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해 같은 대회 결승 5번기를 치른 최철한(왼쪽)과 조한승. 스피드 시대인 지금도 유일하게 3시간 바둑으로 남아있는 전통의 국수전. 10여 년 전만 해도 국수전은 일인자를 가리는 바로미터였지만 요즘은 굵직한 세계타이틀전에 밀려서 그저 중위권 타이틀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자신의 성(姓) 뒤에 따르는 '국수'라는 칭호는 삼성화재배 LG배를 10개를 딴다고 해도 함부로 붙이지 못하는 프로들의 영예다. 56년간 일류 12명에게만 진입을 허락한 국수의 반열은 돈 이외의 그 무엇이 있다.
현란한 '창' 최국수냐, 무덤덤한 '방패' 조국수냐.
국수전은 1년 만에 다시 보는 모순(矛盾)매치다. 정말이지 어떤 방패라도 뚫어버리는 기세 출중한 ‘창’ 최철한과 어떤 날카로운 창검도 무력화시키는 든든한 '방패' 조한승의 리턴매치다. 19일 국수 조한승과 도전자 최철한이 국수전 제1국을 시작으로 5번기를 갖는다.
▲ 지난해 조한승의 도전을 받았던 최철한. 올해에는 도전자로 나섰다. ●○…최철한 vs 조한승, 상대전적 12승12패 호각
9월 중순의 최철한은 12연승을 내달으며 판팅위 미위팅을 제압하고 삼성화재배 4강에 진격했다. 민상연을 거푸 꺾고 국수전도전자가 되었고, 조한승 김지석을 꺾고 olleh배 결승까지 진격했다. 게다가 명인전과 천원전에서도 승승장구했다. 다분히 하반기의 블루칩이었다.
그러나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나자마자 '잊혀진 계절'이 되고 만다. 명인전 8강전에서 박영훈에게 반집 역전패를 당하면서 이후 7경기에서 2승5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 5패엔 삼성화재배 준결승 2패(이세돌), LG배 4강전 패배(원성진)등 한해 수확을 목전에 둔 굵직한 패배가 포함된다.
다만 국내전에서는 여전히 초강세. 최철한에게는 아직도 국수전 olleh배(현재 이세돌 1-1) 천원전 4강이 남아있다. 당초 1~2개 정도의 타이틀을 획득하리라던 예상은 그래도 계속 진행 중이이다. 따라서 상대인 조한승의 컨디션 여부와 상관없이 최철한이 세계대회 연속 좌초의 상실감을 빨리 걷어내느냐가 관건. 지금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단계라는 얘기다.
▲ 조한승 국수.
반면 조한승에 관한 뉴스를 최근에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작년 이맘 때 국수전에서 파이팅을 보였던 이후로 통 잠잠하다. 올 시즌 전적은 40승 19패로 준수하지만 산술적인 기록의 허상일 뿐 두렷한 족적을 남긴 것은 거의 없다. 최근에도 맥심배(이희성) 십단전(원성진) olleh배(최철한)에서 거의 판 맛을 보지 못하고 죄다 떨어졌다.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바둑리그에서는 팀의 1지명으로서 13승5패로 대단히 선전했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올 조한승의 가을 수확은 제로에 가깝다. 조한승이 만약 이번 시리즈에서 실패한다면 거의 '평범한' 선수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있다.
●○…국수전은 마라톤 경기-들쑥날쑥 일정도 변수
여기서 작년 필름을 다시 돌려보자. 작년에도 랭킹으로는 최철한보다 아래였던 조한승이 예상을 뒤엎고 3-2로 국수에 오른 이유는 그의 온건하고 은근한 바둑스타일이 최철한의 더프 함을 무디게 했고, 급기야 그의 실수를 잘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조한승의 안정감 있는 자세는 3시간짜리 대국에 어울린다는 평이다.
조한승도 30세에 접어들면서 '선택과 집중'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수전같이 집중할 수 있는 무대는 놓칠 수 없다. 시간이 비교적 넉넉하면 그의 부드러운 바둑 속에 내제된 격렬함도 발현될 수 있다. 작년 국수전의 경우 최철한의 도발에 전혀 물리는 기색 없이 힘으로 맞대응 한 것이 좋은 예.
03,04년 그리고 11년 최철한은 모두 이창호를 상대로 세 번에 걸쳐 국수에 오른 인연이 있다. 올해는 본선에서 김세동 박준석 등 신예를 연파했고 4강전에서는 세계최강 이세돌마저 격파했다. 오히려 도전자결정전(대 민상연)은 수월했다. 즉, 이세돌을 꺾었으면 못 이길 자가 없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리벤지 매치'를 계획하고 있다.
▲ 지난해 국수전 도전2국은 이곳 안동 군자마을에서 벌어졌다.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10월 18일 최철한의 도전권 쟁취 후 한 달이 흐른 다음 도전기가 개시된다. 그리고 1국 이후 2주 정도 시간이 흘러 12월3일 2국이 예정되어 있다. 각종 세계대회가 하반기에 몰려있고 명인전 ollle배 천원전 등 결승전이 연이어 벌어지고 연말엔 각종 시상식도 줄을 잇는다. 3국은 아예 스케줄을 잡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수전에 집중하려는 조한승으로서는 너무 루즈해질 우려가 있고 최철한은 다른 일정과 맞물려서 벅차게 느껴질 수 있다. 즉, 최철한은 이 기간 중에 olleh배 결승3국~5국이 벌어지므로 그 결과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철한과 조한승의 공식대국 상대전적은 24전 12승 12패. 딱 5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