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
'청주소년' 안국현을 만나다
바둑입문 3년 만에 연구생 선발
2009-12-17 오전 1:00:1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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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제122회 일반인 입단대회를 통해 두 명의 프로기사가 탄생했다.
이형진(19)과 안국현(17)이 그 주인공이다.
그 중 나이가 어려 프로기사 서열 243번째 막내인 안국현 초단을 만났다.
12월 15일 서울 망원동의 한 식당. 이제 갓 입단한 안국현 군의 축하연이 열렸다. 망원동은 장수영 도장이 위치한 곳. 장수영 도장은 안국현을 포함해 9명의 프로기사를 배출했다. 순서대로 살펴보면 안달훈, 박병규, 서건우, 이원도, 문도원, 강창배, 김혜림, 류민형 순이다. 특히 올해는 세 명이나 입단해 가장 큰 성과를 이루었다. 그 자리에는 안국현 초단의 부모님이 청주에서 올라와 있었다. 여동생도 함께 있었다.
청주소년, 단수부터 배워 3년 만에 연구생 선발 청주가 고향인 안국현 초단(1992년생, 만17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바둑교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프로기사를 꿈꾸기에 늦은 감이 있었지만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2년 만에 서울 유학길에 올랐다. 바둑을 처음 시작한 청주 진흥바둑교실(최주성 원장)을 통해 장수영 도장을 소개받았다. 9살에 바둑을 시작해 11살에 본격적으로 바둑을 공부했고 1년 뒤(2003년 9월)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선발되었다. 초고속 코스다. 연구생 시절 안국현 초단은 수차례 입단 문을 두드렸다. 최근 1조에서 2조로 떨어지는 등 어린나이에 내신 성적으로 입단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일반인 입단대회는 달랐다. 연구생 6조와 4조 시절 출전한 대회(당시 최종본선은 12명 풀리그)에서는 각각 4승과 6승을 거둬 내신보다는 가능성이 더 많아 보였다. 결국 지난 11월 14일부터 열린 일반인 입단 최종리그에 출전해 2연승을 거두고 입단에 성공했다.
"도장 내에서 2인자 자리만 오래 있었다. 그 위에 이지현(국내 아마최초로 세계대회 32강 진출)이 있는데 국현이가 먼저 입단을 하게 됐다." 장수영 도장의 지도사범 박병규 7단이 제자 안국현을 기특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지현이에게 밀린 건 사실이지만 워낙 국현이는 바둑을 대하는 자세가 매우 좋은 친구라서 언젠가는 입단할 줄 알았다. 이제 관문을 뚫었으니 마음 편하게 넓은 세계에서 승부를 즐겼으면 좋겠다." 박7단의 충고에 안국현 초단이 머리를 숙였다. 반듯하고 겸손한 청년이다. "이세돌 사범님의 바둑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세돌 사범님처럼 힘차게 몰아치는 바둑은 아니에요. 초중반보다 끝내기가 강한 편이여서 아무래도 형세판단과 계산을 중시하는 편이죠. 물론 아직은 약합니다. 이제 입단했으니 안성준 초단과 꼭 만나고 싶습니다. 연구생 시절 안성준에게 많이 당했습니다. 최근 10판 대국에서 한 판이나 이겼는지 모르겠어요. 천적인 셈이죠. 하지만 이제 동등한 입장에서 붙어보고 싶습니다." 등용문을 통과하면 바둑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프로라는 타이틀에 책임감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순진하지만 독한 면이 있어요 축하연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인 안국현보다 더 환한 표정인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청주에서 올라온 어머니(이정임,44세)였다. "아빠가 군대에서 바둑을 배웠는데 나중에 아이들에게 바둑을 꼭 가르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요. 그래서 바둑을 가르쳐볼까 했는데 집 근처에는 학원이 없었어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바둑교실이 있어 바로 보내게 되었죠. 전혀 프로기사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바둑에 대해 알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학원에서 국현이가 남다르다고 하는거에요. 바둑 공부를 더 하려면 서울로 보내라고 했어요. 엄청 고민 많이 했죠." 청주 진흥바둑교실(최주성 원장)에서 남다른 재주가 발견되어 2년 만에 원장의 소개로 장수영 도장에 입성했다. 부모님들은 아이의 인생이 달려있는 문제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런데 국현이가 기왕 보내줄려면 빨리 보내달라고 재촉했다고 한다. 어리지만 자신의 진로를 명쾌하게 설정한 아들의 의사를 존중해 품에서 떠나보낸 부모들은 자나 깨나 맘이 편할 리 없었다. "서울에 있으면서 국현이가 집에 오는 날이 명절이나 특별한 날 등 5번 정도였어요. 평소에 연락도 없고 그래서 얘가 우리를 생각이나 하고 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아플 때 한 번 연락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그랬죠. 언제든지 전화해라. 우리가 올라갈 테니까 연락하라고. 그런데 한 번도 안하데요. 순진해보여도 알고 보면 독한 애 같아요." 충북 진천시 공무원인 아버지 안효석 씨(45)는 어머니와 달리 축하연 내내 무거운 표정이었다. "국현이는 아파도 아프다고 내색한 번 안하고 7년 동안 바둑만 공부했습니다. 차라리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라도 했으면 우리도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텐데 부모입장에서 힘들게 입단한 아들을 지켜보면 솔직히 마음이 아프죠."
큰일을 치러낸 17세의 안국현은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동안이지만 보기와 달리 생각이 깊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 전부를 입단준비 기간으로 보냈기에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텐데 당연한 운명쯤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 정말 열심히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할 생각입니다. 지켜봐주세요." 지옥의 관문을 돌파했으니 마음이 풀어질 법도 하건만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밝힌다. 성실함이 무기인 앙팡테리블 안국현 초단. 그가 프로 무대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길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