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
티브로드, 새 창을 열다
티브로드, 3대2로 포스코켐텍 꺾고 단독 선두 나서
2013-04-29 오전 10:34:17 입력 / 2013-06-03 오후 4:44:34 수정
달라진 티브로드, 2013KB리그 판도 바꾼다
티브로드가 2013년 들어 확실히 달라졌다. 이제 만년 중하위권에서 헤매는 팀이 아니다. 1지명이 두 번이나 져도 기어코 승리를 쟁취해 낸다. 분 명 티브로드에 의해 올해 KB리그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28일(일) 한국기원 바둑TV서 열린 2013KB국민은행 바둑리그 2라운드 2경기에서 티브로드는 제4국에서 1지명 조한승이 패했지만 3국에서 이지현이 신진서를, 마지막 5국에서 김세동이 김동호를 물리치며 종합전적 3대2로 포스코켐텍을 제압했다. 티브로드는 이 승리로 2승째를 거두며 리그 초반 단독 선두에 올랐다(신안천일염과 같은 2승이지만 개인 승수가 7로 하나 더 많다).

▲승자 강동윤의 인터뷰. "초반 포석이 좋지 않아서 상대의 착각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피곤한 류수항, 허무하게 무너지다
(2라운드 2경기 제1국 포스코켐텍 강동윤 대 티브로드 류수항)
"오늘 락스타 경기만 없었어도 해볼만 했을텐데 아무래도 어렵겠네요.."
첫 대국이 시작되기 전 티브로드의 이상훈 감독이 아쉽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류수항은 올해 티브로드의 락스타 2지명으로 출발했지만 워낙 상승세여서 본 리그도 같이 뛰고 있는 소위 '양빵 리거' . 락스타 리그 대국은 원래는 본 리그와 겹치지 않게 일정이 짜여 있어서 내일(일)이 대국날인데 방송 일정상 하루가 당겨지는 바람에 상암동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대국을 치르고 왔다고 한다.
상암동과 한국기원이 위치한 홍익동은 왕복으로 꽤 시간이 걸리는 거리. 거기에 상대가 여자 최강인 최정이어서 류수항은 이기긴 했지만 세 시간이 넘는 격전을 치렀다고 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해도 강동윤을 이길까 말까 하는 판에 이런 상태로 바둑이 될 까?
과연 대국이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류수항의 얼굴에선 진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그럭저럭 괜찮았던 바둑 역시 허무한 착각이 나오면서 일찌감치 대마가 잡히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류수항은 이후 최선을 다해 반전을 노렸지만 상대가 강동윤이라 결국은 항복(126수 흑 불계승). 티브로드 입장에선 '컨디션 좋은 상태에서 제대로 붙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일국이었다.
▲ 나현의 천적, 안국현은 이날 승리를 포함해 6전 전승으로 나현에게 앞서고있다.
■나현, 안국현에게 대마가 잡히다
(2라운드 2경기 제2국 포스코켐텍 나현 대 티브로드 안국현)
첫 판은 강동윤이 불과 한 시간 만에 낙승을 거두었다. 한데 이어 벌어진 2국에선 포스코켐텍이 똑같은 상황을 겪는 처지가 됐다. 평소 침착하기로 소문난 나현(18)이지만 안국현(21)을 상대론 행마가 허술해지기 시작했고, 이 때를 기다렸다는듯 안국현이 반격을 가하자 나현의 중앙 대마가 일찌감치 위기에 몰리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 판도 1국처럼 1시간도 채 안돼 나현의 대마가 잡혀버렸고, 바로 항서를 쓴 시점이 125수째. 1국과 2국이 모두 100여수 만의 단명으로 끝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이로써 첫 날의 결과는 1대1. 하지만 자리를 뜨면서 이상훈 감독은 미소를 지었고, 김성룡 감독의 얼굴은 먹구름처럼 어두워졌다. KB리그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던 티브로드가 이번엔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았다.

