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자유인 '워러 진재호'를 만나다
월간바둑 기자 출신, 앞으로 중견강자 글, 후배 기자 양성 등 하고 싶어
2010-05-21 오후 1:40:09 입력 / 2010-05-22 오후 12:28:46 수정
4월부터 진행 중인 제7회 동양증권배 때문에 요즘 타이젬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인터넷 대회 역사상 가장 큰 우승상금 5000만원을 향해 한국·중국·일본·대만 강자들이 펼치는 가면무도회에 타이젬 유저들은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런 열기를 더욱 뜨겁게 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동양증권배 관전기를 쓰고 있는 진재호 바둑평론가(이하
진재호). ‘워러’로 통하는 그는 타이젬 유저들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클릭 해 봤을 동양증권배 관전기에서 바둑전문기자 20년에 녹아있는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타이젬-수요바둑잡학, 부산일보-바둑풍향계, 뉴시스-바둑뉴스 부분을 담당하며 다양한 바둑
언론계에서 종횡무진 중이다. 그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보석 같은 바둑정보들과 불혹의 나이에도 식을 줄 모르는 바둑에 대한 열정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최근 m스포츠연구소를 열어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을 시작했다는 그를 너무나 궁금해하는 타이젬 유저들을
대표해 기자가 떴다.

▲m스포츠 사무실에서 진재호 바둑평론가.
- 인터뷰 한다고 해서 놀라셨죠.
설마 했는데 진짜로 왔네요. 기자가 기자를 인터뷰 한다니 기분이
묘하네요.
- 타이젬 유저들에게 ‘워러’라는 이름으로 통하시는데요, 간단히 프로필을
소개해주세요.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뒤 건국대학교 영문학과에 진학했죠. 졸업 후 1991년 월간바둑 기자로
3년 동안 일했고, 그 후 3년 전까지 스포츠서울 관전기자로 활동했습니다. 2008 (사)대한체스연맹 사무국장. (사)한국브리지협회
홍보이사. (사)부산바둑협회 홍보이사를 역임하고 있죠.
- 어떻게 바둑계로 오시게
됐나요.
바둑을 워낙 좋아했죠. 어렸을 때부터 접했고, 한창 학교공부에 몰두해야 할 중1 ~고2 때도 기원에서 살았지요.
부산 온천장 부근 현대기원이 제 주무대였죠. (그는 올 초 농심신라면배 부산대국이 벌어질 당시에도 그 기원을 찾아 나섰다.) 당시 차수권
6단, 김종준 6단, 故임선근 9단 등 부산 아마강자들이 제 집처럼 드나들던 곳이었죠.
-
거의 20년 동안 바둑동네에서 글을 쓰셨네요. 전공이 영문학과이신데 어떻게 바둑전문기자를 하실 생각을 하게
되셨죠?
바둑을 좋아했지만 왠일인지 프로기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여기에 당시 기원 5급이던 제가
강1급인 차수권 사범에게 9점 놓고 패한 것이 결정타였죠.(웃음) 아니, 이렇게 잘 두는 차사범도 아직 입단을 못 하는데 9점 놓는 제가
어떻게 입단할까 싶었던 거죠.
제가 어렸을 때부터 바둑과 야구, 축구 등 스포츠를 워낙 좋아했어요. 당시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는데도 어머니께서 ‘월간바둑’과 ‘주간스포츠’는 정기구독 할 수 있게 해주셨죠. 그렇게 꾸준히 바둑계 소식을 섭렵했고, 현대기원에 나가
부산출신 프로, 아마들과 친해졌습니다.
바둑에 관해서 아는 것이 조금 생기니까 여러 바둑정보를 담은 관전기를 취미삼아 쓰고는
했습니다. 졸업 무렵 바둑기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월간바둑에서 보게 됐죠. 하루 늦게 지원했지만 다행히 입사시험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1991년 1명의 월간바둑 기자를 모집하는데 전국에서 30명이 넘는 인원이 지원했다.
진재호는 “마치 과거시험을 치르는 것 같았죠. 시험 문제는 ‘한국바둑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서술하라’였죠. 평소에 생각했던 부분이라 거침없이
써 내려갔습니다. 어찌나 글이 잘 써지던지, 합격할 줄 알았습니다.(웃음)”라며 회상했다.
지금은 프로대국을 인터넷,
바둑TV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1990년대에는 프로대국을 실시간으로 보려면 수시로 기록자들에게 기보를 받아봐야 했다. 주요대국이
열리는 날, 프로기사들은 검토를 시작했는데 그를 위해서는 누군가가 수시로 기보심부름을 해야 했다. 진재호는 자청해 기보심부름을 했고,
자연스럽게 기사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다.

