르면서 바둑팬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됐다. 그런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응씨배는 7회 대회를 치렀지만 4년에 한번 치르는 바둑올림픽이라는 타이틀로 바둑역사를 계속해서 써가고 있으며, 삼성화재배와 LG배도 장수를 하면서 각각 18회를 치렀다. 중국대륙에 바둑 돌풍이 불면서 중국기업이 후원하는 춘란배, 바이링배, 몽백합배가 탄생하면서 중국바둑시대를 예고했다.
중국기원 류스밍 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바둑의 실력이 한국만 못하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겸손이다. 나는 한중 바둑이 이미 균등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오히려 중국이 약간 앞서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후배들의 역량에 있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마 미래에는 바둑이 한중일 3국이 정립하여 서로 경쟁하고 서로 발전하는 국면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중국기원 지도부는 이제까지 중국바둑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의견에 대해서 아직 멀었다는 겸손하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2014년 들어서면서 자신감이 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는 서슴없이 중국바둑이 한국바둑을 앞질렀다고 해도 정확한 논리나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반박하기가 어렵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도 중국바둑계 일각에서는 지난 해 중국바둑이 세계대회를 싹쓸이 했다고 해서 중국바둑이 세계바둑사를 바꾼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기록적인 통계로 볼 때 92차례의 세계대회 가운데 중국기사가 총 25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총 11회 우승한 일본과 격차를 벌였지만 동시에 55회 우승을 차지한 한국과의 거리는 아직 요원하다. 현재 삼성화재배와 LG배만이 1년에 1회 개최하며, 중국이 개최하는 바이링배, 몽백합배, 춘란배는 격년으로 치러지고 응씨배는 4년에 한번 대회를 개최하고 있어 매년 3.75개의 세계대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고 중국이 2013년과 같은 강세를 이어나가더라도 한국의 우승 횟수를 추월하려면 8년이 걸릴 것이며, 현재 한국의 정상급 기사의 실력을 볼 때 아마도 한국을 추월하려면 아직도 10년 이상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바둑은 확실히 예전 같지않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중국바둑이 달라졌다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의 기록은 과거의 기록일 뿐이다. 현시점이 중요하다. 지난 해 한국바둑은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18년 만에 1년 동안 세계대회(개인전)에서 단 한차례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무관의 신세가 되는 수모를 당했다. 세계바둑의 대세가 일본-->한국(90년대 초)-->중국(2013년 말)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천야오예 스웨 탕웨이싱.
중국바둑이 한국바둑을 부러워 한 것 중에 하나가 이창호,이세돌 같은 걸출한 슈퍼스타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창호-이세돌 두 사람이 거둔 세계대회 우승횟수가 무려 31회로 한국우승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다. 몇몇 초대형 스타가 한국바둑계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구리가 7회로 가장 많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창하오-쿵제 3회, 마샤오춘 2회 등을 기록했을 뿐이다. 2013년 중국 싹쓸이의 주인공인 판팅위, 탕웨이싱, 스웨,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미위팅 등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세계대회 우승 가능성은 많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퍄오원야오, 장웨이제, 뤄시허, 위빈 등은 모두 단 한차례 세계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음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 내부의 선수층이 두텁다 보니 중국기사들 사이에서는 세계대회 못지않게 국내대회 우승도 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최근 배태일 교수가 2013년 말까지의 대국결과를 집계하여 발표한 랭킹을 보면 스웨, 박정환, 김지석, 천야오예, 이세돌이 1위~5위까지 랭킹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6위~10위까지 미위팅, 구리, 저우루이양, 최철한, 탕웨이싱 등 중국기사 4명, 한국기사 1명이 이름을 올렸다. 상징적인 1위 자리를 중국기사가 차지하고 있으며, TOP10명 중 6명이 중국기사이다. 3년 전의 상황으로 되돌아 가보자. 2011년 1월 배태일 교수가 발표한 세계랭킹은 1위~5위에 이세돌, 쿵제, 박정환, 최철한, 강동윤 그리고 허영호, 구리, 씨에허, 원성진, 리저가 그 뒤를 이어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뒤바뀌어 TOP10에 한국기사가 6명 중국기사가 10명이 올랐다.
과거 한국의 1인자가 곧 세계1인자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중국바둑이 그런 행복(?)을 누릴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TYGEM / 김경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