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탐방은 힐링의 시간이다. 지상에 요정들이 있다면 어린아이들 아니겠는가. 허공중에 떠서는 톡,토독 터지는 비눗방울마냥 건드는 시늉만으로 톡,토독 주체못할 웃음을 연방 터뜨리는 아이들 앞에 어찌 무너지지 않을손가. 게다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둑을 두는 귀여운 아이들이다.
가을볕에 가을 억새의 깃털마냥 반짝반짝 뒤척이는 나주 영산강 인근 내영산 길에 화니어린이집이 있었다. 파주 염씨 문중서원인 충경서원으로 들어가는 길목, 왼편 마을을 거쳐 조금 동떨어져 산자락 섶에 동그마니 서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저곳이 화니의 요정들이 요술을 부리는 곳임을 알겠다.

▲ 마을과 조금 동떨어진 산자락에...

▲ 나주 화니어린이집이 있었다. 자연이라는 스케치북에 가을색이 짙게 물들어가는 날, 풍금소리가 들리고 까르륵 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아련히 흘러나오는 요정의 궁전.

Welcome! 고풍스런 돌확들이 나란한 입구, 오래된 정원임을 알겠다. 나주 인근에서 알아주는 32년의 전통을 이어온 어린이집. “알아줬지. 엄청났어, 넘쳐났어. 화니어린이집 하면 한때 원아가 250명이 넘었던 명문어린이집이지요.” 마을주민의 얘기다.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이 별달리 알리지 않아도 지원자가 줄을 잇는 곳. 숲에 있는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한달에 두 번 숲체험 활동을 하고 있고, 전라남도와 나주시청, 전남산림자원연구소가 선정한 숲체험 어린이집이기도 하다. 여기에 요즘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바둑교육까지 더해졌다.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천사들의 웃음. 녹아나지 않을 재간 있나.

“아저씨, 저희도 찍어주세요! 저희도 바둑 배울 거예요!” 바깥놀이에 한창이던 4~5세 꼬마요정들이 조르르 달려와 한숨에 휘감아 선다.

원장실 입구에 붙어 있는 ‘한국기원 2016 유치부 바둑교실’ 팻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복도에서 바라본 ‘즐거운 지혜반’의 놀이바둑 수업. 만7세 22명의 어린이가 A, B 두 반으로 나뉘어 매주 목요일 점심 후 30분씩 바둑공부를 하고 있다.

요정들이 공부하는 궁전이라 해리포터의 맥고나걸 같은 원장님이 등장하지 않으실까 생각했는데, 오수미 원장님은 훨씬 젊고 예쁜 데다 부러운 웃음을 가진 이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면 이런 웃음 지을 수 있는 걸까.

▲ 화니어린이집 오수미 원장. 바둑의 교육적 장점을 일찍이 알아채고 자발적으로 바둑수업을 채택한 원장이었다.
알고 보니 화니어린이집은 문체부와 한국기원이 무상지원하는 놀이바둑은 올해 처음 시작했지만 이미 1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바둑교육을 해오던 곳이었다. 작년에는 6~7세반 수업을 했다. 놀이바둑을 채택한 대다수 유치원, 어린이집이 무상지원에 힘입어 시작한 데 비해 일찍이 바둑의 장점을 알고 스스로, 어린이집 차원에서 경비를 부담하며 바둑수업을 도입한 곳은 보기 드물다.
(오수미 원장) '바둑 때문에 졸업하기 싫다는 엄마도 있어요.“
바둑의 교육적 효용가치가 탁월하다는 사실은 들어 잘 알고 있었지만 지방, 시골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학원도 없고 좋은 강사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고...그렇지만 집중력 수리력은 기본이고 지구력과 수개념에도 좋다고 하니 일단 한번 해보자, 원에서 다 부담하고서라도 우리가 먼저 시작해 보자 마음 먹었더랬지요. 벤치마킹도 하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시작해 봤는데 누구보다 학부모님들이 너무 좋아하셨어요. 작년에 했던 부모님들이 2월에 졸업하면서 “졸업하기 싫다”는 말씀까지 하셨어요. 어떤 엄마는 “초등학교에 진학하더라도 오후에 별도로 바둑시간을 개설해주면 안되겠느냐”고 요청할 정도였으니까요.
작년 6세에 접한 아이들은 올해 2년째인데, 바둑개념과 기술 습득에 한결 수월하게 다가서는 걸 볼 수 있어요. 작년에 6세반은 정말 놀이식으로, 바둑과 친숙할 수 있도록 지도했거든요. 선생님들, 특히나 젊은 여자선생님들의 호기심도 매우 높고요. 작년에는 바둑수업이 처음이고 교재도 강사님이 자체적으로 준비해 가르쳤는데 올해 한국기원의 놀이바둑 교재를 보니 인성 쪽으로 더욱 집중했더라고요. 그래서 신청하게 된 거죠. 올해 1년에 한번 하는 학부모 참여수업에 바둑과목을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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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길화 바둑선생님은 잘했다 잘했다,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게 아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지름길이라는 걸 잘 안다. 그런 수업을 하고 있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 광주지역에서도 유치원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는 김길화 강사는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언어소통, 그 점이 조금 힘든 점이긴 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에요. 그렇기에 아이들이 바둑개념을 습득하고 나면 성취감이 더 크고요, 말썽 피워도 귀엽잖아요. 아이들이 좋긴 좋아요.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가르치는 행복이 이런 것일까.
(김길화 바둑선생님) '아이들이 될까? 근데 되는 거예요!”
자세 잡기까지 3~4개월이 걸리지요. 아이들이 워낙에 집중력이 짧지만 그걸 익숙하게 하는 데 처음에는 시간이 제법 듭니다. 해서 처음에는 그게, 아이들이 될까? 근데 되는 거예요. 그게 되니까 바둑에 집중하게 되고 실력도 늘고...이때부터 질문도 많아지고 스스로 욕심도 더 부리고...대국하는 자세가 달라지는 걸 보며, 그 산만하던 아이들이 차분히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며 바둑이, 이 꼬마들에게도 참 좋은 것이구나 실감하게 되지요. 제가 학부모께 조언드린다면, 바둑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인성 플러스 바둑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자세, 예의 이런 부분이 바둑에 곁들여서 더 나아지는 건 확실하니까요. 유치원이니까 기술적인 부분은 초등학교 들어가서 방과후교실이나 학원에 보내 욕심부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 바둑을 배우는 지혜반 어린이들은 김세화 담임선생님의 '줄기차!' 구호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입실과 퇴실을 한다. 바둑시간에 담임선생님은 없어서는 안될 보조선생님 역할을 한다.

