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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 AI가 절대 모르는 인간의 생존 방법

'알파고 10년 : 위대한 동행' 신진서&데미스 허사비스 CEO

2026-05-07 오후 1:42:43 입력 / 2026-05-07 오후 1:50:42 수정

▲승리하는 방법만 찾는 AI가 절대 모르는 인간의 생존 방법 | '알파고 10년 : 위대한 동행' 인터뷰 풀영상.

 

 

29일 알파고 10주년을 기념해 세계 바둑 최강자 신진서와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가 만나 대담을 나눴다.

29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2층 소연회장에서 알파고 10주년 기념행사 ‘알파고 10년 : 위대한 동행(A Decade with AlphaGo : An Extraordinary Journey)’이 열렸다.

행사는 신진서와 허사비스의 이벤트 친선 대국, ‘알파고 이후 10년, 인간과 AI의 다음 수’에 대한 대담으로 진행됐다.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인공지능을 창조한 연구자의 관점에서 알파고 이후 AI가 세상에 미친 변화와 향후 발전 방향을 이야기했고, 신진서는 AI를 실제로 활용하고 마주하는 기사로서 변화 속 적응 과정과 인간 고유의 가치에 대해 생각을 전했다.

대담 내용을 정리한다.

 

 

▲알파고 10주년 기념행사 '알파고 10년 : 위대한 동행'에서 기념 대국을 펼치고 있는 신진서(오른쪽)와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및 CEO 데미스 허사비스.

 

 

[신진서 / Q. 데미스 허사비스 CEO와 대국 소감]
굉장히 영광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알파고의 아버지답게 굉장히 AI스러운 기풍을 가지고 계셔서 정말 놀랐고 또 잠시 방심한 사이 이게 프로 시합인가 이벤트 매치인가 좀 고민을 했었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 Q. 신진서 프로와 대국 소감]
신진서 프로와 대국하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그의 실력을 체감할 수 있었고, 매우 위협적이었습니다. 제 바둑 실력이 많이 녹슬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알파고의 도움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 Q. 알파고 프로젝트의 승리가 AI 발전에 남긴 터닝 포인트는?]
오래전부터 2010년 딥마인드를 시작했을 때, 아니 그전 캠브리지에서 컴퓨터 공학 학부생이었을 때부터였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바둑을 배웠습니다. 바둑 선생님도 계셨고, 캠브리지에는 아주 강한 바둑 클럽이 있었죠. 많은 수학자가 그곳에서 바둑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바둑이라는 게임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이렇게 복잡한 게임을 훌륭하게 해내려면 얼마나 거대한 난관을 넘어야 하는지도 깨달았습니다.

제게 알파고 대국은 무려 20년에 걸친 여정의 결과였습니다. 아자 황과 데이비드 실버를 비롯한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바둑 두는 법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알파고 같은 프로그램을 마침내 직접 구현해 낸 여정 말입니다. 규칙을 입력받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학습한다'는 점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야 그 아이디어를 과학을 비롯한 다른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애초부터 우리의 계획은 늘 그것이었습니다. 2016년에 열린 그 대국은, 그 계획이 실제로 통하리라는 것을 비로소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알파고 이후 10년, 인간과 AI의 다음 수’를 주제로 진행된 대담.

 


[신진서 / Q. AI가 바둑의 전통적인 접근법이나 규칙 중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일단 모두가 AI로 공부를 하게 되었고요. AI의 수법이 굉장히 정답만을 찾아가는, 어떻게 보면 정말 승리만을 위한 바둑 접근 방향입니다. 인간의 눈에는 승리만을 위한 수법이 굉장히 창의적으로 보여서 굉장히 신기하기도 했고 또 재밌기도 했고요. 그런 부분들을 공부해 나가면서 인간의 바둑을 완성해 나가는 게 목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진서 / Q. 바둑 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줬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원래 굉장히 전투 지향적인 바둑이었습니다. AI는 승리 지향적인 바둑을 두기 때문에 저도 AI와 닮아가기 위해 노력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전투적인 성향을 버리지 않는 선에서 AI와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기 스타일을 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사는 2016년 알파고 등장 이후 10년 동안 바둑과 인공지능이 함께 만들어온 변화의 의미를 되짚고, 인간과 AI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데미스 허사비스 / Q. AI 발전 과정에서 놀라웠던 점은?]
가장 큰 놀라움은 인공지능이 언어라는 문제를 해결해 낸 방식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분야 전체가 겪은 가장 큰 충격이었죠. 우리가 보드게임 같은 복잡한 영역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만 언어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웠던 가설 중 하나는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이 세상을 직접 경험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들만으로도 오늘날 우리가 보는 현대적인 챗봇들을 거뜬히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이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발전 중 가장 놀라운 대목일 겁니다. 과학적인 측면에서 그러한 성취는 우리가 내심 바라고 기대해 왔던 바였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 Q. 알파고 제2국 이 37수에 대해서]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게 알파고 매치는 순수하게 이론에 불과했던 우리의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준 결정적 사건이었습니다. 나아가 알파고의 37수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에 없던 새로운 발상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그 후 몇 년 동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사건이 AI도 새롭고 흥미로운 것, 어쩌면 '창의적인' 것을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결정적 분기점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

