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3 오전 8:40:31 입력 / 2013-09-23 오후 12:36:56 수정
▲티브로드의 핵심, 4지명 김세동과 2지명 이지현. 김세동은 첫날 SK에너지 주장 최철한을 잡았고, 이지현은 둘째날의 분수령이었던 3국을 승리했다.
일단 기세를 타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남의 얘기로만 알았던 리그 챔피언의 꿈도 은근히 여물어 간다.
'기세의 팀' 티브로드가 '불운한 팀' SK에너지를 꺾고 4연승을 달렸다.최근 4연승은 선두 정관장의 5연승에 맘먹는 대단한 페이스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0라운드 4경기 둘째날 대국에서 티브로드가 3국과 5국을 가져가며 SK에너지를 3-2로 꺾었다. 티브로드는 7승 대열에 합류함과 동시에 신안천일염과 자리를 맞바꾸며 리그 2위에 올랐다(같은 7승3패지만 개인 승수에서 티브로드가 앞선다). 절체절명의 SK에너지는 3승1무6패를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선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극한 상황에 내몰렸다.
▲ 4국 장고대국(오른쪽)이 비세인 걸 알고 5국에 들어간 변상일(왼쪽). 개인전이라고 생각했을텐데 만약 4국에서 대역전극이 일어난걸 알고 출전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첫날 1-1의 상황에서 둘째날의 승부처는 3국이었다. 전날 주장 최철한이 다잡은 승리를 놓친 SK에너지는 반드시 이 판을 이겨 승부의 물꼬를 돌려 놓아야 했다. 하지만 중반들어 이태현이 상대 이지현에게 크게 밀리면서 SK에너지의 소망은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전날과는 반대 상황이 되어 4국에 티브로드의 주장 조한승이 등판했다는 점도 SK에너지 입장에선 큰 부담이었다.
▲ <제3국>이지현-이태현. 랭킹이나 상대 전적(2전 2승)에서 앞선 이지현이 판을 압도했다.
▲지난해에 이어 티브로드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지현(21).
■ 박정상의 기적같은 역전도 허사로
티브로드의 주장 조한승과 SK에너지 3지명 박정상의 대결은 일찌감치 두 사람의 기세가 맞부딪혀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 때 등장한 박정상의 붙임 한방이 축과 탈출을 동시에 해결하는 소위 '진신두(鎭神頭)'의 묘수. 이 한수로 박정상이 승기를 잡았지만 이후 욕심이 지나쳤다. 하변 대마가 패라는 사실을 착각한 때문에 크게 비세에 몰리고 만 것이다(변상일은 이 때 팀이 진 줄 알고 힘없이 대국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막히게도 이후 이 바둑이 역전된다. 시발점은 박정상이 중앙에서 잡힌 한점을 기어나온 수. 의표를 찌른 이 수에 조한승이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고, 결국 중앙 요석을 박정상이 몽땅 잡는 전과를 올리게 된다.
▲ <제4국>박정상-조한승. 박정상이 상대전적에서 5승11패로 크게 열세인 조한승을 상대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 상대 1지명을 잡으며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한 박정상(29). 이 승리로 시즌 전적 6승4패가 됐다.
SK에너지는 박정상의 믿기지 않는 역전극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는 변상일만 이겨주면 될 터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판이 너무 불리했다. 변상일이 판단 착오로 쉽게 좌상귀 대마를 버린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늘진 얼굴로 판세를 지켜보던 이태현이 이윽고 한마디를 던졌다. "가시인데요" ('가시'는 프로기사들이 쓰는 은어로 '어렵다' '힘들다' 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정관장과 같이 장생을 경험한 팀인데도 이렇듯 끝까지 불운했다.
▲<제5국>김현찬-변상일. 좌상귀에서 변상일의 마지막 노림을 김현찬이 정확히 차단하며 티브로드의 3-2 승리를 확정지었다.
▲리그 성적이 2승1패인 김현찬.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내주 26일~27일(목.금) 포스코켐텍-정관장이, 28일~29일(토.일) 넷마블-신안천일염이 11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락스타리그는 추석 연휴로 한 주를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