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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내 아이를 부탁해!

- 놀이문화 보급을 시작한 '한국 바둑그룹' 노희지 회장

2013-04-10 오전 10:17:05 입력 / 2013-04-10 오전 11:22:47 수정

▲ 한중 아마추어 바둑교류전 당시 초청 프로기사 구리(30)와 함께.

S#1 이제 해볼 때다.

그를 알게 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이다.
바둑최고위 과정 바둑행사에서 몇 차례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바둑계를 잠시 떠난 시기가 12년쯤 된다고 했다.
필자가 '조훈현 스토리'를 쓰면서 타이젬 독자들과 만난 때가 그 무렵이다.
그가 떠나고 필자가 들어온 셈이니 인연이 엇갈렸던 것이다.


▲ 호남출신 전문기사 초청바둑 행사 장면.  

과거에 그는 노성일이란 이름으로 광주에서 바둑교실을 운영했고, 전국바둑교실협회 부회장과 광주지역회장을 역임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전남일보에 관전기를 썼고, 호남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바둑을 가르치기도 했다.
조훈현, 이세돌 등 호남출신기사들을 광주로 초청해 행사를 주최했고, 영호남 바둑교류를 위해 앞장섰다.
"젊은 혈기로 뭔가 해보려고 부단히 뛰어 다녔었죠. 그런데 흔히들 하는 이야기로 바둑계에서 밥 먹고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바둑활동 10여 년 하고 나니 남는 것은 행사 사진과 기념수건들 뿐이더라고요. 40대 접어들면서 아이들도 성장하고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다른 영역의 사업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런 이유로 의료기 사업을 시작했다.
천부적인 친화력이 있어 의료기 사업에서 금방 자리를 잡았다.
현재 한국메디칼 상무이사로 뛰고 있다.

▲ 다시 바둑으로 돌아온 노희지 희장.

"4년 전부터 바둑에 대한 향수병이 도졌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니까 바둑이 사무치게 그립더군요. 그런데 오랜 세월 그 바닥을 떠나 있어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바둑계에서 활동할 때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의 여가선용을 위해 밝은 놀이문화를 전파하고 싶었습니다."

컴퓨터와 휴대전화 보급이 확산되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게임에 빠져드는 풍토가 너무 안타까웠다.
명절 때 온 친지들이 모였는데 어린 조카들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광경에 큰일이지 싶었다.
지금의 중년들이 어렸을 때는 따로 놀 게 없어 두루 어울려 놀았었다.
연을 날리고, 윷놀이를 하고 강강술래로 하고 자치기나 제기차기도 모두 함께 즐겼다.
빙판에서는 썰매를 탔고, 팽이를 깎아 돌렸으며, 흙바닥 운동장에 삐뚤빼뚤 오징어와 해바라기를 그려놓고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함께 어울리면서 정을 나눴었는데 문명의 이기(利器)는 철저히 개인주의를 심화시키는 기분이었다.

▲ 각종 보드게임 문화로 그득한 그의 사무실.

그래서 그는 놀이문화 보존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둑을 비롯해 장기와 고누 등을 국민들에게 좀 더 널리 보급해보고자 발명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지만 실행하지 않았던 것들.

▲ 강화유리판으로 만든 바둑테이블과 장기판 등.

S#2 바둑 테이블, 바둑 여행가방

첫 번째 발명품은 바둑 테이블과 강화 유리판이었다.
강화 유리판 배면에 바둑판과 장기판 등을 인쇄했다.
유리판만 사용해도 좋고, 테이블 자체도 세트로 만들었다.
식탁에도 올릴 수 있고, 사무실의 응접 테이블로도 적합하다.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아무 때나 간편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따로 바둑판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유리여도 플라스틱 바둑알을 사용하므로 소음이 적다.

"이 바둑 테이블을 전국적으로 보급한다면 바둑 인구가 확장되리라 생각합니다. 콘도 휴게소, 부동산 사무실, 카센터, 군부대 내무반 등등 우리가 개척할 수요는 무궁무진하지 않을까요?"

▲ 놀이문화 여행가방.

테이블과 강화유리판은 특허를 냈다.
아울러 놀이문화 여행가방도 개발했다.
바퀴가 달린 플라스틱 가방 안에 바둑용품을 비롯해 장기와 주사위 윷, 체스 등을 즐길 수 있게 놀이용품 세트 주머니가 별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가방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가족이 모여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가방 한 쪽에 옷이나 필수용품을 넣을 수도 있구요."

▲ 바둑 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재미있는 보드게임도 여행가방 속에는 가득하다.

과연 일반인들에게 널리 환영 받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까?
되기만 한다면 바둑 두는 인구가 늘어나긴 할 텐데…….


▲ 육형제바둑에서 제작한 매트 바둑판과 전통놀이도구.  

㈜육형제바둑에서 제작한 매트 바둑판과 전통 놀이도구 통도 사실은 노희지 회장이 개발한 작품이라고 했다.

▲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노희지 회장. 놀랍다.

-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개발하신 집념과 의욕은 놀랍습니다만 세일즈를 해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번거롭지 않을까요?
의료기기 판매를 하면서 세일즈의 노하우는 나름대로 터득했습니다.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놀이도구가 눈앞에 있으면 분명히 어울리게 되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영업망을 구축한 뒤 4월부터 시판할 계획입니다.

바둑용품 사업의 성패는 훗날 판가름 나겠지만 그의 의지는 순수하게 다가왔다.

S#3 한국바둑 그룹

그는 이런 발명품을 바탕으로 '한국바둑그룹'이란 회사를 만들었다.
바둑용품 제작 및 판매가 기본이지만 프로기사 매니저 업무와 바둑대회와 각종 이벤트 기획까지 준비하고 있다.
말 그대로 바둑으로 전개할 수 있는 모든 비즈니스를 '한국바둑그룹' 이름으로 실행하겠다는 포부다.
"바둑을 떠나 다른 곳에서 경제적 안정을 찾았습니다. 몸은 편안했지만 마음은 늘 허전하더군요. 이제 다시 돌아와 부담 없이 일 한 번 저질러보려 합니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건전한 놀이문화 보급을 위한 저의 노력이 사람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진정성이 통하면 이 작은 발명품이 바둑계에도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는 오랜 바둑교실 활동을 통해 여성들이 바둑 인구 확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다.
"여성들이 바둑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성들이 바둑을 이해하면 아이들과 남편들이 바둑 두는데 편해집니다. 바둑 사업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여성바둑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싶습니다. 여성들만의 리그전을 만들어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대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한국바둑그룹 노희지 회장은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질 때까지 바둑 이야기만 했다.
바둑에 청춘을 묻은 이들은 다 그런 듯싶다.
바둑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처럼 취하게 하고 순정에 젖게 하는 걸까?
타이젬 장수코너 [유저수첩]은 새롭게 바둑사업을 시작하는 한 바둑 인의 꿈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TYGEM / 김종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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