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런파크배
"2년내 세계무대를 호령하겠다!"
렛츠런파크배 우승한 15세 신진서 인터뷰
2015-12-23 오후 12:41:09 입력 / 2015-12-24 오전 12:21:21 수정
▲ 국내 최고기전 렛츠런파크배를 우승한 신진서(15).
2000년신진서(15)가 입단 3년 만에 타이틀을 따냈다!
오랜만에 보는 대견한 승리였다. 프로바둑에서 한해에 우승자는 10명 남짓 나오지만, 어제처럼 반가운 우승자는 실로 오랜만이다.
10대끼리 마주 앉아 큰 승부를 벌이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끊어진 시골마을에서 생겨난 경사스런 축복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제(22일) 밤 10시 30분 경. 신진서(15)는 입단 2년차 신예 김명훈(18)을 제치고 국내최대기전인 렛츠런파크배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바둑의 백년대계를 위해 비록 지금은 실력이 달리더라도 어린 나이에 입단을 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실시한 영재입단대회. 그 첫 대회를 통해 입단에 성공한 2000년생 신진서가 입단 3년 만에 대업을 이룬 것이다.
열전을 마치고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현장에서 신진서와 우승 인터뷰를 가졌다. 신진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시종 상대 김명훈을 배려하는 의젓한 모습도 보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신진서보다는 훨씬 성숙했다.
▲ 김명훈-신진서 최종 결승 복기장면.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금 한국바둑이 부활할 수 있는 싹을 보았다는 의미가 있다.
소감은? 이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번 결승을 둘 때마다 컨디션이 좋아서 기대는 했다. 그래도 막상 우승을 하니 처음이라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소식을 알려주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이나 TV를 보고 있었을 것이니 다 알고 있을 것이다(웃음). 당연히 부모님이 가장 좋아하실 것 같다.
1,2국에 비해 쉽게 풀린 것 같다. 이번 시리즈의 총평을 한다면?
1국은 너무 안 좋았고 2국은 그런대로 별로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3국은 초반에는 잘 풀려서 좋았는데 중반에 느슨하게 두면서 역전이 될 뻔한 순간도 있었다. 상변에서 흑을 너무 쉽게 살려준 것 같다. 상대가 형세판단을 잘못하는 바람에 운 좋게 승세를 굳힐 수 있었다.
초반에 상대가 모자를 두 번이나 씌워서 굉장히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때는 흑 모양이 두텁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보았다. 또 상대가 워낙 더프한 타입이기도 하니,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요즘 랭킹도 올라가고 과거보다 바둑이 된다는 느낌은 있나?
최근 많이 이기다보니 랭킹이 7위까지 올랐지만, 단기간에 올라간 랭킹이니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세계대회 본선에도 올라보지 못했으니 아직은 더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도 이기긴 했지만 내용적으로 훌륭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세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시 중국이 문제다. 그동안 신예대회나 통합예선에서 중국기사와 많이 겨뤄본 걸로 아는데, 본인이 중국에서 활약한다면 지금 당장 중국랭킹이 몇 위 쯤 될까?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보니까 20위까지는 센 기사가 많으니까…. 20위권 턱걸이하기도 만만찮을 것 같다.
▲ 2012년 신민준과 신진서가 입단할 당시의 월간바둑 표지.
지금 중국의 커제가 세계바둑을 휩쓸고 있다. 새해엔 멋진 승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승부는 해볼 수 있지만….(웃음) (참고도 커제와 신진서는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많이 늘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
국가대표에서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훈련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기보연구를 한다. 또 저녁을 먹고 난 후엔 타이젬에서 실전 연습도 매일 하는 편이다. 공부는 주로 사활을 위주로 한다. 주말에도 밖은 잘 나가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는 편이다. 12시~1시 사이에 잠든다.
바둑 외에 취미활동은?
(아직은) 바둑만 생각하고 있다.
이세돌처럼 난전을 좋아하고 역전승도 잘 거두는데, 한판의 바둑을 안정적으로 이끌었으면 좋겠는데…
스스로도 그런 것을 느낀다. 사실 집 바둑으로 가는 것도 싫어하지는 않는데, 두다 보면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니까 바둑이 어지러워지는 것 같다. 커제도 2년 전까지만 해도 약간 불안정했지만 바둑이 세지면서 초반도 안정적으로 변했다고 들었다. 나의 경우도 바둑이 아직은 성숙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요즘 대국모습을 보면 매우 안정적이고 포커페이스처럼 변했다. 이유가 있는가?
예전부터 얼굴에 형세가 나온다고 주변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지금은 꽤 고쳐진 것 같다. 아무래도 흥분을 하게 되면 손도 빨리 나가고 전체적으로 무리수가 많이 나온다.
▲ 2013년 이창호를 영재정상대결에서 이기고 스타덤에 올랐던 신진서.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의 메인기사를 장식했고,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했다.
작년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5년후쯤 세계정상은 아니고 결승정도를 올라가보면 좋겠다고 했다. 다시 답변을 한다면?
세계대회 본선도 못 가봤기 때문에 미리 말하는 것은 뭣하다. 그래도 굳이 욕심을 내본다면 2~3년 정도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오늘 바둑도 그랬지만, 형세판단이 좋아진 것 같다.
타이젬에서 워낙 역전패를 많이 당해서 (단련이 되어) 좀 좋아진 것 같다(웃음)
보완해야 할 점은?
포석에서 한번 무너지면 계속 밀리는 경향이 있다. 포석은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이다.
타이틀을 땄지만 아직도 박정환 이세돌 최철한 등 일류기사에게는 거의 판 맛을 못 본 것으로 안다.
큰 의식은 안하고 두지만, 나 자신도 모르게 상대가 강하다는 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새해에는 극복할 것이다.
새해엔 랭킹도 오를 테고 세계대회도 자주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각오는?
거듭 말하지만 아직 세계대회 본선에도 나가본 적이 없다. 새해에는 지금보다는 기회가 많아질 것인데, 지금보다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TYGEM / 진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