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맑은샘배는 50년 가는 대회로 만들어야죠’
맑은샘배 어린이최강전 개최하는 A7 홍시범 대표 인터뷰
2013-07-19 오후 4:35:38 입력 / 2013-07-20 오전 12:16:11 수정
▲ 바둑에 관한한 없는 게 없는 '바둑박물관' CLUB A7 사무실 전경.
월간「바둑」책장을 넘기다가 '제1회 맑음샘배 어린이 최강전'이라는 낮선 대회공지를 보게 되었다. '8월14일,15일 맑은샘배라…'
비운의 아마고수였다가 일본에서 평생소원이던 프로가 된 인간시대의 주인공 홍맑은샘을 떠올리며 즉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필시 그의 부친 홍시범 씨의 작품이리라. 제 자식 이름을 건 거창한 대회를 연다고 하니 어찌 사연을 안 들어 볼 수 있으랴.
바둑행사장을 찾아본 분이라면 바둑대회를 디스플레이하는 연출기획자 CLUB A7 홍시범 대표를 기억할 것이다. 설사 이름은 몰라도 본 기사의 사진을 보게 되면 '아, 그분!' 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일본 관서기원에서 프로활동을 하는 홍맑은샘의 부친이다. 요새는 '샘이아빠'가 아니라 홍시범 자신의 이름으로 불릴 때가 많다.
"아이고, 사업 잘 되십니까?"
"돈은 저랑 상관없는 것 잘 아시면서 왜 이러십니까. 여긴 송추예요."
열심이 지나칠 정도로 늘 분주하고 역동적인 삶을 사는 홍시범 대표의 목소리는 언제나 카랑카랑하다.
▲ CLUB A7 홍시범 대표가 장식을 배경으로 근사한 포즈.
홍대표님만 뵈면 홍맑은샘 사범 생각나는군요. 홍사범 근황은 어떻습니까?
도장 잘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NHK에서 샘이(홍맑은샘 프로를 지칭)도장을 취재했어요. 당시 인터뷰하는 것을 보니까, 아침 11시부터 밤 9시까지 얘들 가르친다더군요. 일본은 1년에 두 명의 입단자를 뽑는데 평균 1명은 샘이가 배출합니다. 지금까지 10명의 프로를 배출했습니다. 요즘 일본바둑이 세지고 있다더군요. 지속적으로 내려가던 분위기가 일단 멈춤이 되어서 서서히 올라가는 상황이랍니다. 샘이도장에서 입단한 히라타도모야라고, 그 친구가 인천아시아실내무도대회에서 나현을 이겼더군요.
홍사범이 아직 젊은데, 이름을 딴 대회가 어색하지는 않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창호배도 있고 조남철배도 있죠. 이름을 딴 대회는 그 분의 업적을 기리는 뜻도 있지만, 그 분의 향후 의지를 기리는 뜻도 있겠죠. 프로가 되었지만 지금도 샘이는 자신이 어릴 때 수많았던 대회가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샘이는 오히려 좋아하죠. 프로들은 바둑계에서 유형무형의 도움을 받았으면 돌려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도 바둑일(A7)을 하면서 번 돈을 바둑계에 돌려주는 의미입니다.
어린이대회인데 우승 장학금이 500만원이나 되네요. 홍대표님은 돈이 없으실 텐데…(웃음)
상금 전액 2500만 원을 후원해주신 분이 계십니다. 저는 돈이 없지만 좋은 분은 주변에 많습니다. 그 외 용역비용은 저희 A7에서 자체로 해결할 것이고요.
그런데 한번 하고 마는 것 아닙니까?
(손사래를 치면서) 죽을 때까지 합니다. 시시하게 하다가 말다가 하려면 차라리 한번 크게 했겠죠. 길게 오래 갈 겁니다. 재벌들이 돈이 없지 가난한 사람은 돈 많아요. 대회를 50년은 해야 하기 때문에…. 나중에는 샘이가 알아서 하겠지요. 하하.
어떤 계기로 어린이대회를 생각했습니까?
평소 생각은 늘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샘이엄마와 소주 한잔 기웃거리면서 "우리아들 놈이 잘되면 바둑동네에서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돌려 줘야하는데…"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대회를 후원하게 된 분이 있었어요. 그 다음날 아침에 전화가 오더니 '상금이 얼마면 되겠냐?' 하시더군요. 좋은 분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도 복이죠.
▲ 맑은샘배를 50년은 개최하고 싶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 하나를 골라잡았다.
대회가 처음은 아니죠? 또 어떤 대회를 생각하고 계시나요?
