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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편지

아일랜드에서 온 첫 번째 편지

- 아일랜드 바둑보급 이야기

2014-01-29 오전 10:03:32 입력 / 2014-01-29 오후 12:28:54 수정

▲ 아랫줄 맨 오른쪽에 있는 이가 바로 유학생 정승교. 더블린 학교에서 친구들과 찰칵.   

안녕하세요. 아일랜드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아마5단 정승교입니다. 어느덧 2개월이라는 시간을 더블린(아일랜드의 수도)에서 보내며 새해의 첫 아침을 이곳에서 맞이했습니다. 즐거웠고 마음이 따뜻했던 크리스마스 시즌(크리스마스와 새해 첫 날을 포함한 2주간)이 지나고 지금은 모두가 잠시 놓아뒀던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이곳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명절과도 같아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만찬을 즐기며 평온한 하루를 보냅니다.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에는 정신없이 이곳저곳이 축제와 파티의 연속입니다. 저 또한 Galway라는 아일랜드 서쪽 지방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다음날 신문 1면을 장식할만한 태풍이 몰아쳐서 무지막지한 비바람에 몸이 이리저리 밀렸고 어두컴컴한 길거리를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 다시 오리라 마음을 먹고 시내 주변만을 걸어 다녀 아쉬움이 남았지만 바다 내음을 맡으며 먹는 신선한 Sea-Food와 Guinness 한 잔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었습니다. 아이리쉬(아일랜드인)들은 Guinness를 대낮에도 음료처럼 마십니다. 목 넘김이 너무나 부드러웠고 왜 아일랜드 Guinness가 유명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날에는 함께 살고 있는 아이리쉬 가족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푸짐하고도 정성이 가득한 식사(칠면조 요리)를 하였습니다. 저희 집 주인 어머니께서 요리를 꽤 잘하십니다. 비교적 저렴한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데도 매일매일 고급 호텔에서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어 넣어 주십니다.

또한 중국인 가족에게 저녁을 초대받아 'Hot Pot' 이라는 타국의 음식 문화를 경험했습니다. 재료와 스타일은 약간 다르지만 우리나라의 샤브샤브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중국의 음식문화라고 하네요. 끝에는 과일까지 싸주시며 언제든지 놀러오라고 친아들처럼 대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 아일랜드 바둑클럽의 분위기.

아일랜드에 첫 발을 들이자마자 바로 맞은 홀리데이로 인해 잠시 학생의 본분을 잊었지만 방학이었던 학교가 개학을 하고 지금은 다시 영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이 영어실력을 늘리는데 있어 전부는 아닙니다. Input이 있다면 Output도 있어야하듯이 축제를 즐기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여 사람들을 만나 영어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동안 공부했던 표현들을 써먹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현재 수업 외에 언어교환 모임, 미술 모임, 아이리쉬 바둑 클럽에 나가고 있습니다.

사실 아일랜드에서 바둑 클럽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Go(유럽은 바둑을 Go라고 부릅니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곳의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기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Pub이나 Cafe에 자리를 빌려 모임을 갖기 때문에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Google이라는 싸이트를 미친 듯이 뒤져서 겨우 알아낸 곳이 바로 이곳 Collegians Go Club입니다.

이곳은 Irish Go Association에 소속되어 있고 이런 모임이 아일랜드에 네 곳(Dublin, Cork, Galway, Belfast)에 있습니다. 클럽마다 10~15명 정도의 인원을 갖고 있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임을 갖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바둑클럽에는 12명 정도의 인원이 있고 매주 월, 수요일 저녁에 수담을 나누러 모입니다.


▲ 필자도 아일랜드 바둑클럽에 합류.

기력은 10급에서 3단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에 있는 제 앞에 앉아 계신 어르신께서는 항상 저를 찾아 한 수 하자고 하십니다. 1단정도의 기력을 갖고 계신 분이시고 간만에 고수가 찾아 왔다며 저를 항상 반겨주십니다. 저번에는 프로 기보 해설집을 저에게 보여주시며 자기가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이라며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위에 사진을 보시면 파란 반팔을 입고 서 계신 분이 초, 중급자들에게 바둑을 알려주시는 선생님이십니다.

2주 정도 이 클럽을 다녔을 때, 바둑 홍보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분들의 바둑을 대하는 태도나 열정이 대단했고 영어에 서툰 저를 매번 챙겨주시는 친절함에 감동이 컸나봅니다. 분명 바둑에 관심이 있지만 이런 곳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접해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Meet-up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임 싸이트를 이용하여 Go Meet-up (http://www.meetup.com/Go-Baduk-Weiqi-Club-in-Dublin/) 을 만들었습니다. 만든 지 며칠도 안 되서 회원이 15명으로 늘었습니다. 가입 인사 글들을 보니 예상대로 바둑을 어디선가 접하고 흥미를 가졌는데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중에는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첫 모임을 갖기 위한 준비를 하던 중, 정말 감사하게도 Tygem에서 제 후원요청을 받아주시고 휴대용 바둑판을 20개나 보내주셨습니다. 이곳은 물가가 비싼 편이라 가난한 유학생인 저에게는 바둑판을 여러 개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고 모임 때면 매번 바둑용구를 들고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여러 고민들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을 깔끔히 해결해주셨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Collegians Go Club 사람들과 나누다보니 그들도 더 많은 바둑 인들을 원한다며 같은 시간대에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모임을 가질 장소 또한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너무나 반가운 소리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달 말부터 Collegians Go Club과 제가 만든 Go Meet-up 사람들이 함께 수담을 즐기게 됩니다.

저에게도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고 아일랜드 바둑 인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 Tygem을 통해 저의 아일랜드 바둑 보급 이야기와 더불어 아일랜드 곳곳을 조금씩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특별히 궁금한 점들이 있으시면 댓글로 달아주시고 틈틈이 응원해 주시면 더더욱 힘을 얻어 최선을 다해 바둑 보급을 하겠습니다.

▲ 필자가 홈스테이하고 있는 집.

▲ 집주변 풍광은 대체로 이렇게 한가롭다.

▲ 주변에 이런 묘지(?)도 있다.

▲ 홈스테이 하고 있는 가족들과 크리스마스 명절에 즐긴 저녁파티.

▲ 중국가족들에게 저녁초대를 받아 'hot pot'이라는 귀한 음식도 먹었다.

▲ 제가 보급하고 있는 바둑클럽에는 여성분도 있다.
TYGEM / 정승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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