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챔피언스리그
다우닝(P)의 정체가 궁금하신가?
챔피언스리그 시상식 가져-우승자 다우닝(P) 타이젬 방문 3000만원 받아
2016-07-08 오전 7:29:54 입력 / 2016-07-08 오후 1:23:35 수정

대략 150년 전 영국의 경마장. 그곳에는 허구한 날 1등을 달리는 '명마'가 있었고 반대로 그렇고 그런 '똥마'가 있었다. 당연히 갤러리들은 레이스에서 당당히 1위로 골인하는 명마의 질주에 환호했고 조금 배당이 작아도 명마에게 베팅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크'라는 허접 똥마가 눈을 의심하게 하며 당당히 결승선을 통과하는 이변을 일으키며, 자신을 믿어준 갤러리들에게 무려 1000배의 배당을 받게 했다. 복병마 '다크호스'의 유래다.
그간 타이젬은 고수들의 결전장이었고 소수의 절대강자가 군림해온 무대였다. 절대권력에게 지속적인 도전장을 내미는 수많은 다크호스들의 각축장 타이젬에도 150년 전 영국 경마장과 흡사한 다크호스의 반란이 일어났다. 바로 수지(P) 비수(P) 다시(P) Lurk(P) ddcg lxlx(P) 등 내로라하는 한중 명마들을 뒤로 한 채, 복병마 다우닝(P)이 2016 초대 챔피언스리그를 가져간 것이다.
7일 서울 강남구 타이젬 본사에서는 2016 한중타이젬 챔피언스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올초부터 지난 달까지 타이젬에서 활동하는 최고수들의 결전장이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중국의 최고 권력자 Lurk(P)을 2-0으로 따돌리고 첫 챔피언스리그 패자(覇者)에 오른 다우닝(P)에게 우승상금 3000만원이 주어졌다.
다우닝(P)은 이 자리에서 "결승에서 Lurk(P)를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 70대를 맞고 있다가 한 대를 때렸는데 그게 적중했다. 앞으로 타이젬 장학생답게 더욱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많이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신흥고수 다우닝(P)과 간단히 얘기를 나눠봤다.
▲ 타이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다우닝(P)은 우승상금 3000만원을 받았다.
늦었지만 우승을 축하한다. 다우닝(P)이란 ID를 언제부터 사용했나?
군에 갔다 온 이후 줄곧 사용했으니 2~3년 정도 되었다. 과거엔 타이젬에서 여러 ID를 썼다. 그러나 지금은 다우닝(P) 하나만 쓴다.
다우닝(P)은 가구 이름이던데, 정확한 뜻은 무엇인지?
하하. 다우닝(P)은 가구 이름이 맞다. 한번은 소파를 사러 가구점에 갔다. 우연히 나란히 두 개의 가구점이 있었는데 한쪽의 상표가 다우닝이었다. 언뜻 '다 우니?'라는 느낌으로 다가오길래 임펙트가 강해서 나의 ID로 삼았다.
바둑도 감각적으로 두는 편인가?
타이젬에서는 감각적이 되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된다. 나의 바둑은 실리를 많이 추구하는 편이고 나중에 타개를 하는 스타일이다.
자 타이젬에서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과연 다우닝(P)이 중국최강자 Lurk(P)을 2-0으로 보내버린 것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결승전은 어땠나?
나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승직후 워러기자님께 밝혔듯이 실제로 운이었다. 결승은 기보를 보면 알 수 있듯 90퍼센트 다 진 바둑이었다. 싸움으로 치면 70대 맞다가 운 좋게 한 대를 때렸는데 그게 적중한 것이다. 사실 내가 Lurk(P)를 이긴다고 생각지도 못 했는데, 첫판을 이길 때도 '이젠 1-2로 지겠지' 했다. 오히려 상대가 진짜 Lurk(P) 제자가 두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묘한 기분이었다.
우승 이후 프로들 사이에서 한턱 쏘라고 하지 않던가?
여러 턱을 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아직 입금이 안 되어서. 하하하. 가장 먼저는 일단 내가 소속된 바둑리그 OO팀이 제주도로 전훈을 가게 되는데, 아마 그쪽에서 밥이라도 근사하게 한끼 쏴야할 것 같다. OO팀은 이번 챔피언스리스에서 억울하게 나에게 패한 멤버도 있으니….
상금은 어디다 쓸 것인가?
내가 빚이 많다(웃음). 차동차도 사고 집도 얻고 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다. 마침 빚을 청산할 기회다. 그리고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지인들에게 여러 턱 쏘고….
▲ 좀 더 많은 신체 부위가 드러난 다우닝(P).
요즘 9단대국을 통해서 보면 타이젬 상황은 좀 변화된 게 있나?
물론 한국기사보다는 중국기사들과의 대국이 많다보니 조금은 빡빡해진 느낌이긴 하다. 전반적으로 요즘 타이젬이 더 쌔진 것 같다. 특히 전통적으로 강한 Strive(P) Loong(P) ddcg lxlx보다는 이름이 익숙치않은 기사들이 굉장히 세다. 이를 테면 3qiKing(P) JD(P) FenNu(P) Chop(P)… 요즘은 누구랑 두어도 이길 수 있다는 장담을 못한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다우닝(P)의 타이젬 성적이 들쭉날쭉하던데?
나는 아직은 절대강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꾸준히 강하지는 못하다. 중국 인기 ID들에게는 5할에서 제법 빠지는 편이다. 그러나 이들과 시합에서 만날 때는 한국기원에서 시합을 하듯이 두기 때문에 성적이 조금 좋은 듯하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랄까.
온오프 가릴 것 없이 군대 가기 전보다 바둑이 세진 것 같다.
모두 타이젬 덕분이다. 연구생 때처럼 빡세게 훈련을 하는 기분이다.
타이젬 장학생이 된 이유랄까? 타이젬을 즐기는 이유는?
강자들의 휴식처고 트레이닝장이기 때문이다. 내가 겨루고 싶은 상대들이 즐비하니 자연스레 공부를 하고 싶은 프로들이 모이는 게 아닐카 한다. 아무래도 중국에서 신형들이 나오는 시절이긴 하지만, 나도 타이젬 장학생으로서 (신수를) 하나 보여주곤 한다. 하하.
타이젬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챔피언스리그 같은 좋은 대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다만 프로로서 대회가 다양하게 많았으면 좋겠다. 전에는 한중 5-5 이벤트 대국같은 것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조금 뜸 한 것 같다.
자, 끝으로 타이젬 유저들에게 한마디?
처음에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고서 '다우닝(P)이 맞나?'하는 얘길 많이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그 정돈밖에 안되는가?'하고 기분이 살짝 나쁘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찮다. 앞으로도 타이젬바둑을 열심히 둘 텐데 졌다고 너무 심하게 욕하지 마시고(웃음) 많이 기대해 달라.
▲ 다우닝(P)이 누굴까?
TYGEM / 진재호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