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리그 들어 처음으로 저녁 9시가 넘어 끝난 제3국. 오른쪽의 이원영이 결과를 확인하고는 머리를 감싸고 있다.
■ 2시간 17분의 혈전, SK에너지 9부 능선을 점하다
(2라운드 4경기 제3국 이태현-이원영전)
"오늘은 3국이 결정판이나 다름없습니다."
첫날 1대1로 끝난 상황에서 둘째 날 경기를 앞두고 양팀 감독들은 예상대로 3국이 최대 승부처임을 강조했다. 4국은 SK에너지의 1지명 최철한이, 5국은 넷마블의 1지명 박영훈이 가져간다고 보면 3국이 당연히 결승국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누가 우세하냐는 질문에는 윤현석 감독(SK에너지)이나 한종진 감독(넷마블) 모두 빙긋이 웃음으로 답했다. 두 사람 다 '그건 운명에 맡길 수 밖에 없지요'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무대에 오르는 선수들이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다. 아니, 실상은 두 대국자 모두 극도의 부담을 어깨에 지고 링에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바둑은 초반부터 한시바삐 끝내고자 하는 양자의 조급함이 어우러져 알 수없는 양상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초반 우변에서 서로 붙이고 끊고 싸운 결과는 백을 든 이태현의 우세. 하지만 이태현은 천천히 가는 길을 마다하고 내친 김에 우하귀 흑을 다 잡자고 나섰고, 이 와중에 서로 결정적인 실수를 주고 받으면서 흑대마는 패로 삶을 확보하는 형국이 됐다.
결국 패의 대가로 좌하귀를 내주는 대신 흑도 백진을 깨고 살아서는 장기전의 양상. 하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와중에 이태현 보다는 이원영 쪽에서 눈에 띄는 실수가 많아지면서 형세는 미세하나마 백쪽으로 기울고 만다.
대국이 끝난 시간은 저녁 9시 17분. 두 시간이 넘는 혈전 끝에 판을 정리해 보니 백을 든 이태현이 3집반을 남기고 있었다. 순간 패자인 이원영은 머리를 감쌌고 승리한 이태현은 멍한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이 날의 승부는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 옆에서 진행 중인 장고대국에서 SK에너지의 1지명 최철한이 넷마블의 4지명 민상연을 상대로 우위를 굳혀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KB리그의 '말말말'
"유병용 선수는 야구로 치면 너클볼을 구사하는 투수같아요."(목진석 해설자. KB리그에 첫 출전한 유병용의 다음 수가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들다며)
"오늘은 일찍 가셔도 별 탈이 없을 듯 합니다." (윤현석 감독, SK에너지 관계자에게. 4국 최철한 판의 승리가 확실해 보인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