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전
8년무명 최병환, 8강 등정기
박카스배 천원전 16강에서 김형우 꺾어
2013-07-16 오후 11:37:29 입력 / 2013-07-18 오전 10:39:12 수정
▲ 8년 무명 최병환, 8강 입성하다.
혹시 최병환이라고 아시는지요.
입단 초년병이냐구요? 무려 입단한 지 8년이나 되었고 올해 나이가 26이나 된 무명기사입니다. 권갑룡도장 출신이라는데, 기록을 보니 2007년에 십단전 본선에 진출한 적이 있네요. 물론 본선 첫판에서 졌겠지요. 그 후론 군에 갔다 온 것인지 좀체 더 나은 기록이 없습니다.
이 최병환이 김형우를 이기고 입단 이후 가장 높은 위치까지 올랐네요. 자그마치 8강이랍니다. '8강? 그 까짓 것!' 하시는 분이 계신데,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프로기사 300명 가까이 있는 현실에서 본선 16강에 1년이 가도록 한 번도 못 드는 기사가 절반이 훨씬 넘습니다.
천원전이라 하면 박카스배 천원전이 풀 네임인데, 우리 바둑계에서는 무명기사들이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른바 등용문이라고 일컫습니다. 뭐, 그런 얘기도 사실은 과거얘기지요. 그 동안은 황소삼총사를 비롯하여 심지어 이세돌까지도 타이틀 무대의 전면에 나서는 걸 보면, 초정상으로가는 등용문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 최병환(승)-김형우 대국 모습.
그런데 올해 천원전은 과거의 명예를 되찾는 듯합니다. 전번에 13세 신진서가 8강에 선착했지요. 만만찮은 상대 이태현을 물리쳤어요. 당돌한 신진서가 하는 말이 우승이 목표래요. 두 번째 본선 시합이 오늘 벌어졌는데, 바로 최병환이 이름 두께에서 한참이나 두꺼운 김형우를 이겨버렸네요.
16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합정역 3번 출구로 나가시면 K바둑 스튜디오가 있어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아담한 스튜디오인데, 그곳에서 벌어진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16강전 두 번째 대국에서 이 무명용사 최병환이 바둑리그에서 한동안 활약한 바 있는 김형우를 시종일관 흥미로운 바둑을 구사하며 백을 들고 1집반을 이겼다네요.
이 기보를 시간 내서 꼭 한번 놓아보길 바랍니다. 마치 타이젬 '외톨이'같은 바둑이랄까. 너무 더프하고 때로는 너무 정돈이 안 되어있어 어수선한 바둑을 최병환이 구사합니다. 시종일관 화장실을 못가게 합디다. 처음 몇 수만 그러냐구요? 그럼 말을 안 하죠.
전 지금 놓으면 네 번째 놓아봅니다. 요즘 바둑이 대부분 미니중국식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좀 단조로운 면이 없지 않아 있죠. 그러나 최병환의 바둑은 정말 매력 있습니다. 어쩌면 기세의 한판 같은데, 그동안 무명생활이 서러웠을까요. 이 한판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뭐, 이 한판만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 박카스배 아니랄까봐 대국장엔 박카스가 한 가득.
저는 개인적으로 무명기사가 자꾸 이렇게 뉴스의 한페이지에 오르게 되는게 너무 좋습니다. 얼마전엔 몽백합배에서 나이 30에 이른 주형욱이 32강까지 진출했지요. 참 흐뭇했습니다.
군에 간 백홍석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최병환도 백홍석처럼 펀치력이 있어 보이네요. 다음 최병환의 8강전 상대는 이동훈과 박영훈의 승자와 한답니다. 이른 판단이지만 최고 수준의 계가 능력을 가진 양 선수 중 누가 올라와도 흥미롭습니다. 과연 최병환의 맹렬한 기세가 또 빛을 발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의 총규모는 2억 3000만원이며 우승상금은 2500만원, 준우승상금은 1200만원이다. 제한시간으로 각 1시간에 40초 초읽기 3회. 한편 천원전 우승자는 중국 천원과 한중천원전에 출전하게 된다. 17회 우승자 박영훈은 오는 8월 중국 통리(同里)에서 벌어지는 한중천원전 대표로 출전한다.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