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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신최강전

박정환의 강릉대첩!

제14회 맥심배 입신최강전서 이세돌 상대로 종합전적 2-0으로 승리해

2013-03-27 오후 4:17:24 입력 / 2013-03-28 오전 9:19:43 수정

▲ 결승 2국 종료 후 복기장면.

박정환이 이세돌을 넘어섰다.

27일 오후2시 강릉 메이플비치리조트에서 벌어진 제14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2국에서 박정환 9단이 227수 만에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이하 기사 내 대국자 단위 생략)

이로써 종합 2:0 완봉승으로 박정환은 제14회 맥심배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 달성에, 11연승으로 맥심불패를 기록했다.


대관령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었다.
백두대간의 고개를 넘으며 문득 생각나는 말.
신구미월령(新鳩未越嶺)
어린 비둘기가 큰 고개를 넘기에는 아직 벅차다는 뜻.
어쩌면 이세돌이 이 고개를 넘으면서 10년 후배 박정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아니었을까?
아직까지는 지존무상의 일인자로서 그쯤 기백은 보여줄 필요도 있을 터.
그러나 박정환은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長江後浪推前浪) 도전정신으로 무장했으리라.



대국 전 기자회견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이세돌 : 정환이가 흥행을 생각한다면 어찌 해야 할지 잘 알 것으로 기대한다.
박정환 : 지난 번에는 잉씨배 후유증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세돌 : 헉! 좋지 않은 게 그거였어?
박정환 : 오늘은 컨디션이 아주 좋다. 열심히 둘 것이다. 이기면 우승해서 좋고 진다면 세돌 사범님께 한 판을 더 배울 수 있어 좋다.


겸손한 박정환, 밑질 게 없는 승부라니 역시 부담스런 쪽은 이세돌이다.
박정환의 흑으로 시작된 2국 초반 포석은 마치 두 기사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빠르게 진행됐다. 대각선 포석에 눈사태 정석의 복고풍이 등장했다.
이세돌은 모양에 구애받지 않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박정환은 단단하고 두텁게 응수했다.
전투가 중앙으로 전개되면서 흑백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기세다툼을 벌였다. 최강일변도의 이세돌에 맞서 박정환도 과감하게 끊어가며 난타전을 전개했다.
중앙에서 흑이 잠깐 멈칫하는 사이에 요석 3점이 끊기면서 백이 주도권을 잡았다.
이후 이세돌은 모양을 따지지 않고 실전적인 수로 확실하게 앞서갔다.



이 무렵 박정환은 2국을 포기하고 3국을 준비해야겠다 맘먹었다고 대국 후 고백했다.
사실상 포기했다는 뜻인데 뜻밖의 기회가 다가왔다.
좌변에서 하변으로 전선이 형성됐을 때 이세돌은 유리한 형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끝을 보자며 강수를 연발했다.
그러자 희미한 빈틈이 보였다.
박정환은 날카롭게 승부수(161수)를 날렸고,버티기 시작했다.
놀라운 뒷심이었다.
천하의 이세돌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식은 땀 나는 공방이 오갔다.
어느틈엔가 승부의 저울추가 백에서 흑으로 기울었다.
마침내 이세돌이 집 부족을 확인하고 227수만에 돌을 던졌다.
이세돌이 이처럼 좋은 바둑을 혼전으로 몰아간 경우는 아주 드물다.
거꾸로 뒤집으면 박정환의 집요한 지구력을 눈여겨 봐야하지 않을까?



지난 16일 1국에서도 초반 이세돌의 속도에 밀렸다가 후반에 뒤집었다.
2국의 내용도 1국과 흡사하다.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필연에 가까워진다.
뭔가 박정환이 이세돌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 아닐까?
과거 이창호가 최강의 조훈현을 극복할 때처럼 일인자의 아킬레스 건을 찾아낸 느낌이다.
담대한 이세돌의 주먹을 무수히 맞으면서도 커버링을 단단히 하고 후반에 포인트를 따내는 방식.
그 정도 파괴력이면 보통의 상대들은 나가떨어질 텐데 끄떡하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발한발 다가서는 박정환.
이세돌의 심장이 떨렸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정타를 서두르다 헛스윙을 하고 만것.
흥미진진했던 랭킹 1,2의 대결은 일단 2위의 쿠데타 성공으로 결정났다.
물론 그들의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겠지만 잉창치배 후유증에서 벗어나 세계일인자 이세돌을 2:0으로 꺾은 박정환의 존재가 새삼스럽게 빛나는 한판이었다.


박정환 : 맥심 배 1,2국 모두 내용은 좋지 않았는데 운이 좋아 이겼다. 커피를 좋아해서 그런지 맥심배와 인연이 있나보다. 잉씨 배 결승전에서 판팅위에게 진 뒤 후유증이 컸다. 맥심 배는 마음을 잘 추스르고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썼다. 올해는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보고 싶다.응원해주신 바둑팬 여러분게 감사드린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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