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능욱 9단

만 45세 이상의 시니어기사들과, 여자기사들의 반상 줄다리기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벤트 기전 지지옥션배. 6회 대회 본선 9국은 꽤나 오래도록 바둑팬, 특히 타이젬 고객의 뇌리에 깊게 남을 것 같다. 바로 타이젬에서 joonki라는 아이디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서능욱 9단에게 아주 의미 깊은 대국이기 때문.

30일 서울 홍익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6기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 본선 제9국에서 시니어팀 서능욱 9단이 여류팀 하호정 3단을 물리쳤다. 이 승리로 서능욱 9단은 6기 지지옥션배 '3연승과 '개인 통산 1천승 달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이하 기사 내 단위 생략)

▲본선 제9국 여류팀 하호정(왼쪽)과 서능욱의 대국 모습.

3연승부터 주어지는 연승상금(2백만원)과 1천승 달성여부가 이 한 판에 걸린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평소처럼 속기로 일관하던 서능욱(흑)은 이날 대국에서 한 때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하호정의 무리를 응징해 초반부터 유리한 고지를 점했음에도, 이후 우변 백돌들이 선수로 연결하는 수순들을 허용해 흐름을 빼앗긴 서능욱.

그러나 이날만큼은, 승리의 여신이 서능욱의 편이었다. 이후 좌변에서 하호정의 수순들이 이상했고, 선수를 뽑은 서능욱이 중앙 백돌을 몰아치며 자연스럽게 상변 흑집을 키워가서는 서능욱의 승리가 결정됐다.  

 
1972년 9월 입단한 서능욱은 그 해 10월 1일 36회 승단대회에서 이일선 3단(작고)을 상대로 첫 승을 신고한 이후, 39년 7개월만에 일천승을 기록했다. 이번 서능욱의 1천승 달성기록은 이창호(25세 2개월 17일)-유창혁(39세 6개월)-조훈현(40세 2개월 26일)-서봉수(40세 9개월 7일)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인터뷰 중인 서능욱. "조금 부담됐어요~"

지인들의 응원으로 이날 대국이 1천승 달성 결정대국 이라는 것을 알고 이날 대국에 임했다는 서능욱은  "평소 시합에 임할 때 신경을 안 쓰는데, 이날 대국은 조금 부담이 됐다."라면서 "기분은 좋네요. 더 젊을 때 (1천승을)이뤄놓을 걸 조금 후회되네요."라며 껄껄 웃었다.

서능욱은 통산 1천승 달성 외에도, 지지옥션배 3연승과 함께 연승상금 2백만원을 확보했다. 서능욱은 내일 저녁 7시 같은 장소에서 여류팀 문도원을 상대로 4연승에 도전한다.서능욱은 "어차피 나는 용병이다. 지지옥션배 승부는 최종국에서 가려질 것이다. 5연승까지 2승이 남았는데, 그 안에 대국하는 상대들은 다 나의 제물이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비쳤다.

지지옥션배에서 통산 1천승 달성을 보너스로 얻은 서능욱. 과연 그의 바람대로 5연승까지 이 기세를 쭉 이어갈 수 있을지. 아니면 2011년 정관장배에서 7연승을 거두며 타이젬에 '문뚜기 돌풍'을 일으킨 문도원이 여류팀에 값진 승리를 안길지 바둑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지옥션배는 만 45세 이상의 시니어기사와 여자기사들이 12명씩 한 팀을 이뤄 연승전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이벤트 기전이다. 우승팀에게는 7천만원, 준우승팀에게는 1천2백만원이 주어진다. 전기 우승은 시니어 팀이며, 총 스코어는 3-2로 시니어 팀이 앞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