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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의 블루스

김종서 작가의 타이젬 특별기획 한·일 정상대결 1탄 관전기

2010-12-17 오전 10:46:40 입력 / 2010-12-17 오전 11:18:45 수정

눈 내리는 평창동은 고요했다.
마치 고즈넉한 산골에라도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이다. 어서 들어와.”
편안한 차림의 조 국수가 취재 팀을 반겼다.

말 그대로 오랜만이었다. 이 집은 필자에게 각별한 곳, 외가댁이자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들러 한두 달씩 생활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삼촌인 조 국수를 뵐 기회가 드물었다.
지난 10월 초 조선통신사 바둑이벤트 때 일본에서 조우한 뒤 두달만이었다. 타이젬 운영팀이 아이패드를 소개하고 대국준비를 할 동안 오늘의 대국상대 유키 사토시에 관해 물었다.

▲농심배 대국을 검토 중인 유키 사토시(오른쪽).

“잘 두는 친구야. 관서기원의 대표주자지.”
“그러면 관서기원의 창설자 하시모토 선생이 국수님의 사형이니까 족보가 어찌 되나요?”
“유키는 관서기원의 사토 9단 문하야.”
사토9단은 하시모토의 제자이니까 조 국수의 사손(師孫), 다시 말해 손자뻘인 셈이다.
유키 사토시. 1972년생으로 천원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3월 NHK배 결승에서 이야마 유타를 꺾고 2연패를 달성한 강자다.
뿐만 아니라 6월에는 TV바둑아시아 대회에서 강동윤을 누르고 결승에 진출 콩지에와 자웅을 겨루며 기염을 토했던 사나이다.

▲조훈현vs유키사토시 대국을 지켜보고 있는 필자(왼쪽).


정각 아홉시가 되자 돌을 가리고 조 국수의 흑 번.
“타이젬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용으로 베팅 좀 하겠습니다.”
“하지 마. 하려거든 유키한테 베팅해.”
시작부터 엄살이다.
하지만 필자는 바깥 중계용 노트북으로 가서 전 재산을 깔끔하게 하프 하프 하프 전설의 삼합^^으로 함포사격을 날렸다.
속칭 의리베팅이라고도 하고 애국 베팅이라고도 하며 이면에는 협박 베팅의 의도가 깔려있다.
과거에 이런 필자의 무력시위가 어느 정도는 효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필자는 국수의 전기(傳記)를 집필하기 위해 방송계에서 바둑계로 이적했는데 당신이 직접 스카우트를 했으므로 최소한의 책임은 지시라......뭐 이런 생떼인 거다.
그래서 오래 전 바둑소설 [승부사]를 연재할 때 조 국수는 ‘바둑조폭’‘신라면’‘멋있는걸’ 등의 복면을 쓰고 타이젬의 밀림을 누비며 수백 판의 바둑을 두어 소설 독자들을 위해 승리수당을 기부하곤 했다.
이제는 소설 [낭만기객] 독자들을 위해 힘 좀 쓰셔야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팍팍 보냈다.

▲심각한 표정의 조훈현 9단.

그런데 출발부터 자책과 탄식의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거실에 마련된 중계석에 앉아있다 녹차 한 잔을 들고 들어가 응원했다.
“힘 내세요.”
“글렀어. 수가 잘 안 보인다.”
화면을 살피니 정말 불리해 보인다.
“마구 흔들어 보세요. 화염을 방사하셔야죠. 저 올인되면 알아서 보상하셔야 합니다.”
“유키가 너무 강하게 나오는데! 아무래도 어렵겠어.”
그러면서 신들린 마우스 계가 법으로 몇 번이고 집을 헤아린다.
초반 포석에서 일본의 유키 사토시 9단이 강미를 떨치며 우위를 확보했는데 중반 조 국수가 중앙에 세력을 구축해 따라잡은 형세.
분수령은 우상 패싸움이었다.
치열하게 흑백이 충돌했는데 팻감이 마땅치 않아 한발 물러서는 바람에 결국 흑을 잡은 조 국수의 1집 반 패.
생중계를 맡은 김혜림 2단이 대국 후 문자를 보내왔다.
“있잖아요. 바둑이 너무 어려워서 중계할 때는 정신이 없었는데요. 기보를 검토해보니까 165수로 294의 곳을 먼저 쳤으면 흑의 역전승이었던 것 같아요.” 

●조훈현 ○유키사토시 - 백 1집반승

패장에게 복기를 권하기는 마땅치 않지만 조심스레 물었더니 조 국수는 좌상변의 힘겨루기에서 수순이 산뜻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이젬 대국실의 베팅판 1구간을 보면-
유키 사토시 1.6배/조훈현 2.2배
타이젬 유저들의 베팅은 유키 사토시에게 쏠렸다.
“타이젬에서 유저들을 위해 마련한 기획인데 져서 어떡하지?”
국수는 대국 후에도 한참동안 마우스를 움직이며 수순을 검토했다.
진한 아쉬움의 눈길이 모니터에 꽂혀 있었다.
확실히 예년과 다르고 작년과 또 다른 느낌이다.

그래도 바둑계 현장에서 신진기사들에게 물어보면 그렇게들 대답한다.
“바둑판 앞에서 마주하면 기세가 대단하시지요. 전성기 때와 비교할 순 없지만 아직까지도 공부를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 누구와 만나도 서로 쉽지 않을 걸요.”
두면 이기던 시절은 오래 전의 화석으로 추억되지만 그렇다고 두는 족족 지지는 않는다.
회광반조나 황제의 귀환을 바라기는 무리지만 오래 그 자리에 서서 노장의 기백과 노력, 권위와 배려를 발휘해주기를 빌어본다.


12월 16일 조훈현: 유키사토시 대결에 이어-
12월 17일 오늘은 유창혁 : 사카이 히데유키의 대국이 벌어진다.
회원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으니 두루 참여해 훈훈한 바둑잔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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