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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타

파리에서 마지막 밤

한상대 교수에게 듣는 유럽 바둑 소식 11

2006-05-10 오전 11:39:16 입력

유럽 각지에 한국 바둑을 보급하기 위해 힘 쓰는 한상대 교수. 한 교수는 "해외에 나가 보면 바둑보급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소홀히 해 왔는지 누구나 금방 느낄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시작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바둑 보급을 위해 유럽행을 택했다. 3월 25일부터 4월 10일까지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가 열리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에 방문한 것(관련기사보기).

그는 3월 24일 한국에서 바둑의 열기가 식지 않는 독일을 향해 떠났다. 그와 함께 한해원 2단과 이하진 2단도 동행했다. 약 15일간 유럽 각지를 돌며 있었던 일들을 기록했다.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소식을 한상대 교수에게 듣는다. 사진은 한해원 2단이 유럽에서 직접 찍어 전달해 준 것이다.


2006년 4월 3일

원래는 오늘이 파리를 관광하는 날로 잡혔는데 지난 사흘간 우리가 워낙 많이 돌아 다녀서 오늘은 박물관만 보기로 했다. 루불과 오르세이가 우리의 목표이다. 나는 영국행 기차표를 끊으러 무슈장과 역으로 가면서 해원이와 하진이만 루불 앞에 떨어뜨렸다. 12시 반에 주철기 대사가 우리 일행을 '사모'라는 한국 식당에 초대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역에 가니까 집시 여자들 10여명이 싸움이 났는데 한꺼번에 다 악을 쓰는 바람에 주위가 너무 시끄럽다. 나는 83년에 서봉수 9단과 이 곳에 왔을 때 집시여자 소매치기가 내 속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을 잡은 일이 있어 그들은 나에겐 항상 경계 대상이다.


▲ 시티투어 버스로 파리를 구경하는 이하진 2단.

표를 예약하고 루불로 오는 길이 막혀 약속한 자리에 오니까 해원이와 하진이가 10분 이상 기다리고 있다. 이 둘은 다 소설 다빈치 코드를 읽어서 루불은 놓칠 수가 없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루불에 들어갈 수 있는 표를 샀다. 루불에 들어가서 모나리자, 비너스상, 천사상, 나폴레옹 대관식 등 소문난 작품은 다 보느라고 뛰어 다녔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가 점심 약속 시간에 1분 밖에 늦지 않았다. 주철기 대사는 외통부 내에서도 엘리트로 알려진 인물이다. 내가 이번 행사에 대해 감사하면서 우리가 한국 바둑 세계화를 위해 일 하고 있는데 스폰서가 없어 한국기원에서 명목상 조금만 지원하고 프로들까지도 자기 경비로 여행한다고 하자 주대사가 놀란다. 그는 내년 대회는 그 곳 주재 한국 상사들의 협찬을 얻어 우리 일행 경비에 도움이 되도록 조처해 보겠다고 약속한다. 해원이와 하진이가 점심 후 “교수님, 큰 수확을 거두신 것 같아요”하며 좋아한다.


▲ 매시간 정각마다 하는 에펠탑 레이져쇼.

우리는 식사 후 계획대로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있는 오르세이로 갔으나 월요일인 오늘은 휴관이라고 한다. 내가 “아쉬운 대로 오르세이 대신 암스테르담에 가서 고흐박물관에 너희를 데려 갈 테니까 그 걸로 이번 여행은 때우자”고 달랬다. 그러자 하진이가 오늘은 자기 4촌인 고모부 딸이 자기와 동갑내기인데 같이 지내고 싶다고 한다. 그래서 샹제리제에 가서 고모부에게 하진이를 보냈다. 나와 해원이만 남아 무슈장과 라데팡스(La Defence) 신 도시 쪽에 갔다. 개선문 두 배 만한 라데팡스 문 사이로 멀리 샹제리제와 개선문이 일직선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현대식 건물은 이 곳과 몽 파르나스 정도에서만 볼 수 있다.

저녁에 퇴근한 다른 한국 바둑인들이 우리를 다시 만났다. 그들도 모처럼 한국에서 온 바둑 사절단이 반가운가 보다. 그들과 합세하여 우리는 바토무슈(Bateaux-Mouches)에서 세느강변 유람선(La Seine River Cruise)을 탔다. 밤에 보는 파리 야경은 환상적이다. 바둑 회원 중 전문 관광 가이드가 있어 우리에게 부지런히 설명을 해 준다.

유람선 관광 후에 우리는 파리에서 유일하게 항상 여는 바둑 카페 '레스코'에 가 보기로 했다. 퐁피두센터 근처에 있는 레스코(Lescot)가에 있는 레스코호텔의 1층과 2층 카페가 파리 바둑인들의 아지트이다. 밤 11시가 되었는데도 10여명이 바둑을 두고 있다가 우리를 반긴다. 그들은 우리 일행 전체에게 차와 맥주를 대접하고 바둑 얘기 꽃을 한참 피웠다. 우리는 파리의 마지막 밤은 이렇게 보냈다. 호텔로 돌아오니 하진이가 벌써 와 있다.

(한상대 교수의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한국 대사배 바둑대회 소식은 계속 이어집니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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