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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통신

중국 졌지만, 이창호의 부활은 기쁨과 감동

구리의 빨간 양말은 이창호에 별무신통

2007-02-12 오전 11:54:59 입력 / 2007-02-12 오전 11:50:12 수정

모든 사람들이 헤어나오기 힘든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할 때, 이창호는 그만의 신성한 성지에서 화려하게 ‘왕의 귀환’을 결행했다.
2월 9일, 제8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 상하이(上海)에서 거행됐다. 한국의 주장인 이창호 9단은 1집 반의 차로 중국의 주장 구리(古力) 9단을 꺾으며 한국에게 7번째 우승컵과 함께 1억 5천만원의 우승상금을 안겼다.


▲ 이창호(오른쪽)과 구리가 농심신라면배 최종국을 시작하고 있다.

최종국에서 이창호는 시작부터 충만한 기세로 흑을 잡고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기자들에 따르면, 세계 주요대국에서는 첫번째로 시도하는 포석이라고 했다. 초반부터 이창호는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돌을 놓았고, 10수까지 사용한 시각은 고작 1분에 불과했다. 뒤가 없는 마지막 승부에 임하는 그의 강렬한 기백이 느껴졌다.

구리는 흑 17의 2선 붙이는 수를 보고 먼저 장고에 들어갔고, 중앙에서 머리를 내밀며 순조롭게 수습을 할 당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계속 이어진 혼전 중, 구리는 이창호의 중앙에 뜬 흑대마에 강수를 연발했으나, 바둑판의 절반에 걸친 대형 전투 중 구리는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고, 결국 미세한 형국의 계가바둑으로 변했다.

이후 이어진 끝내기의 시간은 과연 이창호의 독무대였다. 구리의 우세인 형세는 어느덧 ‘큰대(大)’에서 ‘작을 소(小)’로 감소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작을 소(小)’는 ‘없을 무(無)’자로 변하고 있었다. 최후 모든 돌들이 놓여진 후에 결과를 살펴보니 결국 이창호의 1집 반 승리였다.

이창호의 눈부신 활약으로 한국팀은 지난 대회의 뼈아픈 패배를 딛고 일어나 일곱 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고, 중국팀은 8년 동안 이어진 농심신라면배 악연에 통한의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그러나 바둑팬의 입장에서, 중국의 실패는 가슴 아프지만 이창호의 신기에 가까운 부활은 기쁨과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2007년 한해 중국바둑계로서는 걱정이 한층 증가했지만, 3국의 바둑대전은 더욱 자극적이고 흥미롭게 전개될 전망이다.



구리의 빨간양말, 별무신통!
사실 구리의 어제 대국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대국 시작 10분 전부터 나와 자리에 착석한 구리는 소리 없이 바둑판을 바라보며 승부를 준비했으나,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는 시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끊임없이 그를 공격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중년의 여성 바둑팬이 갑작스레 구리 건너편에 놓여진 백 바둑알을 한웅큼 꺼내 쥐더니 곧바로 바둑판 앞에 펼치는 것이었다. 마치 구리에게 흑백을 가려보라는 뜻의 행동으로 보였다. 혼란스런 상황에서 다행히 이창호가 시간에 맞춰 등장했고, 구리는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큰 승부를 앞둔 구리에게 적잖은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 것만은 사실이었다.

이번 대국은 구리가 본명년(83년 돼지띠)이 지나기 전의 마지막 중요 대국이었다. 검은색에 스트레이트 줄무늬가 들어간 양복을 입은 구리는 역시 세심하게도 신발 안에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리라는 희망이 담긴 빨간 양말을 신고 있었다. 그러나 우세했던 형세의 바둑에서 구리는 갈수록 손해를 거듭하며 결국 승리를 놓쳤다.


▲ 수읽기에 열중하고 있는 구리.

짧고 조용한 복기를 마치고, 이창호는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떠났고, 구리는 홀로 쓸쓸히 남겨져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잠시의 적막의 시간이 지나고 구리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너무 아쉽게 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쓴웃음 뒤에 후회와 통한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구리는 이어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실력은 사실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승부는 이렇듯 한순간에 결정된다”며 아쉬워했다.

“구리 걱정하지 마라, 앞으로 힘내면 된다!”는 기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구리는 어깨를 두드리며 온화한 미소로 맞는 아버지에게 기대며 쓸쓸히 대국실을 떠나갔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매번 큰 대회에서 실패를 거듭한 창하오(常昊) 9단이 부인 장쉔(張璇)의 묵묵한 지지를 받으며 함께 떠나는 장면이 교차되며 떠올랐다. 가족의 위로는 영원한 시간 동안 무궁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듯 하다.

http://sports.sina.com.cn 2007년 02월 10일 발췌
TYGEM / 이영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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