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단대회가 치러지는 2층 대회장 부근에서 도장관계자, 프로기사들이 입단대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바둑고시생들의 수능인 입단대회를 통과한 영광의 얼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31회 일반인 입단대회가 1월 4일부터 서울시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진행 중이다. 본선에 임할 자격을 얻은 64명은 스위스리그로 대결하는데 8승을 거둔 7명은 꿈에 그리던 입단 면장을 받게 된다. (6라운드까지는 기존 스위스리그로 진행하고, 7라운드부터는 비슷한 승수끼리 대국하며 동일한 대국자는 피하는 것을 원칙으로 진행.)
▲우리는 입단동기! 박경근과 민상연(오른쪽)13일 8승을 거두며 입단문을 통과한 입단자들이 속속 얼굴을 보이고 있다. 오후 1시 경 이상헌과 정두호가 코를 뚫었고, 오후 4시 30분 경 민상연과 박경근이 뒤를 이었다.
이날 입단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20대(한국나이)로 실력은 오래 전에 프로라 불리 울 수 정도로 완성됐지만, 좁은 입단 문턱 덕택에 오랫동안 그 꿈을 간직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드디어 그 한을 풀었고, 이제 꿈에 그리던 입단 면장을 받게 됐다. 입단자들의 대결을 지켜보던 박병규 7단은 "실력이 세지만 입단하지 못한 연구생 졸업생들이 20살이 넘어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편, 최근 도장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입단자 4명의 출신도장은 충암바둑도장이 두 명으로 현재까지 가장 많이 입단자를 배출했지만, 양천대일 바둑도장, 장수영 바둑도장도 1명씩 배출해 차이는 크지 않다.

차가운 날씨가 슬슬 풀리고 있는 13일 오후. 입단문을 통과한 4명 중 늦게 프로기사 대열에 합류한 민상연 초단을 만나봤다.
민상연 초단은 바둑팬에게 꽤나 친숙하다. 바로 2010년 열린 제15회 삼성화재배에서 프로기사들을 물리치고 본선 32강에 이름을 올린 것. 이 밖에도 지난해 비씨카드배 64강전에 오르기도 해 '프로잡는 아마'로 통했다.
그러나 오픈전에서 보이는 무서운 기세와는 달리 입단대회에서는 민상연의 실력이 잘 나오지 않았다. 충암바둑도장에서 벌이는 입단지망생들과의 경쟁에서도 성적은 톱이었지만, 일반인 입단대회와 내신입단대회에서는 입단을 눈 앞에 두고 연이어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2012년 1월. 조금은 사라진 자신감에 편하게 마음을 먹고 나온 131회 입단대회. 민상연은 입단이 결정되는 10라운드에서 상대의 대마를 잡고 입단을 결정지어 버린다. "입단이 결정된 순간 심장이 떨리고 손에 땀이 났어요."라고 전한 민상연 초단과의 대화를 정리해 본다.
▲편히 인터뷰를 하다가도 카메라만 들면 굳는 민상연 초단.- 입단을 축하한다. 소감을 전하자면
(활짝 웃으며) 굉장히 기쁘다.
- 바둑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7살 집 근처 강북대일 바둑학원에서 시작했다. 나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부모님 말씀으로는 "아버지가 바둑을 두시는 모습을 보고 어머니에게 근처 바둑학원을 보내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 그러면 언제부터 입단을 꿈꿨나.
초등학교 5학년부터 즈음이다. 처음으로 연구생에 들어갔는데 그 때부터 프로가 되고 싶었다. 그 뒤 중학교 1학년 때 허장회 바둑도장으로 옮겼고, 18살에 1조에 올라갔다.
- 초등학교 5학년 때 연구생에 입문한 것은 빠른 편 아닌가? 그에 비해 입단시기는 늦은 것 같다.
맞다. 어렸을 때 열심히 안한 것 같다. 컴퓨터 게임도 좋아했다. 철이 들고 나서는 열심히 했다.
- 평소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충암바둑도장은 자체 기숙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아는데 기숙사 생활을 했나?
나는 자유롭게 공부하고 싶어서 통학을 하며 공부했다. 통학생은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공부하는데, 나는 오전 9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공부했다.
- 충암바둑도장에는 민상연 초단 같은 입단을 노리는 지망생들이 많을 것 같은데 도장 성적은 어땠나.
좋은 편이었다.
- 입단 전 삼성화재배에서 프로기사들을 연파하고 32강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는데, 입단이 점점 늦어져 마음고생이 심하지는 않았나.
삼성화재배 32강전에 오를 때만해도 자신감이 있었고, '금방 입단하겠구나' 싶었는데 자주 놓쳤다. 자꾸 떨어지고 나이만 먹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 그랬을 것 같다. 기자의 기억에 이전 일반인 입단대회와 연구생 내신입단대회에서도 아쉽게 놓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심정은 어땠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며) 아. 정말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보험이 있어서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기자- 보험이라면?) 5월 세계아마선수권전에 한국대표로 출전하는데 우승하면 입단점수 40점을 획득해 특례입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험이라고 생각해 조금 덜 긴장했다.(웃음)
- 민상연 초단 못지않게 부모님 역시 입단을 기다렸을 것 같다. 이 기쁜 소식을 전했는지.
아버지는 연락이 닿지 않아 어머니만 통화했다. "너무 잘했다."라면서 눈물을 글썽이시더라. 그냥 듣고만 있었다.
- 끝으로 목표를 말한다면.
늦게 입단한만큼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본선도 많이 올라가고 싶다. (기자-하나의 대회를 꼽자면?)하하. 자세히 모르겠다. 세계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참! 지면을 통해 한 대일 원장님, 허장회 사범님 등 사범님들과 부모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