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조혜연 "바둑 인프라 확장을 기대해요"
바둑보급 위해 <조혜연의 창작사활>앱 출시해
2012-11-16 오후 5:16:00 입력 / 2012-11-16 오후 6:55:04 수정
조훈현·이창호 9단에 이어 최연소 입단기록(11세 11개월)을 보유한 여류기사.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여류국수전(對 루이나이웨이), 여류명인전(對 윤영선)에서 우승하며 한국여자바둑을 석권했던 강자.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부문 여자단체전 금메달리스트. 바로 조혜연 9단이다.
여류최강 조혜연 9단이 지난 11월 8일 앱스토어에 <조혜연의 창작사활>이라는 앱을 등록했다. 초급자부터 고단자까지 각 기력에 맞는 사활문제와 그에 따른 자세한 참고도가 맛깔스럽게 곁들여져 있다. 11월 16일 현재, 한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조혜연의 사활앱은 앱스토어의 바둑 관련 앱 중 벌써 20위를 차지했다.
기자는 조혜연 9단에게 모바일 사활앱을 만든 이유, 그리고 발표 후의 소감 등을 들어보았다.
▲ <조혜연의 창작사활> 캡쳐 화면.
- 갑자기 왜 모바일 사활앱을 만들게 되었어요? 동기가 있나요?
외국 바둑팬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 그들이 항상 제 사활책을 사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출판사가 영세해서 외국까지 판로를 개척하긴 어려웠는데 마침, IT기업인 (주) SixClick(이하 씩스클릭)에서 제 사활책을 앱으로 내줄 수 있다는 제의를 받고 함께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래는 스마트폰 세대가 아니겠습니까. 책으로 자료를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보의 전달에 있어서는 스마트폰이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씩스클릭에서 먼저 제의가 왔군요.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씩스클릭은 사교육을 온라인으로 저렴하게 제공해서 빈부의 격차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돕고자하는 정신으로 세워진 벤쳐기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pikicast를 출시하여 영어 교육을 시작했는데 그 다양한 교육 중의 하나로 바둑앱도 개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어플에 대해 유/무료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프로 수준의 문제만 유료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요. 그런데 회사 측에서 전체 무료로 해주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제작비는 회사가 부담하고 저는 수고비를 받지 않는다는 조건입니다. 회사에서는 이 어플의 무료 제공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바둑 인프라가 확장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앱에 대한 자세한 소개 부탁드려요.
우선 100% 조혜연 창작사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저작권은 제게 귀속됩니다)
기존의 '조혜연 창작사활' 책 1~5권은 아마 고단자 용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이 어플은 모든 바둑팬을 아우르기 위해 30급부터 프로 레벨의 문제까지, 총 12개의 레벨로 세분화하여 각 기력에 맞는 문제를 직접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각 문제마다 자세한 참고도를 실었습니다.
어플을 다운받아보면 아시겠지만 책자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예를 들면 8~6급 책자를 터치하시면 그 레벨의 문제가 쫘악 펼쳐나오는 방식입니다. 더구나 무료앱이니 경제적 부담도 없구요. 앞으로도 계속 문제를 만들어 업데이트를 할 계획이지만, 사활앱을 유료로 전환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어플은 아이폰/아이패드 에서만 다운이 가능한 아이폰앱입니다.
- 안드로이드 버전은 어려운가요?
처음 바둑앱을 개발할 당시에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비율이 5:5였고 일단 바둑 환경이 더 열악한 외국 바둑팬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을 먼저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80%를 상회하면서 약간, 아니 사실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원래 목표는 아이폰 버전을 출시한 후 6개월 후에 안드로이드 버젼을 개발하기로 했는데현재 회사 사정이 너무 바빠서 확실히 장담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 향후엔 안드로이드 버전도 이용이 가능하겠죠?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개발비만 들어가는 어플이기에 제가 요구를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회사 측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씩스클릭에서는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저의 입장에서는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 1년 6개월 이란 시간을 준비했다고 들었어요. 짧다면 짧겠지만, 꽤 고생스러웠을 것 같아요.
개발자가 바둑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만든 거라서 착수금지에 돌을 태연스럽게 집어넣고도 무엇이 틀린 줄을 모른다던가, 메일로 참고도의 의미를 물어오면 상세히 답을 해주어도 이해를 못하는 등 회사 측이 바둑룰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어려운 사활을(참고도 포함) 작업하려다보니 피차에 참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바둑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그 일을 완성해 냈으니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 출시한 소감이 어때요? 뿌듯하죠?
(웃음) 뿌듯하기 보다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안드로이드 버전이 나오지 않았으니 완성형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조혜연의 창작사활> 앱을 보고 바둑을 더 재밌어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보람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 조혜연 9단이 바둑보급을 위해 어린이 캠프에 금메달을 가져와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 최근의 조혜연 9단, '바둑 보급'에 무척 열심이에요. 기자도 바둑 보급을 위한 장소에서 조혜연 9단의 적극적인 모습을 최근에 여러 번 봤어요. 이번 사활앱 등 전투적으로(?) 바둑을 보급하는 조혜연 9단의 최근 행보…,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바둑토토를 반대하면서 바둑의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바둑의 가치를 최대한 살려서 사회의 메이저 파트로 나갈 수 있을까, 어둡고 처참한 뉴스들에 뒤덮인 우리 사회의 한줄기 빛으로 바둑을 퍼뜨릴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습니다. 이전에는 학업과 시합, 책 출간등 제 개인적인 일에 전념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는데, 바둑토토라는 힘겨운 일을 겪고 난 뒤 바둑계 전체의 현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바둑 보급을 할 수 있는 현장엔 가능한 한 발로 뛰어다닐 생각을 했고요.
한국 관광공사와 Un-yicef의 두 기관을 중재하여 바둑을 통한 해외 교류 부문에 MOU체결도 맺어서 내년엔 대단히 큰 사업들을 기획하고 있고, 또 장애학생들의 교과과목으로 바둑을 넣는 걸 목표로 이번에 고려대학교 특수교육학과 대학원 시험을 쳤습니다. (경쟁률이 엄청나서 합격할 수 있을 지 자신이 없네요.) 바둑이 정신지체 장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부를 할 계획이고 학문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논문과 실제 다양한 형태의 바둑보급을 통하여 바둑이 사회에서 얼마나 필요로 하는 과목인지 알려 나가고자 합니다.
걷지 않고 '가능한 뛰는' 조혜연의 바둑보급과 그 일환인 모바일 사활앱 <조혜연 창작사활>. 애플스토어에서 다운이 가능하며, 무료로 즐길 수 있다.
TYGEM / 강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