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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리그

정관장, '삼성화재배 앓이'

7위 SK에너지에 첫날 2패

2013-10-11 오전 10:49:36 입력 / 2013-10-11 오전 10:59:22 수정


▲ <제1국>강병권-최철한. 낮의 삼성화재배 박정환-스웨 대국에서 나온 포석이 그대로 재현됐다.

잘나가던 정관장이 주전들의 삼성화재배 탈락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비틀거렸다. 몇 안되는 선수들이 자리한 공간엔 허탈함과 실망의 빛이 교차했고, 승부의 김이 빠진 탓에 검토도 활기를 잃었다.

10일 저녁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2라운드 1경기에서 정관장은 1국에서 강병권이 SK에너지 주장 최철한에게 패한 데 이어 2국에서도 한웅규가 변상일에게 꺾이면서 첫날 두 판을 모두 내줬다.

챔피언 결정전 직행(1위)을 놓고 1위 티브로드, 3위 신안천일염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정관장에게 이번 경기는 중요하다. 이기면 8승째를 거두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음과 동시에 리그 우승이 가시권에 들어온다. 하지만 SK에너지가 던지는 고춧가루를 뒤집어 쓰기라도 하는 날엔 7승에 머물며 불안감 속에 남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극과극 까지는 아니더라도 제법 상당한 차이다.

▲정관장의 김영삼 감독과 안성준. 프로들은 큰 승부에서 패하고 나면 바둑 근처에도 가기가 싫어진다고 한다.

이날 정관장의 김영삼 감독과 안성준은 유성에서 삼성화재배 8강전을 마치자 마자 부리나케 서울로 올라왔다. 여행가방을 끌고 검토실에 도착한 것은 저녁 7시 20분 무렵. 제1국 강병권-최철한 전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서 였다. 주장 박정환은 곧장 집으로 향했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안성준은 점심을 거른채 대국했고 저녁 때는 이미 놓친 뒤였다. 안성준의 제안으로 피자 한 판이 검토실에 배달됐고, 홍성지 한웅규 등이 빙 둘러 앉아 한 조각씩을 나눠먹었다. 모니터에는 최철한-강병권 전이 한창 진행중이었지만 검토는 잠시 뒤의 일이었다.

1국은 예상했던 대로 판의 흐름이 나빴다. 하지만 꼭 이기길 기대한 판도 아니어서 인지 그냥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정관장 소속의 두 선수가 일생일대의 승부에서 패한 마당에 이 대국이 눈에 들어올 리가 있었겠는가. 대화는 자연 삼성화재배의 아쉬움과 중국 선수들에 대한 얘기로 흘러갔다.

1국의 패배가 기정사실화 될 무렵 안성준이 피곤이 몰려왔던지 먼저 자리를 떴다. 정관장의 이날 또 다른 악재는 팀의 2지명 홍성지마저 올레배에서 강동윤에게 패했다는 사실이었다.

홍성지는 올해 마지막 농사로 올레배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으나 삼성화재배가 열리고 있는 그 시각, 강동윤의 묘수 한방에 무릎을 꿇었다. 둘째날 출전하는 팀의 1~3지명 박정환 홍성지 안성준이 한 날 큰 승부에서 모조리 패했으니 정관장으로선 이런 야속한 날이 없었다.

▲정관장은 이날 특별히 검토를 하지 않고 중립존에서 대화를 나누며 경기를 지켜봤다. 사진 왼쪽 한웅규가 안성준을 위로하고 있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등에 지고 대국을 시작한 탓일까. 이어진 2국에서 한웅규는 유리한 형세를 구축하고도 쉽게 상대를 따돌리지 못했다. 변상일이 특별히 수를 내자고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반발하다가 판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결국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제2국>변상일-한웅규. 둘의 첫 만남인데 처음 대하는 변상일의 뚜벅뚜벅 페이스에 위기감이 들었을까. 한웅규가 후반에 크게 흔들리며 급작스럽게 무너졌다(224수 백 불계승). 

정관장이 예상치 않은 위기를 맞은 속에 양팀은 내일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홍성지-한태희, 박정환-박정상, 안성준-김형우 (이상 앞이 정관장)순. 정관장이 첫날 2패를 당하긴 했지만 팀의 1~3지명이 모두 출전하는데다 랭킹이나 객관적 전력에서 모두 우위를 보고 있어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생각도 든다.

승부처는 제3국 홍성지-한태희전. 김성룡 감독은 "정관장 선수들이 큰 승부 패배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분위기상 세 판을 다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양팀은 전반기에 역사적인 '장생 무승부'를 연출하며 팀도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장고대국에서만 4승을 거둔 최철한은 속기대국
에서 처음 승리하며 5승1무5패가 됐다.


▲정관장의 5지명 강병권은 6라운드 이후 오랜
만에 출전했으나 너무 강한 상대를 만나 패배했다.

▲승자 인터뷰를 하는 최철한.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게 됐지만 유종의 미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근 슬럼프를 겪고 있는 변상일(16)은 귀중한
판을 승리하며 4승6패가 됐다.

▲SK에너지 검토실의 화제 역시 삼성화재배였다. KBS해설자이기도 한 박정상이 박정환 판을 복기하는 것을 최철한과 변상일이 지켜보고 있다.
TYGEM / 바둑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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