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그
과연 바둑은 '슬픈 드라마'
3-0으로 이길 경기를 한게임에 2-3 역전패
2012-07-01 오전 10:13:10 입력 / 2012-07-01 오전 10:33:29 수정
▲ 과연 바둑은 '슬픈 드라마'였다.
2-2에서 맞이한 최종국.
지금 형세를 그대로 대변하는 듯 이춘규의 손길은 매우 경쾌했고 얼굴은 편안했다. 끝내기에서 약간씩 양보는 했다고 치더라도 대세엔 지장이 없다고 믿었다. 중앙 두터움을 이용하여 실리를 10집 가까이 확보하면서 이미 끝난 바둑이었다.
뚜벅 뚜벅 따라오는 이동훈을 보노라니 불안한 맘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잠시 짬을 내어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형세를 읽어보길 수차례.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이춘규는 얼굴이 붉어지며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 좋던 바둑을 운명처럼 반집패를 당하고 말았다.
'아, 반집, 또 반집…'
이렇게 혹독한 저주가 또 있을까. 4연승을 달리며 금세라도 선두에 오를 것만 같던 티브로드가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6월의 마지막날인 30일 서울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9라운드 3경기에서 한게임은 최종국에서 역전승을 거둔 이동훈의 수훈으로 강적 티브로드를 3-2로 눌렀다. 이로써 한게임은 6승3패로 2위에 올랐고, 티브로드는 5승4패로 3위로 내려앉았다.
▲ 조한승은 농익은 기량을 과시하며 윤준상에게 낙승.
▲ 이지현이 막판 반집승을 지켜내지 못하고 안타까운 역전패.
●○…이지현, '패신(敗神)'에 홀리다
① 윤준상-조한승 ② 김세동-이지현
1,2국에서 가장 믿을 만한 윤준상과 김세동이 야심차게 나섰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한게임은 만나서는 안 될 '한 끗발 높은' 선수를 만나고 말았다. '1지명급' 윤준상은 1지명 조한승을, 4승1패의 김세동은 7승1패의 이지현을 만났다.
1국. 중앙 흑 말이 시종일관 쫓기면서 전판을 살아가기 위해 신경을 쓰는 사이 도처에서 실리를 확보한 조한승의 완승이었다. 윤준상으로서는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조한승은 7승2패, 윤준상은 6승3패.
이지현-김세동 판은 마지막에 희한한 반전이 있었다. 격차는 크지 않았지만 이지현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시종 김세동을 몰아 붙였다.
마지막 끝내기만 몇 개 남아있었다. 그렇게 침착하던 이지현이 막판 끝내기에서 깜빡 실수를 했다. 그 순간 김세동은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순간적으로 상대방 사석 통을 만지작거렸다. 이지현이 흔들렸을까? 김세동이 좌하귀 패를 버티자 이지현은 헛 팻감을 쓰면서 '패 바꿈'을 성사시켜 기적 같은 역전에 성공했다.
▲ '이게 허영호의 본 모습이야!'
●○…이춘규, 11연패보다 아팠던 반집패
③ 최기훈-허영호 ④ 김지석-이원도 ⑤ 이동훈-이춘규
3국은 상승세의 두 선수답게 팽팽하게 흘러갔지만 종반 들어 미세하게 뒤지는 것으로 판세가 흘러가자 최기훈은 우상을 버티는 끝내기를 했다. 그러나 너무 쉽게 허영호는 상변 흑 두 점을 잡으면서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도리어 티브로드로서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팀이 2-1로 앞서긴 했지만 앞서 이지현이 이겼더라면 3-0으로 팀 승리를 확정짓고, 5경기 연속 대승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4국에서는 3승5패의 1지명 김지석이 4패를 기록 중인 이원도에게 낙승을 거두어 2-2 타이 스코어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운명처럼 맞이한 최종국. 백을 든 이춘규는 4연승으로 초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었다. 역시 오늘도 이동훈을 맞아 '포석의 달인'답게 리드해 나갔다. 실리로는 엇비슷했지만 중앙 두터움이 말을 했다.
후반 들어 승리를 확신한 듯 이춘규의 손놀림이 매우 경쾌했으나 조금씩 양보하고 자잘한 실수가 동반되면서 '다 이긴 바둑'을 운명처럼 반집패하고 말았다.
▲ 김지석이 이원도와 시종 난타전 끝에 불계승.
▲ 후반에 들어설 때만 해도 이춘규는 앞서 있었다.
●○…Kixx, 名家의 자존심을 보여줄 것인가
7월의 첫날 9라운드 4경기 신안천일염-Kixx 대결이 벌어진다. 현재 6승2패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신안천일염은 9위 Kixx와의 승부를 가볍게 볼 수 없다. Kixx로서는 한판 한판이 최후의 결승전으로 생각하고 결전에 임할 것이기 때문.
① 이세돌-강유택 ② 한상훈-박영훈 ③ 백홍석-유재호 ④ 이호범-송태곤 ⑤ 변상일-박정상(앞 신안천일염, 뒤 Kixx)의 매치 업이다.
2국에서 박영훈이 한상훈에게 압도적인 상대전적을 보이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대국이 누가 이길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판이다. 특히 1국이 승부의 저울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유택은 상대전적에서 2승3패로 이세돌과 대등하다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백홍석도 5지명 유재호와의 전적에서 1승1패를 기록해서 신안천일염으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 대 역전의 출발은 김세동으로부터.
▲ '선배의 맘은 이렇게 아픈데…'
▲ 신난 한게임검토실.
▲ 이지현의 역전패로 우울한 티브로드 검토진.

▲ 바둑삼매경 빠진 문도원.
TYGEM / 바둑리그 운영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