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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하라, 대학바둑계여!

프로기사회의 지원받아 전국 25개대학 출강한 3년간의 경과와 결실

2013-03-23 오전 10:05:54 입력


안녕하세요. 이다혜 4단 입니다.

지난 회에 이어 제2화에서는 프로기사와 대학바둑과의 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자세하게 풀어놓으려 합니다. (혹시 지난 제1화를 못보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 [제1화 - 프로기사, 대학바둑과의 오랜 만남] 바로가기

지난 회를 보시고 '기사들은 서울대와 이대 이외의 학교 학생들과는 교류가 없나보네'라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교류의 폭이 좁았으나 몇 년 전부터 대폭 확장되었습니다. 바로 젊은 프로기사들이 대학바둑동아리에 출강하면서부터 시작됐죠.

▲ 제가 '활로'에 대해 강의하고 있어요. 저도 외대 친구들도 사진기 앞이라 다소 쑥쓰러운 표정이에요.  

시작은 미약했으나…

시작은 2010년 초에 김성룡 9단이 침체기에 빠져 있던 대학바둑을 돕고자 젊은 프로기사들을 모으면서부터입니다. 그러다가 제가 2010년 여름 즈음에 대학바둑연맹YB 고문직을 맡게 되면서 프로기사회에서 후원하는 대학바둑동아리 출강 관련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대학바둑동아리 출강은 대학바둑연맹에 속한 약 30개 대학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서울과 경기도에 소재한 대학은 한 달에 최대 2번, 그 외에 지역은 한 달에 1번 출강했습니다. 프로기사회에서 출강료를 전액 지원해 주는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출강료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급에 뜻있는 젊은 기사들이 힘을 합쳐 첫 걸음을 떼었습니다.

▲ 2004년 서울대학교에 바둑강의와 다면기를 하러 나선 프로기사들 입니다.

호혜

출강하면 입문부터 고단자까지 다양한 기력대의 사람들과 대국, 강의를 하고 식사도 합니다. 초창기에는 이현욱 7단, 김민희 3단 등 저보다 5,6살 위인 기사들도 참여했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많은 기사들이 힘을 보태주었습니다. 매 학기 새로운 기사들이 들어왔고 제 뒤를 이어 애써줄 서건우 5단에 의하면 올해 1학기에도 뉴페이스들이 등장한다고 하네요.

사실 신예기사들에게 있어서 바둑을 가르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바둑기술 부분에서는 뛰어나지만 가르쳐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바둑을 '잘 두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인이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는 기사들은 더욱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카이스트에서 이하진 3단의 다면기(왼쪽), 김수진 2단의 강원대 다면기

직접 바둑을 가르치면서 젊은 기사들은 입문자를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중급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뇌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차원적인 바둑사고만 해 왔던 기사들에게 그것은 신선한 화두였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겠지만 나름대로의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기사들은 한층 성장했을 것입니다.

초창기에는 적은 출강료 때문에 기사들을 모으기 쉽지 않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인원을 모으기 위해서 아쉬운 소리를 하며 부탁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는 기사들이 늘었고 출강료를 받지 않아도 매주 출강하는 기사들도 생겼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대학바둑보급에 힘써준 동료기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3년간의 결실을 눈에 보이는 보고서로 제출하면 사실 성과는 미미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프로기사가 출강한 이후에 동아리에 활기가 생겼다는 이야기와 신입회원이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프로기사 출강이 동아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는 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쳐주고 학생들은 기사에게 바둑계 밖의 생활을 들려줍니다. 기사들은 다양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대학바둑동아리 출강은 학생들에게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출강하는 기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대학 바둑동아리에서 MT를 갔네요. 야외에서 수담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보급은 기다림이 필요하다

제가 3년 동안 일하며 깨달은 대학바둑침체의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바둑동아리가 없어지거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죠. 운영이 잘 안 되는 동아리의 공통점은 고학번, 여성, 신입회원 부족입니다. 고학번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바둑을 배운 적이 있는 학생들입니다. 바로 이창호 9단 덕분에 일었던 바둑 붐 세대들이죠. 그런데 1989년생 이후로 바둑 유경험자 학생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제 체감상 1990년 이후 출생한 학생들은 80%정도가 바둑을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고스트바둑왕을 보고 흥미를 느껴 가입한 학생들이 꽤 있었지만 앞으로는 고스트바둑왕도 본 적 없는 학생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젊은 층을 위한 보급에 힘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사회로 나가면 더 이상 바둑을 배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스펙 쌓기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바둑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힐링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보급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10년, 20년 후에는 지금 씨를 뿌린 것이 자라나서 많은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20대인 이들이 40대에는 바둑계를 지탱하는 든든한 바둑팬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 이렇게 많은 대학생들이 바둑을 즐기다니, 참 뿌듯합니다.

부흥하라 대학바둑계여

2010년 5월 22일, 한국기원에 오랜만에 대학생들이 찾아 왔습니다. 바로 제1회 대학바둑단체전이 열렸기 때문이지요. 이 대회는 스폰서를 찾기 위해 애쓴 프로기사와 후원을 해 준 바둑TV, 그리고 대회 진행에 힘써준 대학바둑연맹YB의 협력으로 열렸습니다. 가뭄에 단비처럼 오랜만에 열린 대학생바둑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실력에 상관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강자 위주로 열렸던 기존의 대회방식에서 탈피해서 18급들을 주인공들로 만들어준 것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합니다. 바둑을 취미로 즐기는데 꼭 잘 둘 필요는 없으니까요. 대학바둑단체전은 작년까지 계속 이어졌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대학바둑대회를 준비해주는 대학바둑연맹YB 임원진들은 열정 넘치는 젊은이들입니다. 아무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바둑이 좋아서 애써주는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다음 편에는 2012대학바둑연맹YP 회장인 이화여대 박은진 학생이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TYGEM / 이다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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