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와 창하오는 6월 22일 제7회 춘란배 결승에서 만난다. 두 기사는 1998년 후지쯔배에서 만나고 10년간 정상대결을 하고 있다. 이세돌과 구리 등 현재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기사들이 아닌 이창호와 창하오의 만남은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
07년 이창호와의 삼성화재배 결승전이 끝나고 창하오는 "나는 믿는다. 나와 이창호는 다시 세계 대회 결승전에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었는데 이 믿음이 6월에 현실이 된다.
2년 전 삼성화재배 결승이 끝나고 창하오는 세계 대회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7년 3월 춘란배에서 구리와 결승을 다툰적이 있지만 2006년 9월에 이미 이룩한 성적이다. 그리고 창하오는 후지쯔배, LG배, 삼성화재배, 도요타덴소배 등 수많은 대회에서 탈락하며 관전자 입장에 처했다. 유일하게 2007~2008년에 농심신라면배에서 목진석, 이창호, 박영훈 등에게 연승을 거두며 중국이 처음으로 농심신라면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2008년 부터 지금까지 창하오는 컨디션이 좋지 안아 또 프로 생애에서의 위기를 맞았다. 연속해서 마인드스포츠게임즈, 아함동산배, LG배 등에서 탈락하며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한 명의 프로기사에게 장기간의 연패는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것이다. "기사의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실력은 2점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말이 있는데 창하오도 2점 정도는 아니지만, 그 만큼 차이가 많이 난다고 인정을 했을 정도다.
이런 시련 속에서 창하오는 바둑을 사랑하는 변함없는 마음과 강인함으로 매일 신체 단련을 하며 기보를 연구했고 춘란배 결승에 올랐다. 이제 자신의 실력을 다시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중국 장기의 권위자인 후룽화(胡荣华)는 창하오에게 "얼마나 많이 졌는지는 상관이 없다. 중요한 순간에 이길 수 있는 능력이 있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는 것이다. 항상 대회에서 질 수 있지만 꼭 이겨야 할 때는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일류 기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창하오는 "현재 내가 가진 에너지를 여러 대회에서 쏟을 수 없다. 나는 춘란배를 대비하고 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헬스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고 일어난다. 춘란배 8강전, 준결승 때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컨디션 상태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준비 단계는 세계 대회에 많이 출전한 경험이 있는 기사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상대자 이창호는 어떤가.
2005년 3월 춘란배 결승전 부터 이창호는 다른 기사에게 좋은 일을 시켜주고 있다. 2006년 삼성화재배, TV아시아선수권전에서 준우승을, 2007년에는 삼성화재배, 후지쯔배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2008년 다시금 살아나려고 할 때 후지쯔배 결승에서 구리에게 져 준우승을, 삼성화재배에서 이세돌에게 지고, LG배에서도 구리에게 졌다. 뿐만 아니라 잉씨배 결승전에서 최철한에게 1대3으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10년간 바둑계를 독차지해오던 이창호가 2005년 부터 2009년 까지 준우승만 6번 차지하며 지쳐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창호는 여전히 강하다. 춘란배 8강에서 중국기사 7명과 싸우며 결승에 오른 것. 특히 이창호는 "준결승전에 내가 없으면 매우 재미 없었을 것이다"라며 웃음을 보이고 구리와 쿵제를 각각 꺾었다.
오늘날 바둑계의 흐름은 구리와 이세돌로 흘러 가고 있다. 이런 때 이창호와 창하오, 두명의 사연있는 기사들의 세계대회 결승전 진출은 내포된 의미가 크다. LG배 결승전에서 구리와 이세돌이 만났던 것 못지 않은 대결이 될 것이다. LG배 결승전은 오로지 승부에만 집착했지만 춘란배 결승은 오랜 친구간의 만남으로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2008년 후지쯔배 준결승에서 창하오는 구리에게 져 유감스러워했다. "구리가 이창호에게 이겨서 우승을 차지해서 나도 매우 기쁘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내가 이창호와 만나길 기대했다. 이창호와 세계대회 결승에서 처음 만난 것이 10년 전 후지쯔배였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창하오와 이창호는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10년 간 바둑계에서 큰 활동을 해온 기사들이다. 두 기사는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종 일관 승부사로 살고 있다. 60년대 기사들은 이미 쇠약해졌고 80년대 기사들은 후배 기사들에게 밀리고 있다. 하지만 두 기사는 굳건하게 세계 정상에서 만났다. 서로의 존재로 인해 그들은 고독하지 않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며, 그들의 존재로 바둑계는 많은 이야기들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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