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배
남자의 바둑이 따로 있을까
- 제18회 GS칼텍스배 8강전
2013-02-27 오후 10:00:53 입력 / 2013-02-28 오전 10:09:47 수정
▲ 박영훈.
8강전 첫 판에서 박영훈과 김승재가 만났다.
연말 명인전에서 최철한을 꺾고 타이틀을 차지한 박영훈.(랭킹 8위)
한국리그 다승왕에 승률 74%를 기록, 요즘 한창 물이 오른 김승재.(랭킹10위)
박영훈은 뉴신산이라는 별명 그대로 치밀한 계산 바둑이다.
반면 김승재는 야성적인 전투력을 바탕으로 휘몰아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누군가 김승재의 바둑을 '남자의 바둑'이라고 불렀다.
오래전 다케미야와 고바야시가 전성기를 구가할 때 각각 극단적인 세력과 실리를 추구하면서 바둑 팬들을 열광시켰다.
상극의 기풍이 부딪힐 때 관전자는 호기심을 갖는 법이다.
27일 저녁7시 제18기 GS칼텍스배 8강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박영훈과 김승재가 만났다.
농심배에서 최철한이 셰허에게 분패하고 난 직후 대국이 시작됐다.
흑을 쥔 김승재는 발 빠르게 움직이며 하변과 좌상, 우상귀에 짭짤한 집을 지었고, 박영훈은 두텁게 중앙을 지향했다.
김승재는 좌 중앙 백 세력권에 침투해 알뜰하게 살아버렸다.
박영훈은 두텁게 두텁게 참으며 때를 기다렸다.
다시 김승재가 우변에 침투했을 때 박영훈은 사활을 추궁하며 중앙에 짭짤한 집을 만들었다.
이후 김승재가 거칠게 판을 흔들었지만 박영훈의 끝내기 수순은 정밀했다.
212수만에 백 불계승. 요즘 기사들 사이에서 김승재는 90년대 출신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타이슨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힘이 좋다.
프로 입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연구생들이 '이기기 위한' 바둑을 연구하다 보니 재미있는 기풍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김승재의 시원시원한 기풍은 인기 만점이다.
기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 박영훈과의 대국에서는 특유의 야성미를 발휘하지 못한 느낌이다.
워낙 박영훈이 계산에 뛰어나기 때문에 선 실리 후 타개 전법을 작정한 모양이다.
오히려 의연하게 높이 뛰면서 흑의 실리와 균형을 맞춰간 박영훈의 바둑이 생동감 넘쳐보였다.
새해 박영훈의 출발이 산뜻하다.
GS칼텍스배는 박영훈의 텃밭이나 다름없다.
2004년에 이창호에 도전해 준우승했고, 2007년에는 이세돌과 겨뤄 우승했다.
2008년에도 우승했으며 2011년에는 박정환에게 밀려 준우승, 2012년에는 이세돌에게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한국 랭킹 8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박영훈은 언제나 한방이 있다.
올해 최철한을 꺾고 천원전을 따내며 타이틀홀더의 자존심을 세웠고, 까다로운 상대 김승재를 제압하면서 8강 중 가장 먼저 4강에 올랐다.
(주)GS칼텍스에서 후원하는 제18기 GS칼텍스배의 우승상금은 7000만원, 준우승상금은 1500만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10분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전기대회 우승자는 이세돌 9단이다.
TYGEM / 김종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