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6 오전 8:39:43 입력 / 2013-08-16 오전 9:54:36 수정
▲2013 돌풍의 주역 류수항의 분전. 내용 또한 박영훈의 대마를 잡고 완승을 거둔 것이어서 보는 이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언더독'의 반란이 다시 시작됐다. 이변의 물꼬를 다시 튼 주인공은 티브로드의 락스타리거 류수항. 올해 김지석(명인전 예선)과 원성진(올레배 본선)을 잇달아 꺾으면서 '요주의 1호'로 떠오른 류수항(랭킹 35위)이 이번엔 랭킹 5위 박영훈마저 낚았다.
광복절인 15일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8라운드 3경기 티브로드-넷마블의 첫날 대국서 티브로드가 1국에 이어 2국에서 락스타리거 류수항이 승리하며 넷마블에 2-0으로 앞섰다.
같은 4승3패팀 간의 한 판 승부로 주목을 끈 이날 대결에서 넷마블은 1-1을 예상했으나 2국에서 주장 박영훈이 예상밖 패배를 당하면서 힘든 상황에 내몰렸다. 전반기 넷마블에 4-1 승리를 거둔 바 있는 티브로드는 또 한 번 대승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 민상연, '복수를 꿈꿨으나...'
이지현과 민상연은 전반기 첫 대결서 만나 이지현이 승리한 바 있다. 당시 50여수도 안돼 판이 이지현에게 기울며 넷마블은 힘도 못써보고 3-0 패배를 당했다. 민상연 역시 그 후 3연패를 당하며 좌절을 겪었으니 복수의 날이 오기를 기다렸을 터.
그래서인지 이 판은 초반부터 민상연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인상이었다. 좌하 방면부터 본인의 장기인 전투모드로 이끈 것은 좋았으나 백의 씌움을 당해선 일찌감치 답답해졌다. 이후 민상연은 실타레처럼 얽힌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승부처인 하변이 빅이 나서는 어찌 해볼 수 없는 국면이 됐다. 나중에는 여기저기 양보해도 이지현에게 남는 바둑. (168수 끝, 백 불계승)
▲ <제1국> 이지현(승)-민상연.
▲이지현의 성적은 전반기에 완벽하게 팀과 동행. 이지현이 이기면 팀이 이기고 이지현이 지면 팀도 졌다.
■ 류수항, 박영훈 대마잡고 쾌승
류수항과 박영훈의 공식 대결은 이번이 처음. 하지만 같은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사이인 만큼 연습 대국은 틈틈이 있었던 모양이다. 누가 많이 이겼는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영훈이 "류수항과는 각질이 안 맞는다"고 토로했다는 걸로 봐서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이진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더라도 이 판을 류수항이 이길 거라고 본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하지만 초반 류수항의 일직선 공격에 '타개 전문' 박영훈이 쩔쩔매는 의외의 현상이 펼쳐지면서 판의 조짐이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결국 가까스로 두 집을 내긴 했지만 이 와중에 상변이 뚫리면서 '두 번 연달아 둬도 잘 죽지 않는다'는 박영훈의 대마가 속절없이 잡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것도 박영훈이 후수로.
이어 백진에 뛰어든 흑말을 몽땅 잡는데 박영훈이 마지막 승부를 걸었지만 단곤마라 잘 잡히지 않는 형태. 여기에 시간에 쫒긴 박영훈의 실착까지 더해져 대마가 쉽게 빅으로 사는 수단이 생겨선 더 이상 해볼 데가 없어져 버렸다. 143수 만의 때이른 종국. 박영훈이 이렇게 질 때도 있나 싶을 정도의 충격적인 완패였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공부벌레로 통하는 류수항. 화려한 감각이나 폐부를 찌르는 예리함 같은 것은 없지만 동앗줄처럼 서서히 상대를 옥죄는 힘이 대단하다. 탑 랭커들이 자주 쓰러지는 것도 이런 힘을 간과한 때문일 것. KB리그서는 3승1패를 기록 중이다.
▲의외의 악전고투 끝에 패배한 박영훈. 이 판 전까지 5연승을 달리다 흐름이 끊겼다.
첫날 정관장이 2-0으로 앞선 가운데 양팀은 내일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③이원영-김성진(락) ④이창호-조한승 ⑤신민준-김세동(이상 앞이 넷마블)순. 배수의 진을 친 Kixx 입장에선 3국에서 이원영이 김성진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게 관건. 이 고비를 넘긴다면 이창호가 조한승에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마지막 5국에서 승부가 결판날 공산도 상당해 보인다.
▲'이 판은 꼭 잡아야 하는데...'. 넷마블팀 선수들이 2국 검토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