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16 오전 8:44:20 입력 / 2013-09-16 오전 8:53:11 수정
▲왜 이럴 때면 하필 꼭 '반집' 일까. 둘째날 2-2 상황에서 포스코켐텍의 주장 강동윤이 장장 4시간여의 사투끝에 이창호에게 반집승을 거뒀다. 포스코켐텍은 이 승리로 꼴찌 탈출에 성공했고, 갈길 바쁜 넷마블은 원치 않는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물귀신 작전인가, 아니면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일까. 최하위 포스코켐텍이 뒤늦게 발동을 걸며 갈길 바쁜 넷마블의 발목을 잡았다.
양팀 1-1의 상황에서 15일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 10라운드 2경기 둘째날 대국에서 포스코켐텍은 3국의 김주호와 4국의 강동윤이 각각 승리하며 넷마블을 3-2로 꺾었다. 포스코켐텍은 탈꼴찌에 성공하며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길 경우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정규리그 4위 자리를 놓고 한게임,SK에너지와 살얼음 결전을 펼쳐야 하는 넷마블로선 실로 아쉬운 경기였다. 첫날 1-1의 상황에서 둘째날 3국에서 신민준이 1집반, 최종국에서 이창호가 좋은 바둑을 반집으로 패하면서 단 2집에 밤드시 잡아야 하는 승리를 놓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반면 포스코켐텍은 주장 강동윤과 2지명 나현이 모처럼 제몫을 다한 가운데 운까지 따라주며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둘째날 등판한 포스코켐텍의 선수들은 근래 보기 드문 집념과 끈기를 보여주었다. 속기바둑에서 김주호가 2시간 23분을, 장고대국에선 강동윤이 4시간여의 사투끝에 동반 승리함으로써 값진 1승을 챙겼다.
승리한 포스코켐텍은 3승7패가 되며 Kixx와 동률을 이뤘으나 개인 승수에서 앞서면서 꼴찌에서 벗어났다. 순위 변동 없이 5위(4승6패)에 머무른 넷마블은 4연승 후 4연패라는 깊은 충격에 빠지며 남은 4경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포스코켐텍이 승리하며 최대 수혜자가 된 한게임과는 1경기 이상 격차가 벌어진 상태. 넷마블은 락스타 재원이 풍부한 다른 팀과 달리 현재의 주력을 대체할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아 한종진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2013KB국민은행바둑리그는 내주 리그 1,2위를 달리고 있는 신안천일염과 정관장이 정면 맞대결을 펼친다(10라운드 3경기). 추석 명절 특집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정관장이 이 경기를 이긴다면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제3국> 김주호-신민준. 중반까지 실리에서 앞선 김주호의 낙승이 예상됐으나 이후 신민준의 불꽃 추격이 전개되면서 판세가 혼미해졌다. 종반 무렵에는 유창혁 해설자 조차 "정말 모르겠어요. 누가 이긴 건지 "를 연발할 정도로 형세가 극미했다. 하지만 결과는 막판에 냉정을 찾은 김주호의 1집반승(포스코켐텍 2승1패). 321수라는 수순은 이번 시즌 들어 최장 수순 기록이다.
▲4국 보다 먼저 끝난 5국. 낮에 벌어진 락스타리그에서 백찬희와 303수 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반집패를 한 최기훈.그 피로 때문일까, 중반들어 대마가 잡히며 너무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 (151수 흑 불계승). 승부를 확인한 강훈 심판위원의 눈이 옆의 이창호-강동윤 대국을 향하고 있다.
▲2-2가 되면서 승부 결승판이 된 이창호-강동윤의 대국. KB리그에서만 강동윤에게 7전 전패를 당했던 이창호로선 이번이 지난 빚을 모두 갚아줄 절호의 기회였다. 우변에서 강동윤이 수읽기 착각을 범하는 바람에 우하귀를 크게 접수해서는 승리가 탄탄해 보였던 것. 하지만 이후 황무지처럼 보였던 중앙에 흑의 옥토가 형성되면서 역전의 망령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결과는 꼭 이럴 때 등장하는 반집. 강동윤이 이창호를 상대로 KB리그 8전 전승의 기록을 이어나갔다.
▲강동윤은 시즌 4승4패로 절반의 승률을 채우며 KB리그 통산 77승을 기록했다. 1위와 2위는 최철한(83승)과 이영구(80승).
▲이창호 9단은 이번에도 '천적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했다. 시즌 전적은 4승5패로 지난 해 5승7패와 비슷한 흐름이다.
▲4승6패의 넷마블은 남은 4경기에서 최소 3승1패를 해야 하는데 정관장 신안천일염 등 상위팀과의 대결이 남아 있어 험난헌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전반기를 1승6패로 마감했던 포스코켐텍은 후반기에 와선 2승1패다. 김성룡 감독은 '해볼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본다'는 입장이다.
▲이날 중립존에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랭킹 1위 박정환 9단을 중심으로 조인선(한게임) 김세동(티브로드) 나현(포스코켐텍) 등이 모여 열띈 검토를 펼쳤다.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이런 공동연구는 KB리그의 보이지 않는 최대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