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3 오전 9:08:19 입력 / 2012-07-23 오전 9:22:25 수정
▲ 랭킹48위 온소진이 10연승을 달리던 현재권력 박정환을 뉘였다!
소설이나 드라마가 재미있는 것은 그 속에 얽히고설킨 굴곡 때문이다. 분명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바둑승부도 가끔 드라마도 되고 소설도 된다.
2012년 바둑리그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가 펼쳐졌다. 한 경기에 한번만 있어도 즐거울 굴곡이 무려 세 번이나 등장했다. 무대는 12라운드 첫 경기이며 등장인물은 팀 성적 6승5패로 중원혈투를 벌이던 정관장과 포스코LED. 공동주연은 온소진 홍성지, 내용을 짧게 요악하면 '이것이 승부다!'
디펜딩챔프 포스코LED의 저력은 무서웠다. 이가 없다고 잇몸까지 없는 것은 아니었다. 22일 서울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KB국민은행 2012한국바둑리그 12라운드 1경기에서 포스코LED는 온소진 홍성지의 수훈으로 정관장을 3-2로 꺾었다. 이로써 포스코는 7승5패로 4위로 뛰어올랐고, 정관장은 6승6패로 한 계단 내려온 6위.
▲ 온소진은 대마를 쫓다 집으로 돌아서서 끝내기로 박정환을 압도했다.
●○…'무패 불패' 박정환, 랭킹48위에 무너지다!
① 안형준-목진석 ② 박정환-온소진
랭킹1위 48승6패 다승 승률 1위. 바둑리그 10연승 행진.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성적을 과시하고 있는 박정환이 무너졌다. 리그에서 6연패를 당하다가 이틀 전 겨우 연패를 끊었던 랭킹48위 온소진에게.
누구도 박정환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우상귀 백(온소진)을 끊어 잡을 때만해도 넉넉하게 앞서 있었다. 온소진은 어차피 모자란 바둑이니 중앙 흑 말을 잡으러 갔다. 잡을 것 같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끼우는 수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대마몰이는 실패로 끝났지만 집으로 대항해보고자 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은 끝내기에 밝은 박정환이 앞서리라고 보았지만, 거짓말 같이 온소진은 냉정침착하게 끝내기에 임하며 승리했다. 온소진은 박정환과 상대전적에서 3승8패인데, 그 3승이 모두 바둑리그에서 나왔다. 박정환은 이로써 10연승 뒤 1패를 당했고, 김승재와 다승 공동선두.
온소진의 승리에 축하를 보태준 것은 목진석. 안형준과의 경기에서 역시 상전벽해가 이루어지고 피차 예측이 안 되는 난전을 벌인 끝에 1집반을 남겼다. 일찌감치 2-0.
▲ 목진석이 난타전 끝에 상승세의 안형준을 잡았다.
▲ 이원영이 박승화를 눌러 정관장은 한 판 만회.
●○…웃다 울었다 또 웃었다!
③ 이원영-박승화 ④ 김기원-홍성지 ⑤ 안성준-강동윤
3국 이원영-박승화 경기에서 이원영이 침착하게 한판을 만회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혀 정관장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일단 포스코LED의 홍성지가 팀의 에이스노릇을 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강동윤이 안성준에게 상대전적 4-0으로 앞서기 때문.
중반까지 두 판 모두 포스코LED 강동윤과 홍성지가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강동윤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불리하던 안성준이 중앙 대마를 잡으러 나섰는데, 확실히 가일수를 해두면 좋았던 바둑을 그만 우상귀로 손을 돌리면서 일이 생기고 만 것. 그러나 안성준은 끈질기게 대마를 물고 늘어지며 결국 연결된 사석만 42개짜리인 대마를 잡았다. 2-2.
결국 승부판이 된 4국에서도 대형 살상전이 벌어져서 서로 큰 집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충 육안으로 보아도 20집 정도는 홍성지가 앞섰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지 김기원은 역시 상변 백 진 속에서 잡혀있던 흑 말을 꿈틀거려 결국 패를 만들었다. 흑이 팻감으로 40집정도 크기인 우하귀를 살아가며 역전인 듯 보였다. 그러나 끝까지 냉철함을 잊지 않았던 홍성지는 결국 반집을 남겼다.
눈 여겨볼 것은 포스코LED 1~5지명 가운데 홍성지만 빼고 모든 선수가 5할미만의 승률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결정적인 순간에 이겨주었다는 것인데, 이번 라운드에서 온소진이 박정환을 잡은 것이 참으로 컸다. 5할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위기에서 포스코LED는 이번 주에 치러진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며 5할에서 +2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