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를 탄다는 것은 자신의 고유 기량과 무관하다. 풋풋한 젊은 선수일수록 기세를 타게 되면 어느 정도 뻗어나갈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신생팀 정관장의 ‘홍이장군’들이 리그 초반부터 5-0 경기를 선보였다.
20일 서울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2라운드 1경기에서 신생팀 정관장이 1~5국까지 전 대국을 완벽하게 승리, 넷마블에게 5-0 퍼펙트승을 거두었다. 이로써 양 팀은 리그전적 1승1패.
상대전적이 없는 2국 김기원-원성진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차례의 매치 업도 대동소이했다. 정관장의 1지명 박정환은 오히려 김형우에게 1-3으로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관장의 완벽한 승리였다.
▲ 안성준은 한웅규의 막판 실수에 힘입어 역전승을 거두었다.
승리 바이러스가 걸린 듯했다. 같은 도장 출신이며 같은 해 입단한 ‘절친’ 안성준과 한웅규가 1국에서 만났다. 알아주는 속기파인 한웅규가 약간 유리한 상황에서 중앙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앙 대마만 살아가면 끝인 상황. 그러나 그냥 한 칸을 뛰면 살아있을 대마를 선수랍시고 들여다보는 완착을 두는 바람에 수상전에서 거꾸로 한 수 차이로 잡히고 말았다.
이날의 히어로는 단연 김기원(19)이었다. 작년 혜성처럼 리그에 등장하여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그가 올해 보다 성장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1지명 원성진에게 완승을 거두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흑을 든 김기원이 실리를, 원성진은 두터움을 가지고 출발했다. 이후 중앙 백의 두터움을 지우면서 우세한 흐름을 이어갔다. 승부가 결정된 것은 좌변 전투에서였다. 백이 중앙을 가꾸기 위해 한 칸을 뛰어서 응수를 물었으나 이때 흑은 반발하며 승부를 걸었다. 좌변은 결국 원성진의 무리한 싸움을 수상전 끝에 제대로 받아친 김기원의 완승이었다.
▲ ‘4수 늘어진 패’의 트라우마? 이원영(좌)은 완벽하게 김기용을 제압했다.
7시에 시작된 경기에서 이미 2-0으로 앞서자 서서히 3-0의 분위기는 풍겼다. 8시에 시작된 이원영-김기용의 경기는 또 다른 흥미로운 일전이었다. 바로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이원영은 필패(必敗)의 바둑을 ‘4수 늘어진’ 패를 들어가며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구었던 기억이 있다.
과연 4수 늘어진 패의 트라우마였을까. 김기용은 실리를 차지하며 길게 가려고 했고, 이원영은 우변을 크게 키우면서 상대에게 싸움을 걸어 공중전을 유도했다. 하중앙에서 김기용은 요석 두 점을 잡았지만 그 대가로 하변에 큰 실리를 백에게 제공했다. 여기서 우세를 잡은 이원영은 후반 좌상귀와 중앙 백의 수습에 성공하면서 결국 항서를 받아냈다.
3-0이었다. 세 판 모두 100수대에 불계로 끝나버렸다. 3국의 승부를 모르는 상태에서 4,5국이 시작되었지만, 이미 넷마블의 남은 전력으로는 역전이 불가능했다. 정관장은 주장 박정환과 안형준이 힘이 빠진 김형우와 유창혁을 각각 물리치고 결국 퍼펙트 승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