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vs유키사토시 대국을 지켜보고 있는 필자(왼쪽).
정각 아홉시가 되자 돌을 가리고 조 국수의 흑 번.
“타이젬 독자들을 위한 이벤트용으로 베팅 좀 하겠습니다.”
“하지 마. 하려거든 유키한테 베팅해.”
시작부터 엄살이다.
하지만 필자는 바깥 중계용 노트북으로 가서 전 재산을 깔끔하게 하프 하프 하프 전설의 삼합^^으로 함포사격을 날렸다.
속칭 의리베팅이라고도 하고 애국 베팅이라고도 하며 이면에는 협박 베팅의 의도가 깔려있다.
과거에 이런 필자의 무력시위가 어느 정도는 효력이 있었다.
왜냐하면 필자는 국수의 전기(傳記)를 집필하기 위해 방송계에서 바둑계로 이적했는데 당신이 직접 스카우트를 했으므로 최소한의 책임은 지시라......뭐 이런 생떼인 거다.
그래서 오래 전 바둑소설 [승부사]를 연재할 때 조 국수는 ‘바둑조폭’‘신라면’‘멋있는걸’ 등의 복면을 쓰고 타이젬의 밀림을 누비며 수백 판의 바둑을 두어 소설 독자들을 위해 승리수당을 기부하곤 했다.
이제는 소설 [낭만기객] 독자들을 위해 힘 좀 쓰셔야겠다는 무언의 압력을 팍팍 보냈다.
▲심각한 표정의 조훈현 9단.그런데 출발부터 자책과 탄식의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거실에 마련된 중계석에 앉아있다 녹차 한 잔을 들고 들어가 응원했다.
“힘 내세요.”
“글렀어. 수가 잘 안 보인다.”
화면을 살피니 정말 불리해 보인다.
“마구 흔들어 보세요. 화염을 방사하셔야죠. 저 올인되면 알아서 보상하셔야 합니다.”
“유키가 너무 강하게 나오는데! 아무래도 어렵겠어.”
그러면서 신들린 마우스 계가 법으로 몇 번이고 집을 헤아린다.
초반 포석에서 일본의 유키 사토시 9단이 강미를 떨치며 우위를 확보했는데 중반 조 국수가 중앙에 세력을 구축해 따라잡은 형세.
분수령은 우상 패싸움이었다.
치열하게 흑백이 충돌했는데 팻감이 마땅치 않아 한발 물러서는 바람에 결국 흑을 잡은 조 국수의 1집 반 패.
생중계를 맡은 김혜림 2단이 대국 후 문자를 보내왔다.
“있잖아요. 바둑이 너무 어려워서 중계할 때는 정신이 없었는데요. 기보를 검토해보니까 165수로 294의 곳을 먼저 쳤으면 흑의 역전승이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