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16 오후 6:43:12 입력 / 2011-01-17 오전 9:48:04 수정
“먼저 팀이 2패를 당했을 때는 나의 차례가 오기만을 빌었다. 내 차례가 오자 소신껏 두어보고자 했다.”(신안천일염 안국현)
입단 2년차 신출내기 안국현이 신안천일염을 살렸다. 2-2에서 신안천일염의 최종 주자로 나선 신예 안국현이 백전노장 조훈현을 꺾고 팀을 챔프전에 올려놓았다.
16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0 한국바둑리그 플레이오프 둘째 날 경기에서 신안천일염은 한상훈 안국현 등 믿음직한 신예들의 활약으로 정규리그 2위 충북&건국우유에 3-2로 역전했다. 이로써 ‘2패 후 3연승’으로 기사회생한 신안천일염은 정규시즌 1위 한게임과 대망의 챔프전을 치르게 되었다. (23일 오후 1시. 서울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안국현이 이겼다!’ 신안천일염이 3-2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챔프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4국 윤준상(충북&건국우유)-한상훈(신안천일염)
2010 바둑리그에서 3번째 만남이다. 정규리그 두 번의 만남에서 두 번 모두 윤준상이 이겼다. 상대전적 1승5패로 뒤지고 있던 한상훈에겐 버거운 선수가 바로 윤준상. 그러나 가장 필요한 시기에 승리를 거둔 이는 한상훈이었다.
백을 든 한상훈은 본인이 지면 팀이 패하기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치고 덤벼들었다. 단 하나의 위안이라면 흑을 들었을 때는 38%의 승률이지만 백을 들었을 때는 100%의 승률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상훈도 “백이 편하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
바둑은 우하귀 정석에서부터 불을 품었으나 흑(윤준상)이 제법 두터운 결말을 맞았다. 계속해서 하변에서도 형세를 낙관한 나머지 지나치게 두텁게만 진행하다 백의 추격을 받게 된다. 상변 백 집에 흑이 삭감을 갔을 때 백이 좌상귀를 붙여가서 귀 실리를 파헤치며 실리로 앞서게 된다.
결정적인 착각으로 흑은 순식간에 바둑을 버려놓고 만다. 흑이 상변 허점을 이어야 하는 장면에서 엉뚱한 곳을 이어버려 중앙이 끊기게 되어서는 엷은 바둑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흑이 눈부신 추격전을 전개한 끝에 중앙에서 10여 집을 만들었으나 끝내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200수 끝, 백 불계승) ▲ 한상훈-윤준상 장고대국. 이 대국에서 한상훈이 이겨 막판의 고비를 넘겼다.
▲ 한상훈의 침착한 초반. 정규리그 포함 3번째 만나는 상대 윤준상을 꺾었다.
5국 조훈현(충북&건국우유)-안국현(신안천일염)
대국 전 기자들은 최종국 승자로 안국현을 꼽았다. 그 판단의 기저에는 안국현이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최종국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꼽았기 때문.
흑을 든 안국현은 계속 실리를 확보하며 조훈현을 압박했다. 첫 번째 전투는 상변에서 이루어졌으나 흑은 가볍게 상변 흑 6점을 내주며 사석작전으로 처리했다. 대신 좌변에 드러누운 백 대마를 공격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좌변 백 대마를 살려나오면서 흑은 하변에 기대기 전법으로 계속 공격을 하고 있었다. 흑은 얼핏 보기에 무리하게 중앙 백돌을 공격하는 듯했으나, 시종 못 살아있는 중앙 백돌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후반 들어 좌하귀 패를 둘러싼 공방에서 백이 패를 이어두면 편했지만 우상귀를 뚫는 수를 두는 바람에 우하귀를 크게 잡으면서 우위를 확보했다. 이후 흑은 특유의 끝내기를 자랑했다. 우상귀에서 백은 패를 걸어서 바꿔치기가 이루어졌으나 이미 대세는 굳어진 뒤였다. (255수끝, 흑4집반승)
▲ 백전노장과 신출내기의 마지막 승부. ▲ 혼신의 힘을 다하는 조훈현.
▲ 신예답지 않는 느긋한 강심장을 보여준 안국현.
▲ 마치 불공을 드리는 듯 합장한 안국현.
▲ 종국장면.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안국현 4집반승.
Joke & Talk
“1위만 알아주는 세상입니다.” 바둑TV 해설 유창혁 : 바둑이 개인전이기 때문에 우승만 알아주지만 준우승을 금세 잊어버린다며.
“전폭적으로 응원해 드리려고….” 한게임 차민수 감독 : 충북&건국우유 검토진에 한게임 선수가 가득한 채운 이유를 묻자.
“(허)영호 형이 형세를 말해주잖아?” 신안천일염 이호범 : 허영호 선수가 잠시 자리를 비운 김영환 감독에게 전화로 4국의 판세를 설명하는 것을 듣고서, 자신이 계가를 해 볼 필요 없다며.
“(안)국현아. 여기까지 왔는데 한판 두고 가야지?” 신안천일염 이춘규 : 4국에서 엎치락뒤치락 하는 바둑이 결국 한상훈의 역전승으로 끝이 나자. 안국현 선수에게 몸을 풀라면서.
“스승의 한을 풀 수 있을 지….” 바둑TV 해설 박정상 : 80년대 ‘도전5강’ 그룹의 일원이던 장수영의 제자인 안국현과 조훈현이 만났다며.
▲ ‘챔프전에서도 꼭 1승은 할 것입니다.’ 안국현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 한게임 팀이 검토실을 찾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왼쪽은 차민수 감독.
▲ ‘다음 중 한게임 소속이 아닌 선수는?’ 좌로부터 이영구 허영호 감동윤. 뒤편은 김주호.
▲ 조훈현이 검토실에 모습을 보이자 서서히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맨 왼쪽은 조훈현의 부인 정미화 씨.
▲ 이세돌을 필두로 한 신안천일염 검토 모습.
▲ ‘우리는 절친.’ 조훈현과 차민수가 4국을 검토하고 있다.
▲ 조훈현이 김영환 감독과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뒤편에 웃음을 띠며 외투를 걸치는 안국현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