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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권력이 흔들린다

박정환, 4월 비씨카드배에서 이세돌에게 패한 이후 연패 모드-TV아시아에서도 패해

2011-06-07 오후 4:48:08 입력 / 2011-06-07 오후 6:48:07 수정

한국바둑의 희망 박정환(18)의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세돌 최철한에 이은 랭킹3위에 오른 강타자이며, 상위랭커 중 유일한 10대 기사인 박정환은 한국바둑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동량지재(棟梁之材). 그가 최근 5연패를 당했다.

○●…박정환은 한국바둑 10년을 책임질 미래

프로 뺨치는 연구생들의 적체현상이 심각할 때인 2006년, 수많은 경쟁자를 뚫고 14세의 어린 나이로 입단한 천재 박정환. 그 이듬해 프로기사 전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무명이던 그를 한국바둑계를 이끌 기대주로 당당하게 뽑혔다. 그의 어린 나이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 

입단 후 그는 승승장구했다. 초단시절인 2007년 급조한 타이틀전 마스터스챔피언십에서 김지석을 2-0으로 꺾고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하면서 될성부름 떡잎임을 과시한다.

▲ 2008년 십단전 우승으로 본격기전 첫 우승 감격을 맛 본 박정환.

2008년 십단전 (백홍석 2-0) 천원전(김지석 3-0)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거머쥐며 단박에 복병 마에서 선두 마로 갈아탔다. 2010년에는 아시안게임 혼성페어 남자단체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어 최연소 9단, 병역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도 했다.

그를 지켜보았던 많은 바둑전문가는 서서히 팔뚝이 굵어져 가는 올해 이세돌 구리 콩지에 등 세계정상급 위협할 기사로 박정환을 지목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현역 최고수 이세돌과의 대결을 벌인 비씨카드배에서 완패한 이후 완전히 방향타를 잃고 있다.

▲야마다 기미오에게 패한 박정환은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만다.

○●…속기의 제왕이 속기에서 무너지다

박정환은 지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23회 TV바둑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인터넷 바둑으로 단련된 '속기의 제왕' 박정환은 비록 처녀출전이지만 콩지에와 결승에서 마주 앉는 그림을 상상했다. 팬들도 당연히 그럴 때가 된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7일 벌어진 개막전에 출전한 박정환이 일본의 야마다기미오(39)에게 맥없이 반집 패를 당하고 말았다. 비록 야마다가 일본 NHK배 우승자이며 지난 2월부터 연승행진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미 흘러간 물. 따라서 싱싱한 박정환이 결코 못 이길 상대는 아닌 것이다. (참고로 타이젬 베팅그래프 81%의 압도적인 박정환의 우세.)

혹자는 비중 있는 세계대회도 아니고 덤이 7집반인 중국 때문에 아깝게 반 집 패했으니 '그럴 수 있는' 일도 치부한다. 그러나 박정환의 최근 성적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올 들어 12승8패를 기록하고 있다. 저스트 60%의 승률은 ‘미래권력’ 박정환으로서는 실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연패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더 문제. 5연패는 2008년에 딱 한번 기록한 적이 있으니 개인 최다연패를 갱신하기 일보 직전이다. 박정환에게 그렇게 까다로운 기사가 연속으로 다섯 번이나 마주앉았을까. 초강자와 번기(番棋)를 벌인 적도 없는 데 말이다.

4월 이세돌에게 패한 후, 5월에는 패배가 이어졌다. 바둑리그 Kixx 1지명인 박정환은 윤준상 이지현에게 패해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하고 팀은 최하위로 곤두박질친 상태이다. 또한, 최근 한창인 천원전 예선에서도 랭킹50위 이정우(30)에게 패했다. 분명히 다음 달 랭킹이 하락할 정도의 부진이다.

▲ 3기 비씨카드배 4강에서 박정환은 이세돌에게 패해 2년 연속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만다. 이후 박정환은 연패를 거듭하며 슬럼프에 빠진 모습이다.

○●…조급증 성장피로감 영양 불균형론 고개 들어

박정환의 최근 부진은 조급함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국내에서는 정상에 서 보았지만, 세계대회에서는 생각만큼 뻗어 나가지 못했다. 비씨카드배에서 연속 4강으로 머문 것이 그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재빨리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속도가 붙지 않는 것에 대한 조급증이라는 얘기.

아직까지 실패를 모르고 내닫기만 한 박정환의 성장피로감과도 맞닿아있다. 성장 일로를 걷다 보니 성장에 무딘 감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당장 목표를 잡을 것이 없고 맘은 빨리 성장하고 싶은 현실과의 괴리 문제이다. 사실 이는 단순한 슬럼프일 가능성이 커서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인터넷에서 실전위주의 단련하는 박정환의 영양 불균형도 제기된다. 그가 속기의 제왕이 된 것에는 인터넷으로 수학한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한다. 6일 GS칼텍스배 4강 진출에 성공한 조한승은 “인터넷 바둑에서 한 번도 박정환을 이긴 적이 없다.”라며 실토할 정도로 그는 막강하다.

요즘 기전이 대부분 TV바둑이며 속기. 따라서 인터넷 바둑을 즐기는 박정환이 강동윤과 함께 최대수혜자였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감각을 길러주고 속기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주는 인터넷 바둑은 순기능이 매우 많다. 다만, 쉬 타성에 젖을 수도 있다는 단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TV아시아 1회전에서 생각 중인 박정환.

○●…치솟기만 하던 천재 박정환, 복기가 필요한 시점


박정환은 이제 원하든 원하지 않던 한국바둑의 10년을 짊어지고 갈 미래이다. 그가 흔들이면 한국바둑이 흔들린다.

바른 진단이 나와야 바른 처방이 나온다. 조급증이든 성장피로감이든 영양 불균형이든, 어차피 박정환의 자가진단에 우선할 수는 없다. 바르고 빠른 정확한 진단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5년간 쉼 없이 앞 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서서히 뒤를 돌아보는 복기(復棋)가 필요하다. 박정환도 힘보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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