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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바둑도 약물 검사를 한다

한상대 교수에게 듣는 유럽 바둑 소식 16

2006-05-19 오전 10:52:59 입력

유럽 각지에 한국 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힘 쓰는 한상대 교수. 한 교수는 "해외에 나가 보면 바둑보급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소홀히 해 왔는지 누구나 금방 느낄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바둑 보급을 위해 유럽행을 택했다. 3월 25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가 열리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 방문한 것(관련기사보기).

그는 3월 24일 한국에서 바둑의 열기가 식지 않는 독일을 향해 떠났다. 그와 함께 한해원 2단과 이하진 2단도 동행했다. 약 15일간 유럽 각지를 돌며 있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소식을 한상대 교수에게 듣는다. 사진은 한해원 2단이 유럽에서 직접 찍어 전달해 준 것이다.

 

<네덜란드 편>

위치 : 영국 건너 편, 독일, 벨기에와 접경
수도 : 암스텔담
나라 꽃 : 튜맆
인구 : 1 천 7백만 명

다시 프랑스 칼레에서 브룻셀로 가는 기차를 타고 거기에서 암스텔담 가기 전 역인 레이든(Leiden)까지 우리는 가야 한다. 이 곳 홀리데이 인(Holiday Inn)이 우리의 숙소이다. 그런데 브룻셀에서 네덜란드 행 마지막 기차를 탔는데 항구도시 로테르담까지 밖에 안 간다고 한다. 그것도 도착 시간이 밤 12시다. 나는 10시에 하리(Harry van der Krogt 3단)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다. 하리는 우리 호텔 값을 벌써 지불했으며 자기가 운전해서 지금 곧 로테르담으로 떠나겠다고 한다. 우리는 마치 서울에 올 사람이 대전에 밤 12에 도착해서 데리러 오라는 꼴이 됐다.

우리가 로테르담에 도착하여 하리를 기다리는 20분 동안에 내가 해원이에게 먹을 걸 좀 사오라고 했다. 여기에 오는 기차에는 식당 칸이 없었다. 해원이가 조금 후 돌아 오더나 “교수님, 여자 혼자 들어가기는 식당 분위기가 좀 그런 것 같아요” 해서 내가 길 건너 음식점에 해원이와 같이 갔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 그 동안 짐은 하진이가 지키고 앉았다. 우리는 역 앞 아랍 계통 사람들이 하는 식당에 들어갔다. 각종 인종들이 북적거리는 속에서 케밥(Kebab) 비슷한 음식을 사 갔고 왔다. 역시 해원이와 하진이가 끝내주게 잘 먹는다. 조금 있다가 하리가 웃으며 역으로 걸어 들어오는데 미안해 죽겠다. 도버 역만 안 지나쳤으면 이런 민폐를 안 끼쳤을 텐데.


▲ 영국에서 프랑스로 가는 기차안, 프랑스에서 기차로 네덜란드에 갈 예정이다. 이하진 2단 옆의 남학생이 배낭여행 중이라는 레논.

 

2006년 4월 8일

새벽 두 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 우리는 아침 식사를 좀 늦게 하고 테오의 안내를 받아서 나갔다. 테오(Theo van Ees 2단)는 작년에 명지대 학술대회에 네덜란드 대표로 왔던 사람이다. 그는 '바둑이 서양까지 오게 된 배경'에 대해 발표했다. 테오는 역으로 가서 이 곳에서 1 시간 떨어진 힐버섬(Hilversum) 이란 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고 한다. 내가“우리는 1등 기차표가 있다.”며 웃으면서 하진이에게 '유레일 파스'하니까 하진이가 호텔에 두고 나왔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기차표를 사서 우리는 힐버섬에 갔다. 인구 10만명의 소도시 힐버섬 쇼핑센터는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1 층에는 바둑과 첵커, 2층에는 체스와 브릿지 대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유럽 바둑 문화 센터 매니저인 프랑켄 얀센(Franken Jansen 6단-현 네덜란드 챔피언)씨가 일본 옷을 입고 열심히 바둑 강의를 하다가 우리를 반긴다. 우리는 이 곳에서 첵커 세계 챔피언도 만났다. 우리도 지도기도 두어 주면서 참여했다. 점심 때 모두가 같이 몇 블록 떨어진 식당으로 갔다. 비가 오니까 테오가 자기의 코트를 벗어서 하진이에게 입혀 준다. 자기는 와이셔츠 바람으로 움츠리고 비를 맞으며 간다. 거기에다가 날씨가 꽤 춥다. 소위 서양식 신사도를 발휘한 것이다.

