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춘란배 결승에서 격돌한 이창호(오른쪽)와 저우허양.
예전에 저우허양 역시 이창호의 천적으로 불렸으나 제5회 춘란배 결승전에서 1:2로 석불에게 패배 하고 말았다. 중국 선수들의 '천적우세론'는 두 이씨의 거목에게 패하면서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 '기풍이 상극'이었다는 생각은 우리의 일방적인 착각이었던 것 같다.
춘란배 결승전 두번째 대국에서 씨에허는 이세돌의 새로운 전법을 상대로 깔끔한 승리를 거뒀으며 아무도 이세돌이 패배 시 사용했던 전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비록 초반의 열세는 계속 되었으며 심지어 씨에허에게 결승 대국을 내줄 수도 있는 위기도 있었지만 이세돌의 고집은 계속되었다. 산에 호랑이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산으로 갔던 것이다.
아마 현재 바둑계에는 이세돌과 같이 대담한 선수는 없을 것이다. 이세돌은 항상 첫번째 대국은 승리를 거두며 두 번째 대국은 여유롭게 경기를 진행한다. 한중 신인왕전에서 펑첸을 상대할 때도, 삼성화재배 준결승전에서 구리를 상대할 때도, 토요타배 결승전에서 창하오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결승 대국을 치루게 되면 이세돌은 강력한 승부욕을 보이며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욱 강한 인내심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런 결승전에서 이세돌을 먼저 무너뜨릴 수 있어야만 “천적”이라는 칭호를 얻을 자격이 있으며 지금의 중국 바둑계에 이세돌의 “천적”은 없다. 구리만이 이세돌과 맞먹는 결승에 대한 투지가 있다고 본다.
씨에허는 줄곧 “평온함”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이는 이세돌과의 몇차례 경기에서 뛰어난 기력을 발휘하면서 얻은 별칭이기도 하며 이창호의 석불 기질과도 흡사하다. 이런 점 역시 바둑 팬들의 착각일 수 있다. 아마 최상급 선수들의 심오한 기법에 대해 이해를 하지 못한 나만의 분석일 수도 있다. 잔혹한 경쟁 세계에서 평온함은 승리의 무기가 되지 못하며 전적이 화려한 프로기사들은 모두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다.
▲이세돌(왼쪽)과 구리.
이세돌, 구리 등 선수가 기단의 최상에 서있는 것 역시 평온하지 않으며 작은 영토도 넘기지 않으며 침략을 즐기기 때문이다. 전성기의 이창호 역시 또 다른 방식으로 승부욕을 표현했을 뿐이다. 이창호는 관자를 정확히 1/24집까지 계산하는 치밀함을 보여주었다. 평온은 인생에서의 높은 단계를 말하며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바둑의 세계에서 평온을 너무 중요시하다 보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바둑의 세계에서 우승하려면 반드시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하며 형세를 돌보지 않는 대담함도 필요하다.
우리는 씨에허가 더욱 수준높은 경기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원한다. 춘란배는 씨에허의 첫 세계 대회이며 상대 역시 최강의 이세돌이었기에 심리적인 압박도 컸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패배의 근원은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초연함을 잃지 않으려면 어떠한 상대를 만나도 이길 수 있는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은 진리이다.
경기에서 패배한 씨에허는 냉정을 되찾아야 하며 중국 바둑계 역시 이번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 세계대회에서의 패배는 최상급 기사들이 성장하는 필수 관문이며 암흑 속을 뚫고 나올 수 있어야만 더욱 크게 성장할 수 있다. 창하오 역시 토요타배 경기에서 패배를 맛본 후 잉씨배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씨에허의 성장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기로 하자.
http://sports.sohu.com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