이번 맑은샘배를 마치면 시니어대회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내년 내셔널리그도 참여해볼까 합니다. 바둑행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여명의검' '3월이오면' '4월이오면' 이런 식의 조그만 대회를 이 골방에서 자주 했었어요. 주로 입단대회를 앞두고 유망주들 사기 앙양을 위한 대회였죠. 상금 조그맣게 걸고서.
벌써부터 기대하는 친구들도 많을 듯싶은데, 주변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주 폭발적입니다. 지금 또 방학이 시작되잖습니까. 어린이대회라고 해봐도 매머드대회인 한화생명배 밖에 없는데, 어린이대회는 상금은 적더라고 대회가 많아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우리가 바둑 저변이 자꾸 좁아진다 말하기 이전에 어린이들이 즐길 대회 자체가 없다는 것을 고민해야 합니다. (우승 장학금이 500만원이면 너무 큰 것 아닌가요?)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한국바둑을 이끌어갈 동량인데, 장학금을 그 정도는 주어야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죠. 그리고 승부는 승부 아니겠어요? 그 정도 두는 친구들에 대한 예우는 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싸우라는 뜻입니다.
그 밖에 일본 중국에서도 출전을 하던데, 이건 국제대회네요?
일본은 샘이도장에게 4장 시드로 주었고 중국 거위홍도장에 4장을 주었습니다. 다만 중국입단대회가 겹쳐서 어떻게 될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요. 만약 중국에서 못 오면 일본에게 그 티오를 준다고 했습니다. 2회 대회부터는 바둑 개발도상국, 이를테면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도 참여를 유도할 생각입니다. (한국도 4명이 시드인데, 랭킹 순이겠죠?) 아닙니다. 샘이가 제주 출신이기 때문에 제주에다 일단 시드를 하나 주었습니다. 또 참가자를 받아봐서 환경이 안 좋은 친구라든지, 자세가 좋은 친구라든지 지방연맹에서 추천해주면 저희는 따르려고 합니다.
▲ 본선 32강전이 벌어질 송추 대국장. 지금은 횡 하게
느껴지는데, 대회장 연금술사인 홍대표의 손을 거치면
어떤 대국장으로 변화될 지 자못 궁금하다.
이벤트대회도 있던데, 저는 이벤트대회엔 참여할 수 있겠죠?
죄송합니다만 16명만 초청합니다. 바둑동네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지방바둑협회 금동일 이만구 회장님과 전무님들. 아바사에서 다면기 행사에 자기 돈 들여가면서 무료로 수년간 일해오신 박성균 임동균 심우섭 유경남…. 그밖에 김원태 황원순 백정훈 백규환 님도 계시네요. 인사드릴 분이 참 많네요.
아마바둑사랑회(아바사)에서는 이것 이외에 행사를 자주 하는 것 같던데?
1년 연례행사로 크게 4개가 있습니다. 1월에 전 아마바둑계 인사를 초대해서 조촐하게 신년회 행사를 합니다. 4월에는 '평화의 섬 제주에서 만나요' 길거리 바둑축제가 있습니다. 7월 넷째주 일요일엔 송추나들이가 있어요. 바둑인들의 소풍이죠. 마침 이번 주 21일이 송추행사네요. 송추엔 바둑 좋아하시는 분들 아무나 와도 됩니다. 선물이 참가하시는 분들보다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맑은샘배까지 4개입니다.
무슨 협회도 아니고 사람들이 모이면 다 돈인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옵니까?
빵집하시는 분은 빵을, 옷 도매상 하시는 분은 티셔츠를 십시일반으로 후원하죠. 다만 저도 몸으로 일을 하면서 후원을 보탭니다. 내가 얼마를 남기려고 하면 오래 못하잖아요. 후원자가 500을 내면 500에 맞춰서 행사를 잘 해주면 나중에 1000도 되고 2000도 되는 법이죠. 지금까지 A7에서 700회 정도의 대회를 치렀으니 '돈 좀 벌었겠구나'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 그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산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기자의 손에 제과점 빵이며 벌꿀이며 샴푸 등 선물을 한아름 쥐어준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고마워하지 말고, 후원해주시는 분들을 고마워하시란다.
"청계천을 따라 바둑판을 도열시켜놓고 세계바둑대회를 진행해봤으면 좋겠어요. 비록 저를 세상에 버린 고향이지만 함덕해수욕장에 여름바둑캠프를 열어보고 싶습니다." (2009년 타이젬 인터뷰에서)
바둑을 사랑하는 분을 사랑한다는 홍시범 대표. 제주의 한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소박한 꿈은 하나씩 아주 천천히 이뤄지고 있다.
▲ K-바둑 김홍진 PD(왼쪽)와 함께. K-바둑에서도 맑은샘배 대회를 '방송후원' 해준다고.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