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바둑토토'는 충분한 설명과 논의 후 진행했어야
승부조작, 브로커 개입 등 심각한 문제 많아
2011-10-26 오후 4:32:20 입력 / 2011-10-26 오후 4:48:12 수정
최근 바둑계 이슈로 떠오른 바둑의 토토 입성. 이와 관련해 바둑인들의 찬성과 반대에 대한 의견 교류가 활발한 가운데 지난 10월 24일 타이젬 19로 공감에 조한승 9단이 절대지존이라는 아이디로 ‘지금까지의 바둑토토 추진 과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한승 9단이 올린 글에는 현재 바둑토토의 추진과정과 기사들의 움직임 등 그동안 기사화되지 않은 부분들이 포함되어있었고, 이에 타이젬 회원들은 많은 의견들을 달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19로 공감 조한승 글 바로가기
글을 작성한 조한승 9단을 만나 글을 올리게 된 이유, 기사총회 상황 등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한승 9단.
- 지난 24일 타이젬 19로 공감에 토토와 관련된 글을 올렸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바둑사이트 C사에 올라온 토토관련 기사 중 ‘기사총회 투표결과에 대해 30%에 가까운 반대표가 나온 것이 의외다’ 라는 문장을 봤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반대표가 적게 나왔고, 찬성으로 마무리 된 것도 의외였다.
(지난 10월 7일 기사 총회에서 토토와 관련 토론 및 찬반투표가 이어졌는데 그 결과 찬성113명, 반대 51명, 기권 8명으로 토토 추진 찬성으로 투표가 마무리 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개인적으로 토토의 추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었고, 반대 입장의 프로기사로 쓰고 싶었다. 실명을 밝힌 이유는 글에 추진한 프로기사들의 실명이 거론됐기 때문에 나 역시 실명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글에 실명을 밝혔다.
- 기사총회 전 토토의 추진상황은 어떻게 됐나. 이미 조9단이 글에서 잠깐 밝혔지만 한 번 더 설명해준다면.
내가 알기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추진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단 이전까지는 본격적으로 토토를 추진하기까지 너무 거리가 멀었다고나 할까. 그냥 ‘막연히’ 토토를 하자 라는 의견이었고, 지난해 6월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제안을 먼저 해 ‘구체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가 되는 점은 첫 추진이 1년 전인데도 추진위원회나 기원에서는 조용히 이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나도 나름 바둑계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바둑기자와 이야기하다가 알게 되어 당황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당시 프로기사들도 바둑팬이 아는 ‘아. 토토 한다더라’ 이 정도만 알고 있는 듯 했다.
지난 5월 4일 기사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추진상황, 기대효과 등이 적힌 통지서가 왔고, 이후 5월 27일 토토사업 설명회가 있어서 기사 40~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토토직원이 와서 진행을 했다. 물론 집행부 입장에서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일이 의견을 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그만큼 많은 설명과 토론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내가 밝혔고, 기사들의 서명까지 받은 상황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기사총회에서 투표가 진행된 것은 아쉽다.

▲10월 7일 열린 기사총회 모습
-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이라 기사총회의 당시 상황이 궁금했다. 기사총회는 기자들에게 개방되어있지 않아 당시 상황을 알 수 없는데 당시의 분위기를 간략히 설명해 준다면.
평소보다 많은 인원(180 여명/투표권이 없는 기사 포함)이 참석했다. 그날 안건은 크게 차기 기사회장 선출과 토토에 대한 토론 및 찬성, 반대 투표였다.
내가 봤을 때 토토의 경우, 대부분의 기사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이에 대한 준비 역시 덜 되어보였다. 토토에 대해 젊은 기사들의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었다. 토토도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직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조작 및 브로커 협박 등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대해 조금 무관심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찬성과 반대를 투표로 결정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찬성/반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주도하는 쪽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물론 투표 전 사무총장, 기사회장, 한국기원 직원, 토토담당자 등 전문가 분들의 주도아래 설명 및 토론회가 있었지만 찬성과 관련된 전문가이니만큼 이미 중립적인 상황에서 투표가 진행이 되기는 어렵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기사총회에서 결정된 부분은 법적효력은 없지만 ‘기사들 의견이 이렇다’라고 상임이사회에 제시하면 적지 않은 부분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준비된 상황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했어야 한다.
- 이전 글에도 밝혔고,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조9단은 ‘신중한 사안이니만큼 설명회 및 토론회가 필요하다’라고 밝히는 데 찬성과 반대 중에서는 어떤 입장인가.
나는 당연히 반대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라기보다는 나에게 선택을 하라면 반대라는 것이다. 토토 도입은 위험한 점도, 좋은 점도 있다. 기사들끼리 충분히 논의를 하고, 이에 따라 공감대가 형성되어 추진한다면 나와 생각이 달라도 따라야 되지 않겠나. 그러나 지금은 이런 것 보다는 찬성을 끌어내기 위해 그냥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든다.
- 바둑은 개인전이기 때문에 토토로 입성하면 물론 조작으로 인한 브로커 개입 등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바둑시장을 넓히는 등 긍정적인 면도 많을 것이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기금의 유입. 노출로 인한 저변확대, 변화의 필요 등 여러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잘 되어도, 잘 되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바둑토토가 흥행에 성공하면 조작, 브로커 개입 등으로 여러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바둑은 개인전이다. 축구같이 대놓고 조작을 하지 못하는 종목도 조직폭력배, 브로커 등이 개입하는 상황인데 조작, 협박에 대해 “뭐? 일어나겠어?”이런 시각은 곤란하다. 한 번이라도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다.
요즘 시대에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고, 토토로 개인의 재미를 보지 못한 일반인이 던진 말 한마디, 문자 하나에 선수들은 충분히 상처 받을 수 있다. 특히 바둑은 심리적 영향이 굉장히 많이 끼치는 종목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소지가 충분히 많다.
잘 되지 않을 경우 왜 추진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들지 않을까?
- 상위랭커로서 만약에 양 대국자가 사전에 협의한다면 정말 그 몇 천, 몇 만분의 일의 확률도 다 조작이 가능한가?
상위랭커 뿐만 아니라 양쪽에서 사전 합의를 한다면 연구생, 아마강자까지 당연히 가능하다. 개인 경기에서는 당연히 조작은 쉽다.
- 기사총회 후에도 동료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나.
나와 뜻이 비슷한 사람들과 모여서 “큰일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되는지.”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TYGEM /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