네덜란드 바둑협회는 그 나라 체육부 소속으로 되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이 돈으로 어린 유망주 바둑 교육비에 쓰려는 생각이 있다며 한국 유명도장에 자기네 영재를 보내면 경비가 어떻게 드는지 문의를 해 온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체육부 산하 기관은 경기를 하기 전에 약물검사(Doping Test)를 해야 하는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거다. 내가 "바둑에 무슨 약물 검사가 필요하냐?"고 묻자 롱엔씨가 "바둑에도 필요하다. 집중력 유지시간(Concentration span)을 늘려 주는 약, 긴장완화제 등은 어느 선수들에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바둑이 체육부에 소속이 되면 바둑대회에 약물검사가 규정화 되려나?


▲ 네덜란드 대사배 바둑대회장 수퍼그룹의 대회 모습.

오후에 래이든 바둑클럽 대사배 대국장으로 왔다. 다음 주에 한국 대사가 바뀐다고 한다. 그래서 대사관에서는 김 영사 혼자만 나와 있다. 네덜란드 바둑 협회장 롱엔(Jan van Rongen 3단)씨가 나에게 대사가 안 나와 개막식이 없어져 일부러 힐버섬에 우리를 먼저 가도록 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에게는 대신 시상식 때 인사말을 해 달라고 한다.

“한국 대사배에 대사 자신이 안 나오다니”속으로 기분이 안 좋았으나 하필 대사가 바뀔 때 이런 행사가 있게 된 것도 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했다. 수퍼그룹 16명이 바둑 두는 모습을 우리는 유리문을 통해서 들여다보았다. 해원이가 “바둑 두는 모습들이 너무 진지해요.” 한다.

기분이 찜찜해 있는 나에게 김 영사가 “저녁 늦게나 오늘 3라운드가 끝 날 테니까 그 동안 제가 헤이그를 안내해 드리겠습니다.”한다. 주최측에 얘기하고 우리 3명은 김 영사 차로 1 시간쯤 떨어진 곳에 있는 네덜란드의 수도 헤이그에 갔다. 김 영사는 바둑이 아마 3단이고 우리에 대해 벌써 알고 있었다. 우리는 그와 먼저 아름다운 해안 휴양지인 스케이브닝헨을 차로 돈 후 시내로 갔다.


▲ (왼쪽부터) 네덜란드 영사와 이하진 2단, 한해원 2단. 한상대 교수.

그는 우리에게 국제사법 재판소, 국회의사당 등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만국 평화 회의장에 가서 우리는 차에서 내렸다. 건물이 크고 무게 있어 보인다. 이 곳은 이준 열사가 제2회 만국 평화 회의에 가서 을사보호조약을 무효화시키려고 노력하던 장소다. 한국 대표는 회의장에 못 들어가게 해서 밖에서 각국 대표를 상대로 전단을 뿌리고 애를 쓰다가 이 곳에서 운명했다. 그 당시 이준 열사에게 이 곳은 얼마나 생소한 곳이었을까. 그 분의 명복을 빈다. 우리는 저녁을 한국 식당에서 먹었다. 주인이 나와 바둑 사절단을 환영한다고 인사를 한다.

(한상대 교수의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 소식은 계속 이어집니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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