 


[신진서 / Q. 알파고 제2국 이 37수에 대해서]
당시에 이미 1국에서 본 알파고의 실력이 굉장히 충격적이었고요. 2국은 그 충격이 다 가시지 않은 때에서 봤습니다. 수법보다는 알파고의 실력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보니까 승패가 좀 더 보였던 것 같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시에 알파고의 수는 인간의 시선엔 굉장히 창의적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이기기 위한 수였고요. 지금은 워낙 그런 창의적으로 보이는 승리를 위한 그런 길이 많이 퍼졌기 때문에 지금의 시선에서는 굉장히 보편적인 좋은 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허사비스와 신진서.

 


[신진서 / Q. AI의 계산을 벗어나는 인간의 수가 유효할까요?]
안타까웠던 점은 그 당시에 제가 이제 세계대회 시합을 치르고 있어서 현장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그 수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결과를 돌아보면, 완전히 되는 수는 아니었지만 정말 AI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수였고 사실 지금도 그런 AI를 흔들 수 있는 묘수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그 수가 알파고를 흔들어서 이세돌 선배님이 승리까지 이끄셨지만 지금은 워낙 AI가 강해졌고 앞으로 더 강해질 거기 때문에 승리까지 이어지진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바뀐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 Q. 계산 너머의 통찰이 바둑의 본질적 아름다움으로 보나요?]
78수가 일종의 '신의 한 수'였다는 신진서 선수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세돌 9단이 그런 수를 두며 그토록 멋지게 대국을 이겨 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벅찬 감동이었습니다.
다음 단계는 인간 전문가들이 자신의 업무를 돕는 도구로서 이 AI 시스템들을 활용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씨름해야 할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데는, 여전히 인간의 직관과 창조력이 필요합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 Q. AGI 달성에 얼마나 가까워졌다고 보나요?]
제 생각에 범용 인공지능(AGI)은 불과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첫째, 우리는 기술적인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AI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수행하고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즉, AI가 안전망(가드레일)을 벗어나지 않게 막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악용(misuse)입니다. 선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도구를 악의적인 세력이 해로운 목적에 사용하는 현상입니다.

다음 단계는 경제 문제입니다. 생산성이 극대화되면 이른바 급진적 풍요(radical abundance)라 부르는 시대가 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이 이 혜택을 공평하게 누리도록 보장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인류의 다음 단계이자 새로운 시대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이 될 것입니다.

 

 

▲바둑판에 친필 사인을 남기며 알파고 10주년 기념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신진서 / Q. AI를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우선 자신이 왜 바둑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깊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고요. 제가 어릴 때는 AI가 없었기 때문에 승패만을 위한 그런 바둑을 뒀던 것 같은데, 크고 나서는 제가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설명할 수 있는 바둑을 두는지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해봅니다. 또 바둑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한 차원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삼고 있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 / Q. 꼭 이루고 싶은 하나의 큰 꿈이 있다면?]
저를 늘 이끌어 온 원칙, 즉 제가 평생을 바쳐 이 기술을 개발한 이유는 AI를 과학을 위한 궁극의 도구로 쓰기 위함입니다.

10년 뒤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섰을 때는, 의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진정으로 위대한 발전을 우리가 함께 축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산업 분야에서는 로봇 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저는 한국이 이 발전에 매우 중추적인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바라는 것은, 우리의 AI 비서인 제미나이가 현실 세계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것입니다.

 

 

▲대담에 성심성의껏 임한 세계 최강자 신진서.

 


[신진서 / Q. 10년 후의 바둑계 모습과 개인적인 목표는?]
AI가 나온 지 꽤 오래됐습니다. 기사들도 이제는 좀 익숙해진 것 같고요. AI가 실력적으로 인간을 한참 뛰어넘었기 때문에 사실 프로로서의 자신감, 자존감을 잃었던 적도 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 강한 AI조차도 바둑의 정답을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정답을 알아내기 위해 인간과 AI와 공존하고 협력해서 또 바둑을 저는 프로기사로서 팬분들에게 재밌는 바둑, 즐거운 바둑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사실 AI 바둑이 지금보다 더욱 진보하고 발전해 있을 텐데 제 바둑도 더 발전해 나갈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TYGEM /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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