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대회
세월에 치수를 묻는다
- 백정훈 분당기우회장 인터뷰
2012-04-27 오후 1:09:45 입력 / 2012-04-27 오후 3:42:14 수정
▲ 제7기 분당기우회장배 시니어 프로아마 최강전 전경.
S#1. 국내 유일의 시니어 프로아마 최강전
4월 28일 제8회 분당기우회장배 시니어 프로아마 최강전이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지난해부터 프로들에게 참가 문호가 열리면서 이 대회는 바둑계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과연 시니어 층에서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대회규정에 따르면 그 차이는 정선에 덤 5집.
비길 경우는 백 승리.
지난 대회에서는 아마추어가 강세를 보였다.
올해 신청한 프로들은 서봉수, 김철중, 서능욱, 김영환, 나종훈, 한철균 등이다.
“치수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장이 서면 달려야죠.”
작년에 서봉수9단이 한 말이다.
대회 후원자에 대한 의리가 엿보이는 한 마디다.
장마철 죽순처럼 쑥쑥 자라나는 주니어 기사들의 기세에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정글의 법칙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의 바둑은 그 나름대로 격조가 있고 드라마가 있다.
▲ 백정훈 회장.
그런 시니어들을 위해 제대로 된 승부 마당을 깔아준 분당기우회 백정훈 회장을 만났다.
“중년 기사들은 과거에 함께 바둑을 공부했던 분들입니다.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프로와 아마로 갈리면서 그분들이 수담을 나눌 기회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당연히 프로의 실력이 강하겠지만 과연 몇 십 년이 흐른 뒤에 프로 아마의 차이는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 마지막 공정의 휠 완성품.
S#2. 백정훈 회장의 알룩스
분당기우회장배 바둑대회는 기우회 이름으로 열리는 전국대회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백정훈 회장을 비롯해 분당 지역에 거주하는 바둑 벗들이 15년가량 똘똘 뭉쳐 분당기우회를 지켜오고 있다.
분당기우회장 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므로 대회 후원자는 백정훈 회장이다.
대회 한 번 치르려면 우승상금 1천만 원을 비롯해 적지 않은 경비가 들어가는데 이 대회는 벌써 8년째 지속되는 중이다.
보통의 경우 바둑대회 앞에 후원하는 회사가 붙게 마련인데 백정훈 회장은 기우회를 고집한다.
“제 일상은 회사와 기우회로 구분됩니다. 낮에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벗들과 바둑을 즐기죠. 그러므로 바둑대회는 회사보다 기우회 이름을 붙이는 게 당연하지 않나요?”
▲ 전북 김제에 위치한 알룩스 공장.
백정훈 회장이 오너인 알룩스는 세계적인 자동차 휠 생산업체이다.
주로 특수차량용 휠을 만드는데 고품질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공법을 개발해 연간 300억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휠은 차체를 지탱하는 핵심부품이므로 강도가 생명이다.
그래서 알루미늄이 주재료다.
알루미늄과 럭셔리 두 단어를 합성해 알룩스라고 이름을 붙였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중국과 합작회사를 만들었는데 중국 파트너를 국내로 불러들여 공장을 지었다.
▲ 직원들과 함께.
“한때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중국에 공장을 짓는 것이 유행이었습니다. 그러나 알룩스는 국내를 고집했습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괜찮을지 몰라도 10년이면 중국인들의 인건비가 상승해 국내와 비슷해지리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예측은 정확이 들어맞았다.
중국에 공장을 지은 회사들이 시간 경과와 함께 고전을 면치 못할 때 알룩스는 차근차근 힘을 비축했으니까.
백정훈 회장은 삼성과 현대, 유공과 제철화학, 효성 그룹을 두루 거친 엔지니어 출신이다.
CEO에서 오너로 변신하면서 성공한 엔지니어, 엔지니어의 궁극에 도달한 인물로 업계에 알려졌다.
▲ 결재하는 백 회장.
S#3. 그래도 바둑이 좋다
고교 시절에는 모형 비행기 제작에 풀 빠졌고 대학 시절에는 아마추어 무선 햄 동호회에 들어가 모르스부호 교신을 즐겼다는 백정훈 회장.
“바둑은 대학 다닐 때 어깨 너머로 배웠습니다. 엔지니어로 평생 달려왔지만 제 피 속에는 인문학적인 호기심이 항상 녹아 있었던 것 같아요. 일단 바둑이 그렇지 않습니다. 바둑은 그 어떤 분야보다 정신이 앞서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또 사람 냄새가 나는 분야지요. 어찌 보면 사람이 좋아서 바둑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전북 김제의 알룩스 공장으로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분당으로 퇴근한다.
수내동 한국기원이 정류장이다.
그곳에서 바둑 벗들과 바둑 몇 판을 두고 소박한 저녁식사를 함께 한 후 귀가한다.
기원을 들르지 않으면 뭔가 개운치 않다고 한다.
중독이라 해도 무방하다.
▲ 전북 익산의 공장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백정훈 회장.
“사람에 대한 중독이죠 뭐. 하하하.”
분당 신도시가 생길 때부터 기우회가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 멤버들과 지금까지도 호형호제하면서 어울리고 있으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알룩스라는 회사 이름을 걸고 대회를 후원하는 게 어떤지 물었다.
“글쎄요. 자동차 휠을 바둑 팬들에게 홍보하는 게 효과적일까요? 그냥 분당기우회 주최도 좋잖아요? 제가 바둑을 두는 동안 이 대회는 지속될 겁니다.”
백정훈 회장은 요즘 에세이 집 출간을 위해 틈틈이 메모하고 있다.
뜨겁게 살아온 엔지니어로 후학들을 위해 들려줄 성공의 키워드를 정리하는 중이다.
제8회 분당기우회장배 시니어 프로아마 대항전에서 이번에는 또 어떤 스타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TYGEM / 김종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