▲검토실에서 검토중인 진재호 바둑평론가. 긔의 옆에 서봉수 9단, 이정환 기자의 모습도
보인다.
1년에 363일을 취재 다닐 정도로 일에 푹 빠진 진재호. 마침
부산에서 친분을 쌓은 아마강자들도 프로기사가 되어 한국기원에서 조우했고 낯을 가리지 않는 털털한 그의 성격은 기자라는 직업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밤 늦게까지 프로기사들과 술잔을 부딪치면서 바둑과 인생 얘기를 들었죠.
지금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타이젬에 연재된 진재호의 수요바둑잡학은 기사들의 습관, 복기 중
에피소드 등 다양한 주제의 바둑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는 현장에서 직접 캐치한 부분도 있지만 많은 프로기사들과의 대화 속에서 캐낸 그 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 기자로 가장
남는 기억은요.
서봉수 9단이 우승을 차지한 93년 잉씨배죠. 당시 서9단은 4강전에서 열세를 보이던 조치훈 9단을 넘어
오다케 히데오마저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죠.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세의 대충돌이 대국장에일어나는데 정말 기억에 남더군요. 당시 제목도
기억나네요. ‘심장-싱가포르를 녹이다’였죠.
-한국기원이 첫 직장이라는데 왜 그만 두신
것입니까?
제가 스스로 찾아간 첫 직장인데 애정이 왜 없겠습니까? 다만, 저는 튀는 기질상 조직 속에서 활동하기가
어려웠지요. 사람들은 저를 자발적 비주류라고 부릅니다. 당시에는 한국기원 이외에 직장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그토록 어렵사리 들어간 한국기원을
3년 만에 그만 두고 지금까지 강풍이 부는 곳에서 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지요.
5월 초
진재호는 m스포츠연구소를 차렸다.
-의외네요. 당연히 바둑연구소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요
. 물론 바둑도 연구하지요. 2006년쯤, 제가 사랑하는 바둑의 장래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시야를 마인드스포츠 세계로 돌리게 되었습니다.
바둑 이외에도 체스, 브리지, 체커 등이 마인드스포츠에 속해있더라고요. 체스,
브리지, 체커가 생소하지만 유럽 쪽에서는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었어요. 바둑이 마인드스포츠라는 큰 틀로 접근하면 세계가 인정할 것이라는
막연하고 단순한 논리로 접근했던 겁니다. 바둑이 세계인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앉지만, 이론적 토대라도 제 손으로 만들어 놓아야 하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동양증권배 중요 취재원 중국 씨에루이기자(오른쪽)와
함께.
- 동양증권배 관전기 등 타이젬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데 진재호에게 있어 타이젬은
어떤 존재인가요.
늪이죠. 전 하루 일의 시작과 끝을 타이젬과 함께 합니다. 재미있고 바둑전문 사이트답게 참여의식이 높은
진짜 바둑쟁이들이 많이 모인 곳이죠. 또 유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있다는 것이 타이젬에 더 빠지게 만들었네요. 자연스럽게 동증배 취재도
할 수 있어 좋고요.
또 강9단 아이디가 실제로 누구인지 거의 다 알고 있지요. 그러나 모르는 것이 더 재미있어요.
-동양증권배 관전기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비결이
있나요?타이젬에서 처음 관전기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망설여지더군요. 정보의
홍수시대에 다소 느리고 기술적인 부분에 치중된 관전기는 인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라면 이런 심리가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은 계속 찾아본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자신이 응원하는 야구팀이 우승 했습니다. 다음 날 스포츠 신문 1면에
그 내용이 나와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갑니다. 우승한 것을 몰라서일까요?
동증배도 그런 것이죠. 고수바둑에 열광하고 타이젬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계속해서 컨텐츠를 보기 마련이죠.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고, 대국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취재하기 시작했죠.
타이젬 유저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따끈따끈한 기사를 쓰기 위해서요.

-
'바둑평론가 진재호'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최근 바둑기사들의 주제들은 상위랭커 프로들에게 집중되어 안타깝습니다. 40대
이상 각광은 덜 받았지만 정말 바둑을 사랑하는 프로-아마 강자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또 후배기자들도 키우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는데 진재호 바둑평론가가 한 마디 덧붙인다.
“유저분들이 바둑 한 판 두자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정말 두고 싶지만 바빠서 둘 시간이 없어요. 거짓말이 아닙니다. 저는 늘 취재 중이거든요.”
TYGEM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