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5 오후 1:18:09 입력 / 2010-04-15 오후 1:47:36 수정
▲ 아마바둑사랑회관에 마련된 특별대국장에서 김희수 선수와 박성균 선수가 바둑을 두고 있다.
아마바둑 올스타전이 진행되는 Club A7 주변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이 싸늘한 기운이 백 년 만에 찾아온 4월 한파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익숙지 않은 승부의 분위기 때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단지 날씨 탓만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생중계를 위해 내실에 컴퓨터를 설치하던 중 박성균 아마 7단의 목소리가 홀에서 들려왔다. 성량이 풍부하고 목소리가 좋아서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목소리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박성균 아마 7단은 미리 와있던 장기 프로 김승래 9단과 담소를 나누며 분위기에 적응하는 듯 했다. 10분쯤 후 김희수 아마 6단이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왔다.
▲ 박성균 선수의 대국 모습.
대국 시작 전 돌을 가리니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성균 아마의 흑번. 바둑의 ‘바’자도 모르는 필자가 보기엔 기세로 보나 돌 색깔로 보나 박성균 아마의 분위기가 좋아보였다.
곧, 대국이 시작되고 양 선수간 인사를 나눈 후에 포석이 진행됐다. 그림 같은 포석이 진행되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필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대각선 포석이 등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초반부터 난전 양상이다.
포석이 끝나고 중반에 접어들자 판을 보는 필자의 눈이 빙빙 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필자는 흑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지켜보는 관전자들의 표정이 심각하다. 특히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던 신병식 감독이 표정이 더욱 그러하다.
좌하부터 흘러나온 백 대마가 심하게 시달리고 있지 아니한가. 저건 백이 살아도 별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시달리던 백 대마가 완생하자 별게 없는 게 아니었다. 흑집이 전부 단칸방 아닌가. 반면에 백은 중앙 집에 꽤 토실토실하니 살이 붙었고, 변에도 풍족하진 않지만 만족할만한 살림을 꾸리고 있었다.
그러나 흑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백대마를 둘러쌓았던 돌을 이용해 상중앙에 침투조를 보냈고, 침투조는 98%의 성공을 거두고 살았다. 선수를 취하지 못해 2% 부족하게 되어 선수를 잡은 백이 반상최대 끝내기 자리를 두자 흑은 돌을 거두었다.
대국 종료 직후 간단히 복기를 마치고, 김희수 선수가 활짝 웃는다. 동시에 청룡팀 감독인 임동균 아마 7단도 환하게 웃는다. 연패의 사슬을 끊어준 김희수 선수가 임동균 감독의 눈에 얼마나 예쁘게 보였을까.
대국이 끝나고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임동균 감독이 건배제의를 하며 “어제까지 박성균이한테 안 좋은 감정이 많았는데, 희수가 이겼으니 이제부터 좋은 동생으로 아껴줘야겠다”고 그간의 마음고생을 농담에 희석시켜 말했고, 김희수 선수는 “이왕 이긴 거 (함)영우까지는 이길게요”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가뭄에 단비 같은 1승을 청룡팀에 안겨준 김희수 아마 6단. 아마바둑 올스타전에서 펼칠 앞으로의 행마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