▲ 바둑은 예절의 게임. '공~수!' '인~사!' '선생님, 잘 배우겠습니다!'
바둑에서 인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예전에 바둑을 배운 어르신들은 서로 깍듯이 인사를 나누지 않고 적당히 대면대면 두기 일쑤였다. 그렇게 습관이 들은 할아버지는 어린이집에서 바둑을 배운 손자와 바둑을 두다가 낭패를 보기 예사다. 그냥 두려는 할아버지에게 그러시면 안된다고, 꼭 인사를 해야한다고 지적질(?) 하는 손자놈이 어린이집에서는 과연 어떻게 바둑수업을 잘 받는지 반드시 보겠노라며 학부모 참여수업에 걸음한 어르신도 계시다고.

▲ 자, 오늘은 지난 시간에 배운 축에 대해 잠시 복습하고 들어가기로 해요. 어때요? 이쪽으로 몰면 될까요? '노! 노! 안돼요!'

▲ 그럼 어떻게? '저쪽으로요! 반대로요!' 어디, 누가 나와서 맞혀볼까요~.

▲ 이렇게 몰아야 축으로 잡을 수 있어요.

▲ 잘했다 박수~! '베리이이이~ 굿!' 짝!짝!짝!

▲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실전대국 시간. 마침 라이벌이 마주앉았다. 서로 형님(?)이라 주장하니 가위바위보로 돌가리기를 할 수밖에.

▲ 바둑은 예절의 게임이라 했으니 일단 인사는 정중히 나누기는 한다...하지만...

▲ 실전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용서 없다. 자, 뭘 꾸물대시는가. 어여 두시라. 서로 '도끼타법'으로 대기중인 꼬마들의 신경전에 뒤집어졌다. 전치 2주. ^^;;

▲ 히잉~, 정말 인정없이 내 돌 따먹어버릴거야?

▲ 에궁~ 진짜 하나도 살아난 게 없네. 정말 너무해!

▲ 기자아저씨~, 저 이만큼이나 따먹었어요!

▲ 스키커 바둑돌 붙이는 공부도 하고-

▲ 요정이 따로없다. 바둑판 앞에 앉은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예쁜 요정이다.

▲ 수업이 끝나면 교실 뒷정리는 마땅히 우리가-

▲ 책상도 제자리에 영차영차.

7세반뿐 아니다. 복도를 지나다 보니 6세반 교실 칠판(보드)에도 바둑판이 붙어 있다. 수업이 끝나면 바둑 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있고, 선생님 없이 저희끼리 둘 때도 바둑수업 때와 똑같은 분위기로 둔다고. 한창 치까불 나이에 자유시간인 데도 나름 엄숙하게 대국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들은 바둑이 교육적으로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걸 느낀다고 한다.

▲ 화니요정들의 궁전을 떠나며 마지막 컷! 대기업에게서 명마 한마리 후원받은 것보다 더 크고 소중한 선물. 김영란법에 걸리지 않을 만큼만 화니어린이집의 마음을 받았다. 그 유명한 나주배와 차를 대접받은 것도 감동인데 곱게 포장한 나주의 쪽염색 손수건까지나.