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 사람의 대결다웠다. 이렇다 할 전투 한번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계산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렸다. 박영훈이 녹슬지 않은 계산력으로 '신세대 신산' 나현을 제압했다.
12일 서울 성동구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4 KB리그 7라운드 2경기에서 SK엔크린은 주장 박영훈이 상대 주장 나현을 상대로 기분 좋은 선승을 거뒀다. 하지만 뒤이어 끝난 1국에선 정관장의 이원영이 승리, 양 팀은 1승1패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3승3패(4위)의 SK엔크린과 2승4패(7위)의 정관장이 전반기 마지막 라운드에서 마주쳤다. 직전 경기에서 우승후보 티브로드를 4-1로 대파한 정관장은 내친 김에 연승으로 가고 싶어 하는 분위기. 하지만 상대 SK엔크린도 상위권 진입이 걸려 있는 이 경기만큼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각오여서 첫날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양쪽 검토실에 흘렀다.
지난 3월의 선수선발식 때 정관장 김영삼 감독은 강동윤과 나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래성을 감안해 나현을 뽑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현재의 성적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팀이 바닥권을 맴도는 요즘 김감독은 '그 때 강동윤을 뽑을 걸…' 크게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세상사가 다 결과론인 것을.
첫날을 1승1패로 마친 양 팀은 둘째 날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김정현-황재연, 이형진-민상연, 김현찬 -안성준 (이상 앞이 정관장). 객관전 전력으로 본다면 3국은 정관장, 4국과 5국은 SK엔크린의 우세. 하지만 세 판 모두 첫 대결인데다, 김현찬의 경우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힘들다는 국수산맥배 대표로 선발된 상태여서 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
<제2국> 나현-박영훈. 상대 전적에서 박영훈에 3승1패로 앞서 있었던 나현. 중반 박영훈의 하변 침입수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패배를 부르고 말았다(219수 흑 불계승). 끝까지 계가했다면 1집반에서 2집반 정도의 차이.
▲ 미세한 바둑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으며 계산이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준 박영훈.
<제1국> 이원영-박창명. '괴초식'으로 불리고 있는 SK엔크린의 퓨처스리거 박창명. 이날도 상승세의 이원영을 상대로 중반까지 판을 잘 꾸렸으나 우변 천지대패를 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팻감을 간과하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281수 흑 불계승).
▲ 첫 경기(2라운드)에서 김지석에게 패했을 뿐, 이후 5연승을 달리는 이원영. 3지명 가운데 단연 발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