▲'새 싹은 밟아줘야 한다' 는 이상훈 감독의 지론을 따라 제3국에서 이지현(21.랭킹 14위)이 신진서(13)의 돌풍을 잠재웠다.
■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 신진서 돌풍
(2라운드 2경기 티브로드 이지현 대 포스코켐텍 신진서 전)
첫 날 1대1로 승부를 마쳤지만 포스코켐텍은 크게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제4국을 상대의 1지명인 조한승에게 내준다고 보면 3국과 5국을 모두 이겨야 하는데 어느 하나 자신있는 판이 없다. 희망이 없구나, 생각하면서도 김성룡 감독은 어린 신진서의 허리 버클을 채워주며 지난 번 목진석을 꺾었을 때 들리던 '환희의 송가'가 다시 울려퍼지길 기도한다.
흑으로 첫 수를 삼삼(3.三) 그리고는 소목 굳힘. 신진서는 옛날 사카다의 전성기 포석을 들고 나와 모두를 놀라게 한다. 알고 보니 신진서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중국의 판팅위가 이 포석을 자주 구사한다고 한다. 장롱 구석에 처박힌 줄 알았던 삼삼의 등장이 베일에 싸인 신진서의 이미지와 어울려 묘한 느낌으로 다가 왔다.
최초의 접전은 좌하귀에서 벌어졌다. 여기서 신진서는 선수로 빵따냄을 한 다음 상변 모양을 크게 키우자고 했는데 보통의 프로들은 하기 어려운 모험이었다(집 손해가 워낙 컸다). 이어 이지현의 깊숙한 침입. 신진서는 이 때부터 기다렸다는 듯 일직선으로 백 대마를 잡자고 나섰는데 기개는 하늘을 찔렀지만 수법이 영글지 않아 여기저기 반틈이 노출됐다.
결국 '단 곤마는 죽지 않는다'는 격언대로 백 대마는 떵떵거리며 살아갔고, 신진서는 닭쫒던 강아지의 처지가 되어 돌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146수 백 불계승). 지난 번 목진석을 꺾은 기세가 이어지지 못하고 '찻잔 속의 돌풍'으로 사그러지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티브로드의 2대1 리드. 티브로드의 검토실은 이제 1지명 조한승이 언제 끝내주느냐만 기다리며 모니타를 보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 떼부터 생각지 않게 꼬여가기 시작했다

▲티브로드 입장에서 충격적인 1지명 조한승(31.랭킹 5위)의 패배. 포스코켐텍의 5지명 김주호(29)가 278수 만에 반집을 남겼다.
■ 충격적인 조한승의 패배, 승부는 다시 최종국으로
(2라운드 2경기 제4국/5국)
티브로드의 1지명 조한승과 포스코켐텍의 5지명 김주호가 대결한 제4국(장고대국)은 예상외로 김주호가 잘 버티면서 팽팽한 양상을 이어갔다. 그렇더라도 '국수' 조한승이 설마 지랴 하는 마음으로 양 팀 검토실은 보고 있었는데 국면이 점차 반집 승부 양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는 278수 만에 계가를 해보니 믿기지 않는 조한승의 반집 패. 순간 티브로드 검토실은 벼락을 맞은 듯 조용해졌고, 포스코켐텍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럴 수가"를 외쳐대기 시작했다. 이긴 쪽도 진 쪽도 눈을 의심케 하는 결과였다. 이로써 2대2.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이 때만 해도 분위기는 포스코켐텍의 것이었다(세상의 허다한 역전 스토리가 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뤄지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 날의 티브로드는 달랐다. 조한승의 패배를 감지라도 한 듯 이 때부터 마지막 주자 김세동이 힘을 내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팽팽했던 형세의 저울추가 미세하나마 티브로드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 티브로드의 4지명 김세동(24). 첫 경기서 박영훈을 물리친 데 이어 이 날 포스코켐텍의 김동호마저 물리침으로써 티브로드의 끝판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모니터를 지켜보는 상황. 종반 들어 불리함을 느낀 김종호가 패를 걸어갔다. 크기는 작지만 하늘같은 패였다. 이틀 동안 두 차례나 서로의 대마가 죽고, 반집 때문에 울고 웃는 상황이 펼쳐졌지만 이 날 양 팀의 명운을 가른 것은 얄궂게도 패, 그것도 평소같으면 시시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패 하나였다. 그리고 이 패를 하다가 김동호의 귀에서 사고가 터지면서 사연많았던 이틀 간의 승부는 티브로드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거둔 3대2 승리. 지난 경기에 이어 연속으로 1지명이 패하는 충격 속에서도 티브로드는 오뚜기처럼 일어났고, 2승째를 거두면서 당당 선두로 올라섰다. 만년 중하위팀 티브로드가 2013KB바둑리그의 새 창을 활짝 여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김세동의 승리에 기뻐하는 티브로드 이상훈 감독. 올해 감독 2년차를 맞아 팀의 면모를 새롭게 바꿔놓고 있다.
TYGEM / 바둑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