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리그에서 우승하려면 속된 말로 미친 선수가 하나 나와야 합니다."(박정상) "신안천일염의 김정현 같은 선수가 나와야겠지요."(최유진)
어제 방송에서 주고받은 얘기다. 김정현에 이은 또 하나의 미친(?)선수를 소개한다. 바로 정관장의 한웅규다. 지명 순위는 4지명인데 이세돌을 꺾는가 하면, 5라운드까지 3연승 포함 4승1패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이런 한웅규가 6라운드 승부처에서 또 한번 빛났다.
21일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 바둑리그 6라운드 4경기 제3국에서 한웅규가 티브로드 이지현을 상대로 222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었다. 전날 1-1의 상황에서 최대 승부처인 3국을 가져간 정관장은 이어진 4국에서 박정환이 1승을 보태며 티브로드를 3대2로 눌렀다. 정관장은 3승1무3패(4위)를 기록하며 선두권과의 거리를 바짝 좁혔다. 시즌 초반 3연승을 질주했던 티브로드는 3연패의 늪에 빠지며 5위로 내려 앉았다.
▲ 정관장의 2지명급 4지명 한웅규(22). 이날 승리로 최근 4연승, 이번 시즌 5승1패를 기록중
■한웅규, 과연 정관장의 핵
4국은 박정환이, 5국은 조한승이 각각 상대 5지명과 대결하는 터라 누구나 승부판이 될 걸로 예측했던 대국. 랭킹이나 지명에선 이지현이 앞서지만 한웅규의 최근 상승세가 대단해서 누가 유리할지 점치기 어려운 승부였다.
이 한 판의 무게를 의식한 이지현은 초반 극단적인 실리작전을 택했고, 한웅규 역시 서두르지 않고 두터움으로 맞서면서 바둑은 일찌감치 끝내기 바둑의 양상을 띄었다. 종반 미세한 상황에서 승부수를 던진 쪽은 이지현. 하지만 한웅규의 역습이 기다리고 있었고 좌하귀의 사활을 이용한 끝내기 결정타가 터지면서 승리가 한웅규에게 넘어갔다.
▲<제3국> 한웅규-이지현. 모두가 주목하는 승부 판답게 시종 팽팽했지만 마지막에 한웅규에게서 끝내기 결정타가 터지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이지현은 3연승 후 3연패를 기록. 팀 성적과 같은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박정환, 역시 타개의 신(神)
랭킹 1위 박정환과 44위 이원도의 대결이니 솔직히 승부는 해보나마나인듯 보였다. 하지만 이원도가 실리를 초개와 같이 버리며 박정환의 대마를 몰아가자 반상에 대박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단곤마이긴 했지만 지켜보던 정대상 9단이 "살 확률이 30프로 밖에 안 된다"고 할 정도로 대마는 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사활 귀신' 소릴 듣는 박정환의 타개는 역시 달랐다. 박정환은 심하게 몰리는 와중에도 외곽 백 포위망의 빈틈을 찾아내더니 거꾸로 절단해 134수 만에 이원도의 항서를 받아냈다. 박상돈 심판위원은 "우리같으면 벌써 죽었을텐데.."하며 박정환의 타개에 혀를 내둘렀다.
▲<제4국>이원도-박정환. 쉽게 이길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박정환이 대마를 살리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박정환은 4승1패를 기록했다.
<제5국>강병권-조한승. 초반 조한승이 대가를 구축하면서 낙승이 예상됐지만 중반 이후 큰 파란이 일었다. 조한승이 딱 한번 반발한 것이 큰 문제. 이후엔 강병권에게도 역전 기회가 올 정도로 혼돈이었다. 조한승이 마지막에 냉정을 찾으며 가까스로 1집반을 남겼다.
●○…내주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 시작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내주에 전반기 마지막인 7라운드를 진행한다. 첫 경기는 넷마블-정관장이 목금 주중에, 두번째 경기는 Kixx-SK에너지가 주말에 대결한다. 2위 넷마블과 선두권 추격을 개시한 정관장의 한판 승부, 하위권 탈출이 절박한 Kixx-SK에너지의 대결 모두 볼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